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반포자이 PB센터 허현수 팀장
부자들이 가지는 여유. 정보에 대한 갈구와 만약을 대비한 예비자금 확보. 7년 차 프라이빗 뱅커(PB) 허현수 팀장이 말하는 ‘부자가 부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허현수 기업은행 반포자이 PB센터 PB팀장은 부자가 부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여유’를 꼽는다. 여기에는 자금의 여유와 심리적인 여유 둘 다 포함된다. 일례로 허 팀장의 고객 중 고액자산가 A 씨의 주식투자 방법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생활에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부릴 수 있는 여유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보통 사람들처럼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손절매도 하지 않는다.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팔지 않고, 주식의 회귀현상을 기다린다. 결국 시간은 부자의 편이다. 시간이 지나 주식이 오르고 당초 설정했던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주식을 판다.
부자들에게 있어 투자, 특히 주식에서 매매를 결정하는 요인은 ‘시간’이 아니라 ‘목표수익률’이다. 성장세가 빨라 목표수익률에 일찍 도달하면 단기에도 주식을 팔 수 있다. 반대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간은 한없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듯 기간에 연연하지 않고 설정 목표수익률 도달 여부에 따라 주식 매매를 결정하는 방식이 부자들의 투자 습관 중 하나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목표수익률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허 팀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 위험 상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보수적인 투자가 늘었다”며 “예전에는 목표수익률을 30% 이상 잡았다면, 지금은 5%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교적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
이 같은 여유는 최근 부동산을 대하는 고액자산가들의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허 팀장은 “고액자산가들 역시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추세이긴 하지만, 급매가 필요 없기 때문에 서민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의 경우 대부분 부동산을 이미 낮은 가격에 샀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습니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지만, 떨어진 지금 가격의 절반 정도 가격에 구입한 경우가 많아요. 또 ‘때가 되면 오른다’는 생각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마진을 많이 보느냐 기다리지 않고 마진을 적게 보느냐의 차이지,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고액자산가들은 부동산이 묶여 있는데도 중도금 대출을 연체하지 않고 오히려 이 시기에 상환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최근 부자들이 부동산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이다. 여기에는 과거보다는 소극적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미련도 작용한다.
“제 고객 중 한 분은 10억 원을 장기로 못 넣고 단기자금으로 끌고 계세요. 괜찮은 수익형 부동산을 찾을 때까지 언제든 뺄 수 있게 준비해 두시는 거죠. 이미 괜찮은 오피스텔로 10%의 수입을 올리는 분도 계십니다. 이분 같은 경우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 준비까지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비자금 확보로 위기 대비
부자들은 정보 수집에 적극적이다. 보통 1차적으로 경제신문을 숙독하고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2차적으로 자기들만의 인맥을 활용해 추가 정보를 획득하고 끝으로 금융기관 PB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확인한다. 정보를 확인할 때도 한 군데 PB보다는 여러 금융기관의 PB로부터 2중, 3중으로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가를 확인하고 자산을 검증 받는 습관이 있다.
“때로는 고객이 PB에게 숙제를 내줄 때도 있습니다. 자료 수집을 하고, 한 번 걸러서 또다시 의논하고 상담하려는 목적이죠. 숙제도 굉장히 구체적이에요. 한 고객의 예를 들면 ‘내일모레 전세 보증금이 5억 들어오는데, 그걸 가지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재투자를 했을 경우 평균 8% 이상의 수익률이 나오는 상품을 제시해 달라’는 식이죠. 여기에 0.1% 단위의 수수료까지 까다롭게 챙기는 편입니다. 자기 자산의 가치 상승이나 하락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세무나 부동산에 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PB보다 많이 아는 부분도 많고요.”
고액자산가 B 씨는 금융위기가 오기 전 획득한 정보로 발 빠르게 움직여 대비를 한 경우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정보를 해외 인맥을 통해 얻었다. 그는 당시 월이자 지급식 8% 금리의 5년짜리 확정형 예금상품에 300억 원을 넣었다. 지금 그는 이 상품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실 B 씨와 같은 경우는 드물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부분 패닉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경험이었던 만큼 위기에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부자들은 위기에 대한 일종에 학습효과가 생긴 셈이다.
최근 부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체크하는 것은 역시 안전 여부다. 위기 시 얼마나 안전한가, 정부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는 않는가 등이다. 또한 유럽 재정위기로 경기가 안 좋아지자 부자들은 대부분 현금과 예금 상품 위주로 예비자금을 확보했다. 주식, 금, 원자재 등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해두고 위기상황에 저평가된 상품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두었다.
실제로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가가 약 40% 하락한 시점에서 유가 관련 상품이 한동안 시중에 쏟아졌다. 이때 투자한 고액자산가들은 30~4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금 역시 온스당 1200달러에 투자해 1800달러로 매매해 큰 수익을 올린 경우도 있다. 특히 금이나 주식 같은 경우 부자들 입장에서는 단기 수익뿐만 아니라 ‘증여’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허 팀장의 설명이다.
“금, 주식, 부동산 등 지금 저평가된 자산을 증여하려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지금의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에 증여세를 아낄 수 있어서죠. 이후에 그것들의 가치가 상승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고요. 그 외에도 그림이나 자녀들의 살림살이, 생활비 지원을 통한 우회 증여를 하기도 합니다. 현금으로 증여하기도 하는데 어떤 분은 5만 원 권이 가득한 금고를 자녀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더군요.”
함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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