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소형주 강세는 국내 증시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소형주의 1월 평균 상승률은 대형주보다 2.39%포인트 높았다.

연초 국내 증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소형주의 강세 현상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시장 전체적으로는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소형주는 비교적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이들이 주도하는 대형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된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주식을 매매하면서 소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 해소 국면으로 접어드는 등 대외 위험 요인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낮은 주식을 위주로 한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소형주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소형주 강세는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 개선보다 수급 요인에 의한 현상으로 지속성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급 요인과 함께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형주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5.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8% 하락한 것에 비하면 6.58%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소형주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5.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8% 하락한 것에 비하면 6.58%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소형주 작년 말부터 상승 지속

유가증권 시장의 소형주 강세는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 종목 중 시가총액이 300위 바깥인 종목을 뜻하는 소형주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5.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8% 하락한 것에 비하면 6.58%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기간 대형주와 중형주는 각각 1.26%와 1.58% 떨어져 코스피 지수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1월 12일 현재 소형주는 전월 말 대비 2.34% 상승해 같은 기간 2.13% 오르는 데 그친 코스피 지수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연초 소형주 강세는 국내 증시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소형주의 1월 평균 상승률은 대형주보다 2.39%포인트 높았다. 소형주 강세는 2월에도 이어져 지난 21년간 대형주에 비해 평균 2.1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소형주 강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다.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간 주요국 대표지수 및 소형주 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 일본, 이탈리아는 소형주가 종합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냈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소형주가 종합지수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인 매수세가 배경

전문가들은 소형주 강세의 원인을 주로 수급 측면에서 찾고 있다. 개인의 거래 비중이 기관 및 외국인보다 높아지면서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소형주의 상승 탄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87.1%에서 12월 89.9%로 높아졌고, 올해 1월에는 90.4%로 상승했다.

개인이 기관 및 외국인보다 활발하게 매매에 나서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인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국내 증시의 주요 매수 주체로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9월처럼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울 가능성은 낮지만 본격적인 매수세로 돌아서지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근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투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환매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의 대규모 매수를 기대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말 사상 최장인 2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지속하면서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연기금의 매수세도 새해 들어서는 한풀 꺾인 양상이다. 비록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운용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연간 11조 원가량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는 않고 있다. 소형주는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권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대형주는 지난해 말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프로그램 매물의 향방에 따라 1월 한 달간 급등락을 반복했다.

소형주 강세가 증시 변동성이 축소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유욱재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간 지수 흐름을 살펴보면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때 소형주 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소형주 중심 종목별 장세 전망

소형주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본격 회복되기 전까지는 대형주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기보다는 실적 개선이나 업황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종목을 위주로 한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소형주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현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한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발표 시즌 후에는 개별 종목의 모멘텀에 따른 종목별 장세가 펼쳐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이 발표되면서 실적 바닥이 확인된 종목과 밸류에이션이 낮아 저가 매력이 있는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 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87.1%에서 12월 89.9%로 높아졌고, 올해 1월에는 90.4%로 상승했다.
유가증권 시장의 개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87.1%에서 12월 89.9%로 높아졌고, 올해 1월에는 90.4%로 상승했다.
실적·정책·밸류에이션으로 종목 선별

실적 개선이나 정책 수혜 등 개별 호재가 뚜렷하고,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상태에 있는 종목에 집중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권하는 소형주 투자 전략이다. 이현주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증가한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며 “업황 개선 조짐이 뚜렷한 정보기술(IT) 부품주와 중국 내수 소비 관련주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변화에 주목한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대형주에 비해 매출 규모나 사업 범위가 작은 소형주는 정부 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박 연구원은 “올해 정부의 교육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9.6% 증가하는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은 7.4% 감소한다”며 “정부의 예산 투입 계획에 따라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분야 내에서도 중고생의 사교육 관련 산업보다는 영유아 교육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에인절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영유아 보육 정책을 강화하는 반면,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교육은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줄기세포 등 바이오 관련주와 헬스케어 관련주도 유망주로 꼽힌다.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관점에서 관련 분야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복지정책 관련주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주요 정당 및 잠재적 대선 후보의 정책이나 선거 공약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이나 인맥 등에 근거한 테마주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 유통, 공공서비스 등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부의 규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계에는 우호적이지만 기업에는 부담을 주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한국경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