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회원권 시세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한때 1억 원 이상에 거래되던 톱클래스의 회원권들도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주저앉았고, 대다수 회원권은 시세가 반환 보증금 수준까지 하락했다. 예나 지금이나 투자보다는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보증금이 지지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매수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COVER STORY] 피트니스 회원권 시장, 보증금 수준 하락…전문가들 ‘매수 적기’
피트니스 회원권은 그 특성상 다른 멤버십 회원권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가장 덜한 게 정상이다. 골프장이나 콘도, 리조트는 그야말로 여가생활이지만, 피트니스클럽은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터라 자산으로서 처분할 경우에도 가장 뒤늦게 처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성수기가 따로 없는 것도 그 배경이다. 물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연초에 거래가 가장 활발한 측면도 분명 있지만, 골프장처럼 딱히 시즌과 비시즌이 구분돼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점 대비 회원권 가격은 60% 이상 떨어졌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일부 피트니스클럽이 오른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회원권들이 거의 보증금 수준까지 빠졌다. 업계 전문가들도 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유정 에이스회원권 차장은 “피트니스 회원권은 투자성이 아니기 때문에 지지선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과도하게 빠진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변함없는 명문 클럽
신라·하얏트호텔 5000만 원대

피트니스 회원권 시세가 하락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골프 회원권 중심으로 회원권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으면서 동반 하락한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일부 호텔 등의 신규 분양 및 리뉴얼 후 추가 분양 등 공급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회원권 가격을 보면 하락의 수준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리뉴얼 후 1억 원에 추가 분양을 한 신라호텔을 제외하고 현재 1억 원 이상 거래되는 회원권은 없다. 한때 1억5000만 원 선까지 갔던 하얏트호텔 클럽 올림퍼스 여자 회원권은 현재 3분의 1가량 수준인 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고, 하얏트호텔과 더불어 1억 원 이상에 거래됐던 신라호텔도 남자 회원이 3200만 원, 여자 회원이 5500만 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그나마 신라호텔은 3차에 걸친 신규 분양에 많은 인원이 몰려 성공리에 분양을 마치는 등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사실 예전만 해도 신라호텔이나 하얏트호텔 회원권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국내 호텔 멤버십 피트니스클럽 1세대로 그야말로 상위 1% 중에서도 하이엔드에게만 허락된 ‘그들만의 공간’이었기 때문. ‘몸값’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 명성은 여전하다. 신라호텔이 리뉴얼 후 기존 회원들에게 추가 보증금으로 개인 회원 1000만 원, 부부 회원 1500만 원을 요청해 90% 이상의 회원들에게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라호텔은 워낙 명문 클럽이라 신라를 팔고 갈 데가 없기 때문에 강제 사항이 아님에도 자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 측은 추가 보증금을 내지 않은 기존 회원들에게는 연회비에 차등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1월 현재 하얏트호텔과 신라호텔보다 가격이 높은 곳은 W호텔 스웨트(Sweat) 피트니스다. 아직 분양이 마무리되지 않은 이곳은 개인 5700만 원, 부부 8300만 원으로 최고가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원권 가격이 아닌 분양 가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데다 시설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W호텔 회원권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건 지리적 한계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피트니스 회원권의 선택 기준은 첫째가 접근성이다.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며 ‘운동’의 목적보다 상류층 사교와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짙었던 하얏트호텔과 신라호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피트니스클럽들은 인근에 생활 기반을 둔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남성은 직장 근처, 여성은 집 근처 피트니스를 이용하는 식이다. 부부 회원권이 퇴색한 이유도 여기 있다. 한 회원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부 회원권이 인기였는데 최근에는 각자 접근성을 우선하다 보니 개인 회원권 위주로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피트니스 회원권은 더 좋은 시설을 찾아 ‘원정’을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례로 개인 회원권 600만 원에 거래 중인 리베라호텔 피트니스클럽은 호텔 피트니스클럽치고 가격대가 낮지만 주변 청담동 고급주택 거주자들이 선호한다.
[COVER STORY] 피트니스 회원권 시장, 보증금 수준 하락…전문가들 ‘매수 적기’
최근에 오픈한 콘래드서울호텔 펄스에이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클럽501, JW메리어트호텔 ‘마르퀴스 더말 스파 피트니스’ 등도 여전히 분양 중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콘래드와 JW메리어트 동대문도 거주지 기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접근성에 따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2001년부터 분양을 시작해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 회원이 많기로 유명한 반포 JW메리어트는 다른 피트니스클럽에 비해 3배 정도 규모이다 보니 회원 수 자체가 워낙 많은 게 미분양의 원인으로 꼽힌다.


접근성이 선택의 우선 기준, 보증금과 차이 적을수록 유리
큰 변화가 없는 피트니스 회원권 시장에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면 바로 연간 회원권(연회원)의 등장이었다. 시작은 2012년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이 호텔을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피트니스클럽을 없앨 계획을 밝히자 회원들과 호텔 간 법적 소송이 진행되면서다. 이후 양측 간 분쟁이 무마되면서 호텔 측은 연회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일반 회원권보다 연회비를 더 내고 클럽을 사용하는 연회원은 보통 평생회원제를 하기 힘든 외국인들에게 일반적인 형태였으나, 큰돈을 들이지 않고 호텔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였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굳이 회원권을 살 필요가 없었고, 이는 다시 회원권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당연히 기존 회원과의 충돌도 생겨났다.
[COVER STORY] 피트니스 회원권 시장, 보증금 수준 하락…전문가들 ‘매수 적기’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연회원보다 오히려 회원권을 매수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환 시 돌려주는 보증금 가격과 거의 비슷해졌기 때문. 신 차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COVER STORY] 피트니스 회원권 시장, 보증금 수준 하락…전문가들 ‘매수 적기’
“보증금은 회원권 가격의 지지선 역할을 합니다. 더 떨어지면 반환을 요청하면 되니까요. 따라서 보증금과 회원권 가격에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브레이크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보증금이 낮은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은 워낙 명성이 높고 회원들의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보증금이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리츠칼튼호텔과 플라자호텔, 조선호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JW메리어트(반포) 등 대부분의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이 보증금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COVER STORY] 피트니스 회원권 시장, 보증금 수준 하락…전문가들 ‘매수 적기’
가격이 하락했어도 피트니스 회원권은 여전히 ‘대중화’와 거리가 먼 영역이다. 회원권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년 납부하는 연회비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기 때문. 연회비는 보통 연 5~7% 정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데, 개인 회원 기준으로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350만 원에 이르는 연회비가 책정돼 있으며, 별도의 개서비도 납부해야 한다. 회원 자격 심사가 까다롭다는 것도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장벽이다. 대부분 자체적인 입회 심사를 거치는데 실제로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한편 호텔 피트니스클럽 외에 프리미엄급으로 운영되는 멤버십 피트니스클럽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반트와 코오롱 스포렉스, 스포월드, 스포타임 등이다. 이 정도를 제외하고 전문 스포츠클럽의 회원권은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 신 차장은 “시세와 보증금이 객관화돼 있지 않은 피트니스 회원권을 구매할 때는 보증금 반환이 얼마나 가능한지, 운영주체의 재무 상태가 괜찮은지 등을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