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낙관론, 근거는 무엇인가

지난 20세기, 퇴보와 절망이라는 암흑의 역사 속에 갇힌 채 이른바 ‘위기의 대륙(Continent in Crisis)’으로 불리던 아프리카가 불과 10년 사이에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찬 희망의 대륙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2014년에도 계속되는 아프리카 낙관론, 그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살펴본다.
[SPECIAL REPORT] 자원개발 붐, 정치 민주화…6%대 경제성장률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아프리카 대륙은 2000년대 들어 내전이 크게 감소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말리 사태 등 국지적으로는 여전히 정정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나 대륙 전체로 보면 안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 복수정당제 도입 등 민주화 분위기 또한 아프리카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자원개발 붐이 조성되면서 아프리카가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 엔진’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그동안 장기 내전과 열악한 인프라로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막대한 규모의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그만큼 개발의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비중이 현재 12%에서 오는 2020년에는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아프리카는 시베리아 지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자원개발 프런티어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아프리카의 자원개발 잠재력은 석유자원 이외에도 전 세계 국토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광활한 대륙에 매장돼 있는 엄청난 양의 광물자원에서도 비롯된다. 다이아몬드, 코발트, 크롬의 매장량은 독보적인 수준이며 이 밖에도 우라늄, 니켈, 유연탄 등의 자원이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

이처럼 정치적 안정과 자원개발 붐이 결부되면서 아프리카 경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1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을 제외하면 5~6%대의 높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아프리카 경제규모(GDP)가 2000년 3000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1조 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났으며, 오는 2020년에는 2조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 10개국 중 6개국이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 기관인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머지않아 아프리카가 아시아의 경제 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년간(2001~2010)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시현한 10개국에는 아프리카 6개국이 포함됐으며, 2011~2015년에는 7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아프리카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2010년 10월 아프리카의 유망 신흥시장으로 ‘아프리카-11(콩고·이집트·에티오피아·케냐·모로코·나이지리아·남아공·수단·탄자니아·우간다·짐바브웨)’을 선정했는데,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GDP)가 오는 2050년경에는 브라질 또는 러시아를 능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000년에만 해도 아프리카를 ‘희망이 없는 대륙(The hopeless continent)’으로 묘사했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2011·2013) 그 시각을 크게 바꿔 ‘부상하는 아프리카(Africa rising)’, ‘희망 넘치는 대륙(A hopeful continent)’을 표지 기사로 다루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아프리카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천연자원 이외에도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비효율적인 정책 요인들이 개선되면서 나타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경제는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프리카 대륙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위 아프리카 낙관론(Afro-optimism)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향후 아프리카가 더 많은 정치적 안정을 이룩해낸다면 지구상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진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새로운 성장 엔진을 기대하기 어렵고, 브릭스(BRICs) 국가들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아프리카가 새로운 포스트 브릭스 시장으로 부상할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4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KPMG는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은 성숙 시장으로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아프리카로 집중되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많다. 최근의 아프리카 경제 성적표는 자생적 또는 내생적 발전이라기보다는 대외 경제 요인의 변화 즉, 주력 수출 상품인 원유, 광물, 목재 등 1차산품의 국제 가격 상승에 기인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 텐데, 아프리카 54개국 중 대부분의 국가들이 저성장의 함정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경제가 천연자원에 의해서만 견인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일반론적인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국가들 가운데에는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자원부국 이외에도 에티오피아, 르완다와 같이 자원빈국이자 최빈국으로 낙인찍힌 국가들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천연자원 이외에도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비효율적인 정책 요인들이 개선되면서 나타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대기업, 항만·도로 등 인프라 건설 분야 진출 러시
아프리카가 새롭게 조명됨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13년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신흥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60개사)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아프리카를 주력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21.4%로 중남미(25%)와 비슷하게 나왔으며, 진출 희망 분야로는 발전시설, 항만, 도로, 주택 등 인프라 건설과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꼽았다. 사실,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불도저와 망치 소리가 총소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건설 붐이 조성되고 있다. KPMG는 2013년 인프라 건설 분야에 관한 한 아프리카를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신흥시장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세계적인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 역시 아프리카에서 인프라 건설을 자원개발과 함께 성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평가하고 있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