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롯데호텔서울 식음팀 캡틴


최근 이색 ‘소믈리에’가 등장했다. 물맛을 감별한다는 ‘워터소믈리에’다. ‘물맛에 감별까지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생수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등장한 천차만별의 물을 잘 골라 마셔야 한다는 것이 워터소믈리에들의 설명이다.


처음 먹는 샘물을 시중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봉이 김선달’을 떠올리며 “누가 물을 사서 마시겠느냐”며 비웃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물을 사서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의 다양한 생수가 수입돼 물을 골라 마셔야 할 정도다.

수십 가지의 생수가 시중에 나오면서 이제 물을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다 똑같아 보이는 물도 맛과 특징이 조금씩 달라 결정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처럼 해외 프리미엄 생수를 비롯해 생수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긴 신종 직업이 ‘워터소믈리에’다.

워터소믈리에는 여러 가지 물의 특성을 공부하고 맛을 구별해 좋은 물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요리에 어울리는 물을 추천하거나 물의 성격을 파악해 칵테일을 만드는 워터소믈리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2011년 9월부터 워터소믈리에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배출한 워터소믈리에는 총 45명. 김도형 롯데호텔서울 식음팀 캡틴도 지난해 워터소믈리에 양성 과정을 통해 워터소믈리에 자격인증서를 받았다. 그의 도움으로 워터소믈리에와 물의 종류 및 성격에 대해 알아봤다.
[프리미엄 생수 시장] 물맛 평가하는 물 감별사, 워터소믈리에
워터소믈리에에 지원한 계기는.

“호텔의 고객을 대하면서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와인을 권하기 전에 항상 어떤 물을 마실지 물어본다. 외식업계에서 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워터소믈리에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들어서 지원하게 됐다.”


어떤 교육을 받았나.

“기본적으로는 와인 감별과 비슷하다. 물에서 날 수 있는 냄새와 함유된 광물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통해 좋은 물과 나쁜 물을 가려내는 실습을 많이 했다.”


물맛을 가름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물속에 있는 광물질의 비율이다. 칼슘이나 칼륨, 나트륨, 황 같은 물질이 얼마나 섞여 있느냐에 따라 물맛이 다르다. 또 차가울수록 물맛이 좋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분자구조가 육각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시중의 생수를 많이 테스트 해봤을 텐데 솔직히 어느 물이 가장 맛있나.

“교육 중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었다. 국내외 유명 생수를 대상으로 와인 감별처럼 5점 척도로 균형감, 청량감, 냄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는데, 의외로 국내 모 브랜드의 생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테스터가 한국인이라서 물맛이 친숙했기 때문은 아닌가.

“단순히 입맛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세계 워터소믈리에 평가에서도 K-water가 10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조건을 떠나서 물맛의 질은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느낀다. 실제로 가장 유명한 한 해외 생수 브랜드도 기름기가 있는 맛 때문에 선호도가 나뉘는 것이 사실이다.”


다 비슷한 물맛이 그렇게 다르게 느껴질까 싶다.

“확실히 와인 감별보다 어렵긴 하다. 의식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더 미세한 부분까지 느껴야 한다. 그래도 와인소믈리에를 하면서 익힌 감각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집중하고 맛을 보다 보면 물마다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다.”


물에도 종류와 유형이 있는가.

“크게는 일반적인 스틸 워터(천연 샘물), 탄산이 포함돼 톡 쏘는 스파클링 워터(탄산수)가 있다. 대표적인 스틸 워터로는 아쿠아파나, 에비앙이 있다. 탄산수 중에서는 프랑스의 페리에와 산펠레그리노가 잘 알려져 있다.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닷물인 해양심층수도 인기가 많다.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아 미네랄이 적절하게 들어 있고 나트륨 성분이 있어 살짝 짭짤한 맛이 난다. 코나딥이 대표적이다. 보스워터와 같은 빙하수도 있다.”


앞으로 워터소믈리에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현재 정수기를 사기보다 생수를 사먹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물 시장이 크게 변하는 추세다. 물 부족 문제와 웰빙 추구로 물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본다. 덩달아 워터소믈리에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글 함승민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