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때(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필자는 모 매체의 사설 칼럼에 존 템플턴(John Templeton) 경의 말을 인용해 “경기 비관과 공포가 극대화될 때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바 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코스피 900선과 환율 1600원대 악몽은 불과 4개월 만에 어느새 지수 1400선과 환율 1200원대 길몽으로 탈바꿈했다.

경기는 참으로 묘하다. 불황은 항상 우리 곁에 요란하게 다가오지만 호황은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왔다가 간다.


개미 투자자들의 극대화된 공포감을 역으로 활용하는 템플턴 경의 투자 방식에 관심을 가질 때다.

해외 부동산 투자 컨설팅이 본업인 필자는 대한민국 상류층 고객군을 접할 일이 많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 많은 고객을 만나는 것이 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를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가 큰손 고객들의 진단과 투자 행태다.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세계 유수 언론과 금융사들의 경제 전망보다는 큰손 고객들의 투자 판단을 더 중시했던 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당장 또는 앞으로는 어떡해야 할까. 남은 2011년 하반기는 다시 한 번 혼탁한 경기 구간의 연속이라 표현하고 싶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는 유동성 장세의 힘을 얻어 각종 지표가 파란색으로 돌아섰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실물경기의 펀더멘털은 그동안 상승장에 큰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경제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기를 유동성 장세의 후유증이라고 표현하고 기술적 분석을 중시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이 ‘N’자형 조정기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에게 지금이 버블인지 본격 회복기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처럼 판단이 애매모호한 구간에서는 더욱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을 참고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최근 필자의 사무실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 문의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고객들에게 역으로 유추해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출발이 된 듯하다. 즉, 원화 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하게 올 경우를 대비해 해외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이제는 재테크의 필수 종목이라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다수 중산층들은 국내자산으로서만 부동산, 주식, 채권, 펀드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자산의 재분배와 리스크 관리를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패러다임이 철저히 깨졌다. 해외 자산의 분배 없는 포트폴리오는 지금같이 환율 등락이 급변할 때는 먼 산 불구경 하듯 대안 없이 환율 경제의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투자 시장은 글로벌 경제 흐름보다 과도하게 폭락하고 과도하게 과열된다. 이로 인해 상승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투자 수익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락장에서는 급격히 깡통 계좌가 늘고 있다. 최근 주식·부동산 시장은 국지전 성격이 강하다.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오른 시장은 일단 쉬어갈 것이고, 남들 오를 때 오르지 못한 시장은 평균치로 수렴하려는 속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환율의 급변동이 안정을 찾지 않은 시기, 앞으로 원화 가치의 안정성이 지금보다 더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해외 자산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아직 덜 오른 해외의 부동산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대응 방법을 냉철히 찾아보자. 원화 값이 많이 올랐고 상당수 해외 부동산은 아직 바닥에서 탈출하지 못했음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위기를 겪을 때 더한 공포가 끝나지 않은 나라가 우리 곁에 많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해외 투자에 관심 가질 때
이승익
(주)루티즈코리아 (주)루티즈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