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프렌치 레스토랑 비앙 에트르

푸근하고 한적한 동네에서 세련된 외관의 레스토랑과 마주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고급 갤러리인가 싶어 문을 열었는데 맛있는 냄새가 코끝 미세신경을 자극할 때, 그 두근거림이란. 서울 삼청동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비앙 에트르(bien etre)’는 반전의 즐거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영혼이 깃든 음식으로 손님에게 건강과 평온을 선물하고 싶은 셰프가 있다.
Info 비앙 에트르위치 서울 종로구 화동 106-5 2층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오후 3시, 저녁 오후 6~10시, 매주 월요일·명절 당일 휴무 가격대 런치 코스 3만3000원, 디너 코스 7만7000원부터문의 02-720-3959
Info 비앙 에트르위치 서울 종로구 화동 106-5 2층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오후 3시, 저녁 오후 6~10시, 매주 월요일·명절 당일 휴무 가격대 런치 코스 3만3000원, 디너 코스 7만7000원부터문의 02-720-3959
삼청동 길을 올라가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끼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방향으로 100m쯤 걸었을까. 골목 어귀에 유럽의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삼청동의 분위기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 건물은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송원아트센터다. 독특한 외형과 다크 그레이의 스틸 벽재로 지어진 건물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통한다. 송원아트센터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비앙 에트르는 갤러리에서 맛보는 정통 프렌치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시선을 끈다. 실내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탁 트인 공간에 화이트와 민트로 꾸며진 테이블 세팅이 화사하면서도 멋스럽다. 갤러리로 쓰려던 공간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하다 보니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화사한 컬러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새하얀 테이블보 위에 제대로 된 프렌치 정찬이 차려지면 이 공간은 비로소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어느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다. 손님 가운데도 ‘느낌 아는’ 프랑스인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비즈니스맨들이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외국인 바이어와 동행하거나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넓은 실내와 깔끔한 인테리어, 음식, 주변 환경 등이 여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박민재 셰프.
박민재 셰프.
프렌치 1세대 박민재 셰프의‘힐링 요리’
비앙 에트르는 원래 청담동에 있던 비스트로(bistro)다. 1990년대 초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요리 명문 학교인 르코르동블루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에게 사사한 박민재 셰프가 청담동에 식당 문을 열며 ‘평온한’, ‘건강한’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비앙 에트르’로 이름 붙였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음식을 먹으며 안정과 평화를 찾으라는 의미니, 말 그대로 ‘힐링 푸드’의 원조인 셈. 레스토랑이 송원아트센터로 옮겨오면서 그는 오너 셰프 자리를 내놓고 총괄 셰프를 맡게 됐다. 청담동 시절 단골들은 그의 손맛을 느끼려고 일부러 찾는 경우도 많다. 국내 프렌치 요리 1세대인 박 셰프는 눈으로 보고, 혀로 느끼며, 다음 날 자고 일어나도 속이 편한 요리를 추구한다. 특히 가니에르에게 전수받은 정교한 플래이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예가 김영환의 그릇에 간결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담아내는 기술은 감탄을 자아낸다.
독특한 데커레이션이 돋보이는 전채요리 토마토 가스파초 수프.
독특한 데커레이션이 돋보이는 전채요리 토마토 가스파초 수프.
인터뷰를 잠시 쉬는 사이, 박 셰프가 전채로 먹기에 적당한 차가운 토마토 가스파초 수프를 내왔다. 대게 속살과 오이, 아보카도, 망고 등을 층층이 쌓아올리고 차게 식힌 토마토수프를 끼얹고 여기에 튀긴 스파게티 면으로 포인트를 줬다. 하얀 접시 한쪽에는 점을 찍듯 색색의 소스를 떨어뜨려 장식을 마무리했다. ‘이 예쁜 걸 어떻게 먹나…’하는 사이 손은 이미 음식으로 향하고 있다. 과연, 여심을 자극하는 담음새였다.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이 일품인 토마토 가스파초 수프는 주 요리를 먹기 전 입맛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셰프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디저트 플레이트.
셰프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디저트 플레이트.
비앙 에트르에서는 메뉴로 아뮤즈 부시, 전채, 생선 혹은 육류, 디저트, 커피가 준비되며, 하루 전에 예약하면 박 셰프가 추천하는 제철 코스 요리도 맛볼 수 있다. 그 밖에 달팽이 요리, 배춧잎으로 만든 닭 안심과 푸아그라 등을 단품으로 고르는 것도 가능해 선택의 폭이 넓다.
비앙 에트르의 시그니처 디저트 수플레.
비앙 에트르의 시그니처 디저트 수플레.
코스 수준의 디저트도 놓치면 안 된다. 특히 달걀 흰자로 만든 수플레는 반드시 먹어볼 것. 프랑스에서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는 폭신폭신한 수플레를 먹기 위해 일부러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프렌치 요리를 온전히 즐기려면 2시간 정도 느긋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박 셰프는 조언했다. 아뮤즈 부시부터 달달한 디저트까지 제대로 힐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앙 에트르는 진정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자에게 허락되는 공간이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