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TY FOCUS

박근혜 정부가 그린벨트에 대한 정책을 내놨다. 더 이상 풀지는 않되 관광·레저용으로 이용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발표에 따라 그린벨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開發制限區域)은 당연히 지켜야 할 정책으로 환경보전이나 도시의 무계획적인 팽창, 도시들 간의 연담화를 막기 위해서 혹은 국방상의 이유로 꼭 있어야 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REALTY FOCUS] 박근혜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개발 시대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서울 주변을 1971년에 묶은 지 43년이 됐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주택처럼 그린벨트를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사람과 완전히 풀어서 다시 손질하자는 재건축·재개발 형식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진 유일한 국토정책으로 평가되고 있고,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보고 있는 안정적인 정책을 왜 선거 전후가 되면 갑론을박할까.


근본 취지는 살리되 활용도는 높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3년 12월 8일 그린벨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최신 정책이 나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보전을 근본으로 하되 인위적 개발을 최소화하며 도시의 건강성과 환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환경·생태·문화 체험 공간 조성 계획에 포함돼 있다. 그 내용은 그린벨트를 더 풀지는 않되 관광·레저용으로 이용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에는 박근혜 정부 5년간 1000억 원이 들어간다. 그린벨트 안에서 도시민들이 즐겨 찾을 만한 산길이나 숲길을 찾아내 새롭게 단장하고, 경관이 좋은 곳에는 공원과 편의시설 등을 꾸미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2014년 걷는 길 21곳(총 길이 116.3km) 조성을 포함해 48개 사업에 254억 원을 쓴다.

발표 자료를 보면 그린벨트를 과거처럼 개발을 제한하면서 방치하는 소극적 관리를 넘어 도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생태 체험·여가·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식공간(relax place)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도심 속 빌딩 내에도 그린벨트와 같은 휴식공간이 있다. 개별 사무실의 휴게 공간이나 회의 공간을 줄여 경비를 절약하는 대신에 오히려 같은 빌딩 내 휴식공간은 늘어가는 추세다. 바로 커피숍이나 빵집, 식당,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이 바로 이러한 빌딩 내 휴식공간으로 그린벨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 지역의 빌딩 임대료를 조사해 보면 1층에 커피숍이나 휴게 공간이 들어 있는 빌딩의 임대료가 더 비싸다. 물론 공실도 적어 투자수익률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빌딩 매매 후 휴게 공간을 입점케 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관건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 전체 그린벨트의 약 28% 해제
서울과 지방 대도시 주변에 설치된 개발제한구역 안의 토지는 대부분이 농지와 산지이며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은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야금야금 해제 후 공공 아파트나 공익사업을 시행했다. 지금 남아 있는 그린벨트 대부분은 말 그대로 보전 가치가 높은 수준급 환경을 가지고 있어 휴게 공간으로서의 가치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권역에 총면적 5397㎢, 전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면적을 그린벨트로 묶었다. 해제의 시작은 2000년 이후이며 지금까지 1510㎢를 풀고, 남은 그린벨트는 3887㎢다.

개발 수요가 넘치고, 원주민의 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풀어버리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발 수요는 도시 내 도시계획의 밀도를 좀 더 높이면 해결할 수 있다. 서울 강남 역세권 주변을 살펴보면 일반상업지역은 역세권 주변만 지정돼 있고 골목길 하나만 더 건너면 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용적률이 많게는 4~5배가 차이 난다. 용도 지역의 조정을 통해서 도시 지역의 개발 밀도를 높여 개발 수요를 해소하는 방향이 직주근접(職住近接)과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 훨씬 생산적이라고 본다. 그 차익은 세금으로 걷어 들여 그린벨트 주민들의 조세 부담 경감과 주거환경 개선에 사용하면 된다고 본다. 40년 이상 그린벨트에서 사는 원주민들은 정서적·경제적으로 안정화돼 있다. 필자가 만난 어느 원주민은 “내가 살거나 가지고 있을 때는 그린벨트가 개발이 안 되다가 싸게 팔거나 상속을 하고 나면 그 이후 정부가 풀어서 개발한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지켜오고 인내해온 사람은 손해보고, 해제될 것을 알고 투기한 사람은 높은 가격을 받게 된다. 그러니 형평성 차원에서 풀 거라면 40년 동안 지켜온 원주민을 위해서 당장 풀어 달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애국하는 원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개발 논리와 정치 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REALTY FOCUS] 박근혜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대표적인 사례가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 17㎢다. 무려 17㎢가 해제됐지만, 아파트 조성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단됐다. 이에 보존 가치가 없어 해제했다면 순수 원주민들에게는 그 개발권을 양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시의 주거환경과 경제 경쟁력 환경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와 직장과의 이동 거리의 문제는 교통으로 해결하고 도시 자체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 스카이라인 관리 방안인 4대 문 안과 5개 부도심의 경우 51층 이상 초고층을 허용한다는 내용은 매우 좋은 사례다.

도시 내 공급이 늘면 가격은 내려간다. 도심 외곽으로 오고가는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그 경계에 있는 환경벨트, 그린벨트는 도시 생활로 고통 받는 시민에게 쉴 수 있고 사색할 수 있는 진정한 휴게 공간으로 유지, 보전돼야 한다고 본다.

빌딩 내 휴게 공간이 임대료를 올려 받듯이 대도시의 경쟁력은 멋진 도서관, 미술관, 찻집과 같은 휴게 공간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 높아질 것이다.


장대섭 한국부동산금융연구소 소장 겸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