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파레토투자자문 대표이사

파레토투자자문은 세종증권과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윤재현 대표가 2009년 설립한 투자자문사다. 가치주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파레토투자자문의 윤재현 대표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MARKET LEADER] “수익 안정적이면 PER 15배 종목도 매력적”
윤재현 파레토투자자문 대표는 리서치센터장 시절 영업점 직원들과의 일화로 유명하다. 고객 접점에 있는 영업맨들이 리서치센터에 원하는 건 하나다. 그날 많이 오를 종목을 추천하는 것. 리서치센터장 입장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진정한 의미의 투자도 아니다. 그래서 영업맨들에게 자신이 직접투자를 할 테니까 나중에 수익률을 비교해보자는 제안을 내놨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 직원은 주식투자를 못 할 때였지만, 근로자주식저축 계좌를 이용하면 주식투자가 가능했다. 2000년 말, 리서치에 근거해 직접투자에 나선 그는 1년 만에 3~4배의 수익을 냈다. 그렇게 시작한 투자금은 2006년 계좌를 정리할 때 약 30억 원으로 불어났고, 파레토투자자문의 자본금이 됐다.


수익률을 보고 영업점 직원들이 달라지던가요.
“지점장들이 수긍은 하면서도 그렇게 영업하지는 못하더라고요. 투자 문화가 한번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영업점에서는 수수료 베이스로 돌리니까 그런 식의 투자가 사실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영업점에서 관리하는 계좌가 시장 평균보다 낮은 게 많아요.”


당시 투자했던 종목은 어떤 종목입니까.
“롯데삼강, 현대차우선주, 일성신약 등이 대표적인 종목입니다. 대우증권 시절 금융팀장을 지냈는데, 금융주 중에 보험주를 특히 좋아합니다. 보험주 투자로도 적잖은 수익을 올렸고요. 현시점에서 보면 50배, 100배 가까이 수익인 난 게 많습니다. 저는 2~3배 먹고 팔았지만요. 지금 보면 대단한 주식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여 투자자문사를 차린 거죠.”


전문경영인 생활도 하셨는데요.
“샐러리맨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업을 하려니까 겁도 나고 해서 고용 사장을 먼저 했습니다. 한 3년 투자자문사를 경영해보니까 큰 욕심 없이 하면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수익률도 다른 투자자문사보다 낫고요. 그래서 2009년 파레토투자자문을 차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지인들 자금을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자신감이 좀 생겨서 회사를 좀 더 키울 계획입니다. 영업과 마케팅 임원을 영입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회사를 키우겠다는 건 자신감의 표현인데요.
“마케팅 인력이 들어오면 운용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케팅 담당은 고객 입장에서 얘기를 많이 하니까요. 기관투자가가 많은 자문사가 오래 가기 어려운 이유는 고객의 입김이 워낙 세서 그런 겁니다. 제가 운용 철학을 지킬 수 있을 때 마케팅 담당자를 두겠다는 소신을 가지게 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입니다.”


5년간 수익률 217.28% 고객도 있어

수익률이 뒷받침되니까 확장도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저희 고객 중에 5년간 계좌를 유지하신 분이 있습니다. 그분 수익률이 217.28%(8월 20일 기준)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28.83%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익률이죠. 최근 3개월 평균은 6.73%, 1년은 25.93% 정도입니다.”


가치주 투자로 그만큼의 수익을 올리신 건가요.
“네. 저평가된 가치주는 여전히 많습니다. 리서치를 통해 2000여 개 종목 중 약 100개 종목을 추립니다. 내부 회의를 거쳐 그중에서 다시 10여 개 종목으로 압축합니다. 운용 자금이 많지 않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자금 규모가 커지면 투자 철학을 유지하기 어려울 텐데요.
“자문사는 고객의 수익률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게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운용 규모가 몇조 원대면 시장수익률에 근접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지금 정도의 수익률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올 초 약 200억 원이던 투자금이 현재는 417억 원으로 불었습니다. 제 생각엔 1500억 원 수준까지는 문제없지 않나 싶습니다.”


