누군가 말했다. 백화점 곳곳에 소파와 의자가 놓여 있는 건, 쇼핑하는 아내 혹은 여자 친구를 기다려야 하는 남자들을 위해서라고. 이제 ‘역지사지’해야 할 때가 왔다.
각종 가전 및 디지털 기기 등 풀 라인업을 완벽히 갖춘 일렉트로 마트는 국내 가전 매장에서 볼 수 없는 1000여 개의 피규어 전시를 비롯해 건담 전문 매장, 맥주 거품기, 칵테일 소품 등을 함께 선보이는 등 남자들이 꿈꾸는 놀이터의 모습을 갖추었다.
각종 가전 및 디지털 기기 등 풀 라인업을 완벽히 갖춘 일렉트로 마트는 국내 가전 매장에서 볼 수 없는 1000여 개의 피규어 전시를 비롯해 건담 전문 매장, 맥주 거품기, 칵테일 소품 등을 함께 선보이는 등 남자들이 꿈꾸는 놀이터의 모습을 갖추었다.
백화점, 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도 ‘남자’를 중심에 두고 말이다. 백화점과 마트의 주 고객이 여성인 건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이 눈에 띄는 변화가 말해 주고 있듯 남자들의 소비 성향이 달라지고 있다. 굳이 수치를 근거 삼지 않더라도 변화를 읽어 내는 건 어렵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들이 ‘멘즈 전용’ 공간들을 선보였는가 하면, 일부 패션·뷰티 브랜드도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디스플레이 공간이 아닌 남자의 스타일 혹은 휴식 등을 콘셉트로 한 공간을 매장 내 배치하는 등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전략적 변신을 꾀해 왔다.

여기까지가 1세대적인 변화였다면,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2.0’의 성격을 띤다. 남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놀 수 있는 놀이터 성격의 플레이스를 만든 것. 쇼핑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분명 있지만, 궁금증과 호기심에 일단 ‘구경꾼’들이 몰려 들고 있으니, 대략 성공이다.


‘상품’ 아닌 ‘문화’로 접근, 남자들 마음 홀리다
가히 그 선두주자이자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스는 바로 ‘일렉트로 마트(Electro Mart)’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많은 사람에게 새로움과 흥미를 줄 수 있는 가전 매장을 드디어 만들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토록 자랑했던 일렉트로 마트는 쉽게 말해 통합 가전 매장이다. 보통 남자들이 가전 및 디지털 기기에 열광한다는 것만 생각해도 온갖 종류의 아이템이 모인 그곳은 충분히 ‘남자 놀이터’ 성격을 띤다. 여기에, 매장 전체를 마치 슈퍼 히어로의 공간처럼 꾸며 놓은 것도 영웅 이야기에 혹 하는 남자들이 홀딱 반할 만한 요소.
클럽모나코 매장 내 통 유리로 된 공간이 바버숍 헤아. 커트가 3만 원, 펌 및 염색 각 10만 원, 전문 습식면도 3만 원, 두피 마사지 8만 원이며, 숙취해소 마사지도 2만5000원에 제공할 예정이다. .
클럽모나코 매장 내 통 유리로 된 공간이 바버숍 헤아. 커트가 3만 원, 펌 및 염색 각 10만 원, 전문 습식면도 3만 원, 두피 마사지 8만 원이며, 숙취해소 마사지도 2만5000원에 제공할 예정이다. .
남자도 아니면서 새로운 가전에 대한 호기심도, 욕심도 많은 기자는 지난 7월 초, 오픈 이후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일렉트로 마트를 찾았다. 일산 이마트타운 킨텍스점 지하에 위치한 일렉트로 마트에 들어서니 만화책에서 방금 막 튀어나온 듯한 슈퍼히어로가 반갑게 맞는다. 그 유명한 일렉트로 마트의 상징적인 캐릭터, 일렉트로 맨(Electro Man)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중앙 메인 통로를 중심으로 좌우 아이템별로 매장이 구획돼 있어 약 2644.6㎡ 규모의 거대한 공간감이 한번에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애플숍과 게임 및 카메라 매장을 시작으로 드론, 액션캠, 피규어를 포함한 완구, 프리미엄 오디오, 소형 가전, 대형 가전 매장 등 안으로, 안으로 끝도 없이 계속된 다양한 존재들의 유혹에 발길이 바쁘다.

백화점 대표로는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들어선 ‘클럽모나코 맨즈샵’이 요즘 핫하다. ‘패션’과 ‘바버숍’의 결합이라는, 세계 최초의 이 플레이스는 ‘처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세계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약 132㎡ 규모의 이 공간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클럽모나코’ 매장 내에 한남동의 잇 플레이스인 클래식 바버숍 ‘헤아(Herr)’가 숍 인 숍 형태로 들어선 것으로 쇼핑과 스타일 제안, 그리고 문화생활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남성 토털 공간인 셈이다.

기존 제품에서 확대해 편집매장으로 운영되는 클럽모나코에 남성들만을 위한 맞춤 스타일 상담과 이발, 영국 정통 습식면도 제공에서부터 셰이빙·헤어용품 판매까지 이루지는 헤아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로 신기하고 즐거운 놀이임에 틀림없다. 백화점 의자에 앉아 지루한 듯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남자들에게도 이제 백화점이 놀이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박진영 컨트리뷰팅 에디터│사진 이마트·롯데백화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