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하 UL코리아 사장

UL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환경안전인증회사다. UL코리아는 지난해 말 자동차 칼럼니스트이자 경영컨설턴트 출신의 황순하 전 세라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취임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 사장을 만나 ‘한국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CEO Interview] 경영컨설턴트 출신 사장의 남다른 경영論
UL(Underwriters Laboratories Inc.)은 지난 1세기 동안 비영리법인의 형태로 운영돼 왔다. CEO의 입장에서 비영리법인이라는 것은 배당 걱정, 세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의미다. 비영리법인으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입지를 다져온 UL이 올 1월 1일자로 영리법인으로 전환했다. 영리법인 전환 원년 UL코리아의 첫 CEO로 황순하 전 세라젬 부사장이 취임했다.



CEO로서 받는 중압감

취임 후 5개월을 보내고 있는 황 사장의 일상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었다. 기아차와 대우자판 등 자동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환경안전인증이라는 분야도 생소하려니와 당장 회사 현황을 파악하기도 바빴다. 인터뷰 전주에는 경영진 연수를 위해 중국에 다녀왔고, 일주일 후에는 내년도 사업계획 때문에 미국 출장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리법인이 된다는 건 세금도 내야 하고, 그만큼 이익도 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CEO가 가지는 부담을 피력했다. 심적인 부담뿐 아니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신체적으로도 굉장히 피곤한 상태라고 했다. 대표가 되고 보니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그는 부러 하는 엄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샐러리맨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있었다. 조사에서 일본 샐러리맨들은 가장 선망하는 직책으로 부사장을 꼽았다. 우리나라도 조사해 보면 결과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직책에 따른 스트레스의 레벨을 보면 사원에서 부장, 부장에서 부사장까지 스트레스는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다 사장이 되면 스트레스가 급상승하게 된다.

그는 직접 도표를 그려가며 직책과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요즘 그는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실제로 대표로 취임한 후 5개월 동안 잦은 회의와 회식으로 건강이 많이 상했다. 체력관리의 필요성을 느껴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황순하’라는 이름을 걸고 사장 자리를 맡았는데, 나갈 때 ‘참 잘했다’는 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존심 문제죠.”
[CEO Interview] 경영컨설턴트 출신 사장의 남다른 경영論
UL코리아 임직원에 던진 세 가지 질문

지난 10년 UL코리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삼성과 LG가 성장하면서 본사에서 UL코리아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지금은 향후 10년 성장을 위해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이를 위해 황 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임직원과 1 대 1 면접이었다. 한 번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하루에 4~5명과 면담을 했다. 그렇게 160여 명의 임직원과 면담을 하다 보니 3개월이 훌쩍 가버렸다.

면접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 회사가 너에게 어떤 의미이냐. 둘째, 회사의 비전과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뭔가를 바꿔야 한다면 어떤 걸 개선했으면 좋겠느냐.

“‘본사 회장께 제가 무얼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사람들에게 물어라, 그리고 잘 들어라(Ask People, Listen Carefully)’라고 하시더군요. 회장 말씀도 있었지만 컨설팅을 할 때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를 묻곤 합니다. 4년간 컨설턴트를 하면서 깨달은 건, 문제는 항상 현장에 있고 그 해답도 현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조직에도 똑똑한 조직원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조직의 문제점뿐 아니라 해결책도 알고 있다. 그것만 잘 정리해도 컨설팅의 토대는 마련된다. 거기에 컨설턴트의 노하우와 경영자의 감각이 얹히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면담과 함께 그는 직원들에게 포스트잇을 주며, 일주일에 한 장씩 어떤 불만이든 좋으니 써서 자신의 자리에 붙이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별별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10년의 성장기 동안, 그 이면에 감춰졌던 찌꺼기들이 걸러진 것이다.