가치주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를 텐데요.
“예전보다 가치주 찾기가 어려워진 건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이하면 싸다고 했는데, 지금은 실적이 안정적이기만 하면 연간 주당순이익(EPS)이 3~4%만 올라도 PER 15배도 싸다고 판단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이 주식에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가계 비중이 70% 중반에서 60% 후반까지 내려왔습니다. 반대로 기업 비중은 5%에서 15%로 늘어났어요. 부가 기업으로 몰리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기업을 경영하기는 어려우니까, 주식에 투자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2분기에만 3억 원 이상 흑자가 났던데요, 운용 자금에 비해 흑자가 많이 났습니다.
“수익률이 좋으면 성과 보수가 따르니까요. 고객들은 기존 수수료에 대해서는 불평을 해도 성과 보수에 대해서는 인색하지 않습니다. 수탁고의 대부분이 주식형 일임이라 성과 보수가 많았습니다.”


코오롱·SKT, 최근 포트폴리오에 편입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하셨나요.
“하나하나 말씀드리기가 그렇긴 한데, 수익률이 좋았던 대표적인 종목으로 2011년에 투자한 대상이 있습니다. 8000원대부터 사기 시작해 평균 9000원에 매집해서 1만6000원대에 팔았습니다. 식음료회사가 가공식품을 론칭한 후 이익을 내는 게 굉장히 힘듭니다. CJ제일제당도 가공식품으로 이익을 낸 게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상은 가공식품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했거든요.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꾼 것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그전에 투자한 우리파이낸셜(현 KB파이낸셜)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영업을 거의 안 하다 2006년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됐어요. 우리금융지주에 들어가면 당연히 영업 기반이 확대되니까 실적이 늘 수밖에 없죠. 평균 6000원대에 매수해 1만6000원 선에서 팔았습니다. 그때는 배당도 잘 나올 때라 주당 300~400원의 배당 수익도 올렸고요. 실제 원금의 3배 가까이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국토지신탁도 800원대 매수해서 1300원대 매도했고요. 그런 종목이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고객이 먼저 전화해서 ‘충분히 번 거 아니냐’고 해서 판 적도 있습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종목을 담고 있습니까.
“대형주로는 강원랜드, CJ제일제당, 효성, SKT 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과 효성은 3개월 이상 보유 중인데, 둘 다 30% 이상 올랐습니다. SKT는 최근에 매입하기 시작했고요.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는 게 예전보다 어려워졌습니다. 산업 성장성이 떨어지고 금리도 2%일 경우 비즈니스 자체가 안정적이면 PER 15배라도 괜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강원랜드, SKT 등은 그런 관점에서 투자했습니다.”


중소형주 중에 어떤 종목에 투자하셨습니까.
“대신증권 같은 증권주와 코오롱 등 지주회사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너들이 보유한 지주사가 최종 승자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주사 중에서는 코오롱이 현재 실적은 나쁘지만 계열사들을 보면 저평가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자회사만 보더라도 시가총액 3200억 원은 너무 싼 거죠.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종목이 아닌가 싶어요.”


대신증권은 좀 의외입니다.
“대신증권은 1년 전에 샀는데, 그 시점을 바닥이라고 봤어요. 증권주는 대형주와 다시 소형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형주는 다시 미래에셋, 삼성증권처럼 자산관리가 중심인 곳과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처럼 브로커리지에 주력하는 곳으로 나뉘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은 기업은 좋은데 주가가 떨어진 적이 없어요. 대우증권과 우리투자는 헤지펀드를 하면서 증자해서 주가는 낮지만 주식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정부 입김이 강하다는 점도 있고요. 한국투자증권은 비즈니스도 좋고, 오너도 믿을 만한데 주가가 내린 적이 없어요. 반면 대신증권은 오너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자산 가치가 있어서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보다는 낫습니다.”


소형주 중에는 원인머티리얼, DNF 등을 유망하다고 보시는 듯합니다.
“소형주는 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발굴한 종목인데, 재무제표를 보고 직원들의 논리가 맞으면 사라고 합니다. 둘 다 정보기술(IT) 관련주인데, 반도체 재료 종목이라 마진도 좋고 실적도 꾸준한 편입니다.”


매매 판단을 어떻게 하십니까. 실적이 언제 주가에 반영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오랫동안 시장에 참여하면서 몸으로 익혔다고 해야 할까요. 차티스트들은 차트를 보고 매매하는데, 그런 분들은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 선인지를 몰라요. 기업 가치가 1000원짜리인 종목의 주가가 1만 원대에 놀 수도 있잖아요. 차티스트들은 그 회사의 주가가 8000원대면 싸다고 하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고평가된 거죠. 이 경우에도 기업이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나뿐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알아줘야 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으로 그걸 압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