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현 펀드온라인 코리아 대표

10월 문을 연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47개 자산운용사와 증권 관련 기관이 주주로 참여한 펀드 판매사다. 국내 최초 펀드 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 코리아의 차문현 대표를 만나 경영 철학과 펀드 시장 활성화의 복안을 들었다.
[NEW FACE] “하모니 경영으로 펀드 시장 활기 불어넣겠다”
차문현 대표는…
1954년생. 1972년 경남상고(현 부경고) 졸업. 1990년 고려대 경영학 석사 (MBA). 2008년 한성대 박사(재무관리). 1972년 부산은행 입행. 1995년 동화은행 지점장. 1998년 제일투자신탁 이사. 2001년 우리투자증권 상무.
2005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2010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
2013년 펀드온라인 코리아 대표이사



차문현 펀드온라인 코리아 대표는 금융권에서 ‘오뚜기 사장님’으로 불린다. 은행원 시절엔 상고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지점장까지 승승장구했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는 실직의 아픔을 딛고 증권맨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5년 유리자산운용 대표로 자산운용업에 뛰어든 그는 당시로는 생소하던 인덱스펀드와 스몰캡 펀드 등으로 펀드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9월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에서 새로 출범한 펀드온라인 코리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그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빌딩 11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펀드온라인 코리아의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 출범의 의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펀드 슈퍼마켓입니다. 펀드 슈퍼마켓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펀드 판매 채널로 인터넷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손쉽고 저렴하게 펀드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의 출범은 단순히 또 하나의 펀드 판매 채널이 생겼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침체된 펀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의 출범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 펀드에 가입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판매 구조로대형 운용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운용사의 우수 펀드도 투자자와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결국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펀드판매사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국내 최초의 펀드 슈퍼마켓입니다. 관심도 많고, 그에 따른 부담도 크실 텐데요. 펀드온라인 코리아를 어떤 회사로 키울지 복안을 갖고 계시는지요.
“저는 ‘정직’을 제일 원칙으로 삼는 ‘하모니(HARMONY)’ 경영 철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즉, 정직하게(Honesty)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고, 항상 반성하는 자세로(Apology)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정도 경영(Rule)과 윤리 경영(Morality)을 실천하며 항상 현장에서(On the spot)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사회공헌(Noblesse oblige)은 물론 상대방을 배려하는 조직문화(You & I)를 구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받는 회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펀드 시장 침체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담쟁이 넝쿨이 타고 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펀드온라인 코리아 앞에 많은 장애가 있겠지만 모두 힘을 합친다면 담쟁이처럼 아무리 높은 벽이라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펀드온라인 코리아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운용사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운용사들의 니즈를 잘 아실 듯합니다. 운용사 사장 시절 판매 채널 부족으로 한계를 느낀 적이 있었는지요.
“자산운용사 대표 시절에 중소형주 펀드와 인덱스펀드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중소형주 펀드는 무려 3년 동안 꾸준히 높은 성과를 올린 데다 액티브펀드와 인덱스펀드의 성과 대결 이벤트 등으로 국내 대표 인덱스펀드 운용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 비해 자금을 모으는 데는 금융 회사 계열이 아닌 독립계 자산운용사로서 다소 한계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펀드 슈퍼마켓이 활성화되면 판매 계열사가 없더라도 우수한 운용 능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대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펀드온라인 코리아가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온라인 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실명 확인 절차의 개선과 독립재무설계사(IFA)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현재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면 본인의 실명 확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금융 회사에 반드시 방문해야 합니다. 보험 상품이 본인 명의의 공인인증서만으로도 온라인상에서 가입이 가능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온라인 펀드 시장이란 취지에 맞게 보다 간소화할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펀드 시장의 침체를 바꿀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IFA 제도는 펀드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IFA와 펀드 슈퍼마켓이 상호 연계해 시장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펀드 슈퍼마켓만으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자문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IFA의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한국 펀드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투자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교육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47개 자산운용사 및 증권 관련 기관 등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된 공익적인 펀드 판매 회사입니다. 투자자와 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다양한 투자 교육 활동을 적극 펼쳐 나갈 것입니다. 특히 온라인이란 강점을 살려 투자자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외부 투자 교육 전문 기관과 협력해서 지속적인 투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입니다. 투자자들이 필요로 한다면 투자와 관련된 어떤 내용이든,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가 알려드리고 도와드리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차 대표님은 은행에서 출발해 투신사, 증권사, 운용사 등을 두루 거치셨습니다. 평탄하지만은 않은 금융인의 길을 걸으셨는데요, 금융인의 길을 한 마디로 정의해주십시오.
“일본 최고의 명장이라고 불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간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머나먼 길을 가는 나그네와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금융인의 길이야말로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권한보다는 매우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요구받는 무거운 직업입니다. 고대 중국의 고전인 ‘설원’을 보면 윗사람으로서 남이 비판을 해주면 감사해하는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금융인이야말로 이 같은 자세로 항상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뒤돌아보면 개인이나 조직 관리에 있어 반성할 점이 많습니다. 금융인이라면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반성하고 좀 더 개선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NEW FACE] “하모니 경영으로 펀드 시장 활기 불어넣겠다”
금융 업계에 있으면서 깨달은 투자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을 버린다면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속도를 늦추니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이유도 없고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낮출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투자하므로 이자가 이자를 만드는 복리의 마술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투자 상품에 따르는 수수료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비록 작은 차이라도 투자 기간이 오래되면 커지게 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수수료가 훗날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최저 비용으로 장기간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이기는 투자’를 지향해야 합니다.”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중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차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은행에 입사해 3년이 지나고 강원도 전방 사단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고된 훈련과 밤낮 없이 이어지는 야간 경계 근무 때문에 하루가 1년처럼 느껴지던 군대 생활 동안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빵 한 봉지가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가 될 수 있다는 ‘배려의 힘’을 배운 것입니다.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논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즉, 덕이 있으면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해 베풀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얻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먼저 베풀면 나를 믿어주는 마음과 나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하나 둘 모여서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큰 성공이 돌아옵니다. 제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원칙이 바로 이것입니다.”


끝으로 펀드온라인 코리아 예비 고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러시아의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가 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삶’과 ‘투자’는 그 원리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보다는 긴 호흡으로 먼 미래를 보는 것이 투자의 기본 시작입니다. 장기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며 비용을 줄이는 현명한 투자를 한다면 고객들의 노후 준비나 내 집 마련과 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펀드온라인 코리아는 고객의 현명한 투자를 돕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