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유층과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성장과 소득 증대에 힘입어 이들 계층의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비 상품과 트렌드는 중국뿐 아니라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내수의 상징은 누가 뭐라 해도 자동차다. 그동안 고성장으로 개인소득이 5000달러에 육박하면서 소득이 10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적극적 내수 소비계층이라 할 소득 5000만~3만5000달러 수준의 중산층 인구가 이미 5억 명에 이른다.
자동차 소비를 촉진하는 또 다른 변수라 할 수 있는 도시화율은 현재 40% 후반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도시화율이 70%대라는 사실을 비추어 보면 중국의 도시화율은 현저히 낮다. 중국의 도시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자동차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보급률로 보면 중국은 1000명당 60대 전후로 러시아의 1000명당 300대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자동차 보급률이 1000명당 250대까지 올라가고 도시화율이 70%까지 진행된다면 자동차의 추가 수요는 1억8000만 대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5년 내 소득이 2배로 는다고 가정하면 새로이 중산층에 편입되는 인구와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이동하는 인구의 자동차 모델의 개체 수요도 크게 늘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인기 있는 자동차는 어떤 회사의 어떤 모델일까. 중국자동차협회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중 판매 순위 1위는 상하이GM으로 나타났다. 상하이폭스바겐이 그 뒤를 이었고 3위는 중국제일기차, 현대차와 합작한 베이징현대차는 5위에 랭크됐다. 베스트셀링 카는 상하이폭스바겐의 낭이, 2위는 상하이GM의 카이웨이로 상반기만 각기 13만1600대, 12만1400대가 팔렸다. 베스트셀링 카의 판매 포인트는 무난한 외관과 비교적 넓은 공간이었는데, 이를 통해 중국 중산층들의 무난한 스타일, 다소 보수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었다.
가격은 1위 낭이가 11만2000위안(약 2000만 원) 수준. 부유층의 경우 고급 수입차 선호가 뚜렷한데, 폭스바겐의 제타(Jetta), 일본의 도요타·혼다, 프랑스의 푸조 등의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는 대도시들이 공기오염, 교통난 등 때문에 자동차 구입에 제약을 줘서 다소 판매 속도가 줄었지만, 잠재수요는 어떤 상품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소비와 투자처로 각광받는 와인
와인의 인기도 눈에 띈다. 보이차 등 중국인들의 차 문화는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방·서구화의 영향과 건강 붐이 일면서 독주보다 입맛이 부드러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게다가 와인은 투자 가치도 있다. 중국 부자들은 자산 거품이 심한 부동산은 일찌감치 정리하고, 인플레이션 시대에 유망한 금, 은, 미술품, 골동품으로 눈을 돌렸다가 세계 경기 침체로 그 수요가 줄자 와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와인 소비 붐은 보통 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미국, 1980년대 일본은 고도 성장기에 와인 인구가 급증했다. 중국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와인 소비는 지난 10년간 2배로 증가했고, 2~3년 내 와인의 시장규모는 60억 달러로 세계 6번째 와인 소비국이 될 전망이다.
소비와 투자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와인 상품들이 관심 대상이다. 예를 들어 1982년산 라피트의 가격은 1983년에 3만8000원이었는데, 2000년에는 100만 원을 넘겼고, 2011년에는 1220만 원을 호가해서 10년간 10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국제 금 가격 상승의 4배나 된다. 2011년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1961년산 라투르 임페리얼(6리터)은 2억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처럼 와인 투자 평균 수익률이 12~15%를 웃돌자 예술품, 금 투자 쪽 자금까지 몰리면서 중국엔 고급 와인을 취급하는 시장중개인, 와인 전문회사, 와인 거래소까지 생겨났다. 중국은행, 자오상은행등은 프랑스 와인 농장과 홍콩의 유명 주류 경매회사들과 함께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부자들을 대상으로 와인 투자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와인 사모투자펀드가 만들어지고, 와인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운용사도 있다.