“전임 사장께서 워낙 잘 하셔서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고도 성장의 단계에서는 톱 다운(top-down)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면도 생기게 마련이죠. 면담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직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려고 한 거죠.”
[CEO Interview] 경영컨설턴트 출신 사장의 남다른 경영論
[CEO Interview] 경영컨설턴트 출신 사장의 남다른 경영論
자동차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황순하 사장은 자동차를 평가할 때 개발 콘셉트에 주목한다. 그의 기준에서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의 감각이 응집된, 가장 진화한 스타일리시 스포츠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황순하 사장은 자동차를 평가할 때 개발 콘셉트에 주목한다. 그의 기준에서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의 감각이 응집된, 가장 진화한 스타일리시 스포츠카다.
취임 100일 잔치가 갖는 의미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그는 취임 100일 잔치를 열었다. 100일 잔치는 취임사에서 그가 한 약속이기도 했다. 취임식에서 100일 후에 보자고 한 것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부임하자마자 업무 보고를 받으려 했다면 직원들의 반발이 오히려 컸을 터. 자동차가 워밍업이 필요하듯 그는 워밍업을 위한 100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00일 잔치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그는 ‘아이들의 100일 잔치가 그렇듯 CEO로 잘리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의미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나아가야 할 나름의 복안이 섰다는 의미였다.

전 직원이 모인 잔칫날 그는 그간 면담의 성과를 파워포인트로 보여주었다. ‘육아 휴가는 왜 안주냐’에서부터 ‘존경할 만한 시니어 매니저가 없다’ 등 20여 가지의 불만사항이 스크린을 매웠다. 불만의 목소리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로도 임직원들은 속시원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CEO로서 할 수 있는 약속은 했고, 현 상황에서 수용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었다. 주니어 매니저들의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듣기 위해 주니어 보드를 만든 것도 면담의 성과였다. 현재 UL코리아 근무 경력 5~10년 차 주니어들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 1기가 활동 중인데,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등 신이 나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외국계 기업’이 되기 위한 세 가지 비전

“제 목표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외국 기업 되기(to be the most admired foreign company in Korea)’입니다. 그걸 위해 임직원들에게 3가지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성장(growth), 삶의 균형(life balance),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그것입니다.”

성장은 영리법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과제다. 100일 잔칫날 그는 임원들을 따로 불러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임원으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숫자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세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1년 뒤에 보자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삶의 균형을 위해서는 회사의 지원을 약속했다. 기본적으로 근무 시간 외에는 회사 생활(company life)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동호회 등 여가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CSR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재 실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월드타워와 협력으로 송파구 소재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어린이 안전 교육’이다. 그는 세 가지 비전을 실행하다 보면 앞으로 3년 후면 회사 분위기가 어느 정도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00일 잔치를 마치며 그는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로 현재 UL코리아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은 달리는 호랑이 위에 올라 탄 상황이기 때문에 성장을 멈출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그는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중이다.
[CEO Interview] 경영컨설턴트 출신 사장의 남다른 경영論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S 오토매틱
MASERATI GranTurismo S Automatic

마세라티는 지난 100년 동안 레이싱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14년 12월 마세라티 형제들이 레이싱 카 준비를 위한 작업장으로 이탈리아 볼로냐에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Officine Alfieri Maserati)’를 설립한 이후로 약 100년 동안 모터스포츠의 역사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1926년 레이싱 무대에 공식 데뷔한 이후로 23개의 챔피언 타이틀,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대회 32회 우승, 인디애나폴리스 500 2회 우승 등 500여 회 우승을 기록했으며, 2004년 이후에도 12개의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며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당대 모터스포츠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1950년대 후반에 레이싱계에서 은퇴를 선언한 후, 일반 도로용 자동차를 제작하기 시작한 마세라티는 레이싱에서 습득한 기술력과 이탈리안 특유의 창조적인 디자인 능력을 바탕으로 그란투어러 ‘3200GT’를 출시해 트랙과 일상생활에서 모두 사용하기에 손색없다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947년 마세라티는 ‘레이싱용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 제작’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최초의 양산형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인 A6 1500 GT 피닌파리나를 탄생시켰다. 이후 지금까지 짜릿한 드라이빙의 쾌감, 편안한 승차감,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고, 그 어떤 차와도 완전히 차별화된 세그먼트로 럭셔리 스포츠 쿠페 레인지인 그란투리스모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는 개성과 안전성, 파워를 모두 지닌 특별한 차량을 원하는 운전자를 위한 모델로 최고의 스포츠 드라이빙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능들을 담고 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