펀드는 보통 한 병에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보르도 1등급 와인인 라피트 로트칠드나 라투르 등에 주로 투자한다. 최근엔 2009년산 보르도 와인이 베스트 투자 상품으로 주목되고 있다. 2009년산 와인은 1932년산처럼 최고의 빈티지 와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2009년산 1등급 와인은 수천 달러를 호가하고, 2등급 와인도 수백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 거래처럼 온라인으로 와인이 거래되는 상하이, 톈진, 광저우 등의 와인 거래소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상하이 와인거래소는 오전 9시 30분에 개장하고, 오후 3시에 폐장한다. 하루 상·하한 가격 등락폭은 10%이고, 당일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와인 붐이 불자 자연스럽게 짝퉁도 범람하고 있다. 심지어 경매나 유통 시장에서 판매되는 고급 와인의 5%는 가짜라고 한다. 실제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고급 와인의 절반 이상은 가짜라는 말도 나온다. 돈 되는 것은 다 짝퉁을 만드는 중국인들이 최근 산 와인의 레이블을 1982년, 1975년산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주로 짝퉁을 만든다고 한다.
와인 붐이 불자
자연스럽게짝퉁도 있다.
경매나 유통 시장에서 판매되는
고급 와인의 5%는
가짜라는 말까지 있다.
중국 인구의 위력을 보여주는 화장품
중국 내수 중 한류와 관련해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화장품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1980년대 개방 초기만 해도 3억5000만 위안의 작은 시장이었는데 2010년에는 1600억 위안(약 29조6000억 원)에 육박해 30년 만에 460배로 성장했다.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보인 셈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이미 세계 3위의 화장품 판매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기초·색조 화장품의 성장이 빠르다. 중국 화장품산업 연구센터에 따르면 2011년 기초 화장품 판매는 전년보다 11.9% 성장한 440억 위안(약 8조 원)으로 전체 판매의 36%, 색조 화장품도 전년 대비 23% 증가한 210억 위안으로 전체의 18.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남성들 화장품 수요도 크게 늘었는데, 그중 기초 화장품 수요가 많아서 남성 화장품 총 판매액 80억 위안(약 1조5000억 원) 중 절반이 기초 화장품이다. 여성들은 최근 한약재 천연화장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피부색 보정효과, 자외선 차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기능 파운데이션도 여성들 사이에 인기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백화점 외에 화장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매장도 늘고 있다. 홍콩계인 왓슨스가 매장 1000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글로벌 편의체인점인 기알렌도 향후 10년 내 1만 개 매장을 목표로 매장 오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기초화장용 스킨케어의 경우 유럽, 미국이 상위 10개 중 8개를 휩쓸고 있다. 로레알, 프록터앤드갬블(P&G), 에스티 로더, 시세이도 등이 대표적이다. 색조 화장품으로는 메이블린, 로레알, 올레이 등이 앞서 나간다. 한류 돌풍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었는데, 설화수로 유명한 아모레퍼시픽, 미샤 브랜드의 에이블씨엔씨, 한국콜마 등이 선전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2010년 기준 1560억 위안(약 28조8000억 원)으로 우리나라의 2.5배이지만, 미국의 35%에 불과하다. 향후 10년간 고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 화장품업체들의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 그들의 주가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이들 사이에 부는 피아노 바람
젊은이들이 음악문화를 즐기면서 악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대단하다. 중국은 이미 피아노 제조·판매에서 세계 1위다. 2009년 세계 유명 피아노 제조업체 48개사의 생산량은 약 43만 대 수준이었는데, 중국의 피아노 생산대수는 32만 대였다. 또 중국음악가협회에 따르면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이미 약 3000만 명이라고 한다. 반면, 보급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2009년 도시에서의 피아노 세대 보급률은 평균 3%로 자동차 8.8%, 비디오카메라의 7%, 건강기구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체 31개 성(省)과 시(市)에서는 상하이가 5.8%, 베이징 3.6%로 1, 2위를 차지해 역시 소득과 문화 면에서 중국 최고의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현재 현저히 낮은 보급률로 보면 향후 피아노 등 악기 시장의 잠재수요도 대단할 것임에 틀림없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습학원 등은 1980년대 들어서야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베이징, 상하이 등 연안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피아노 붐을 일으킨 사람으로 두 명이 유명하다. 한 사람은 내륙 충칭(重慶) 시 출신의 윤디리(중국명 李雲迪). 그는 4세 때 피아노를 시작, 2000년 쇼팽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중국인 최초로 우승해 일약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다. 또 한 사람은 랑랑(郞朗)으로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 출신이다. 3세부터 피아노를 배워 5세 때 선양 지역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2세 때 독일 에토린겐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우수상과 기술상을 수상해 일찍부터 천재성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 80년대 정트리오가 학부모 사이에 음악 연주 열풍을 불러일으켰듯 이들도 중국에서 젊은 학생들의 음악 열기를 일으킨 셈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