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 순천향대병원 교수

순천향대병원에서 간담췌외과를 담당하는 최동호 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캠핑에 맛을 들여 귀국 후에도 즐기는 캠퍼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캠핑만한 게 없다는 것이 최 교수의 캠핑 예찬론이다.
최동호 교수는 순천향대병원에서 간담췌 수술과 간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03년, 2006년 대한이식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그는 2004년과 2010년 대한간담췌외과학회 학술 발표상을 받기도 했다.
[Health Core]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캠핑’
간 최고의 적은 비만, 유산소 운동은 필수

간담췌외과에서 주목받는 의사답게 진료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술이 간에 무리를 주는데 특히 폭음이 간에 나쁘다고 경고했다. 음주 후 즐겨 찾는 해장국은 간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해장 음식으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과식은 오히려 간에 무리를 준다고 말했다.

특히 조심할 것이 비만이다. 비만은 지방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다양한 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 교수도 몇 해 전 부친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것을 경험한 후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외과 의사들은 특히 여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3~4년 전부터 짬을 내 일주일에 2~3번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더 이상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

헬스클럽에서는 러닝머신보다 사이클을 주로 이용한다. 외과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서 있는 시간이 많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사이클이 좋기 때문이다. 30분~1시간 정도만 사이클을 타도 400~500kcal 정도의 열량을 소비할 수 있다.

대학 때 시작한 야구도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학에서 야구동아리 회장을 지낸 그는 졸업 후에는 짬이 안나 한동안 글러브를 놓았다. 그러다 글러브를 다시 잡은 것은 순전히 야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딸 덕이다.

“1년에 2~3번은 메디컬리그에서 야구를 같이 합니다. 원래 딸이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수영과 야구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더군요.”
미국 연수 시절 주말마다 캠핑을 떠났다는 최동호 교수. 그는 캠핑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저라고 말한다.
미국 연수 시절 주말마다 캠핑을 떠났다는 최동호 교수. 그는 캠핑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저라고 말한다.
미국 연수 중 어렵게 시작한 가족 캠핑

딸이 외향적으로 변한 데는 캠핑의 영향이 컸다. 최 교수는 캠핑을 하고 가족의 행복지수가 이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고 했다.

“누구나 학생 때 보이스카웃 등을 하면서 캠핑을 처음 접하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대학생 때는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명산에 텐트를 짊어지고 산행과 야영을 다녔습니다.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였고, 가끔은 혼자서도 다녔습니다.”

그러다 학년이 올라가고 수련의와 전공의가 되면서 점점 캠핑으로부터 멀어졌다. 다시 캠핑을 시작한 것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에서 연수를 하면서다. 미국 생활 초기에 캠핑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연수 초기 그가 맡은 중요한 일이 세포에 밥(배지·medium)을 주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배지를 갈아주고 환경을 맞춰 주는 일이었다. 세포는 매우 예민해서 하루라도 밥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주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른 의사들은 해외 연수를 가면 주말만큼은 가족과 지낸다는데 최 교수는 하는 일이 그래서 주말도 어김없이 병원에 나가야 했다.

1년을 병원에 매어 지내다 보니 가족에게 너무 미안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차라 큰마음 먹고 가족 캠핑을 감행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캠핑을 하면 배지를 갈아주러 병원에 잠깐 들를 수 있겠다 싶었다.
[Health Core]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캠핑’
내친 김에 메릴랜드 주에 있는 모든 캠핑장을 다니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메릴랜드는 남한 정도 크기에 한국과 날씨도 비슷해 캠핑에는 맞춤이었다. 더구나 미국은 캠핑장 시설이 잘 돼 있어 가족 캠핑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메릴랜드에만 30여 개의 캠핑장이 있는데, 거의 매주 캠핑을 다녔습니다. 금요일에 떠나서 가족은 캠핑장에 남겨두고 저만 잠깐 병원에 들렀다 다시 가는 식이었죠.

미국의 캠핑장은 한국과 달리 나무도 많고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캠핑을 해요. 그러다 보니 가족들끼리 대화도 많아지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군요. 미국 가기 전까지 말도 않던 딸과 대화가 시작된 거죠.”


캠핑은 가장 가족적이며 교육적인 레저

최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캠핑장으로 셰난도국립공원을 꼽았다. 셰난도국립공원에서는 캠핑장 주변에 사슴은 물론 곰까지 어슬렁거리곤 했다. 최 교수는 딸이 유독 좋아한 곳이라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주말 캠핑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귀국을 앞둔 2009년 여름, 2주일의 휴가를 내 캐나다부터 미국까지 캠핑장을 순례했다. 모든 캠핑장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 메인 주에 있는 아카디아 파크가 유달리 인상적이었다. 아카디아 파크는 밖에서 캠핑 사이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우거진 게 특징이다.

그런 만큼 가족 캠핑에 맞춤인 곳이다. 캠퍼들 사이에 평이 좋아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하지만 하루 캠핑비가 3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한 수고는 감내하고도 남는다. 당시 여행은 캠핑장과 호텔을 교대로 이용했다.

2~3일 캠핑을 하고 딸이 힘들어하면 하루는 호텔에 머무는 식으로 긴 여행을 했다. 캠핑을 하다 호텔에 가면 ‘이렇게 좋은 곳이 있나’하는 생각에 감사하게 된다.
[Health Core]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캠핑’
그런 점에서 캠핑은 교육적이다. 텐트를 치고 음식을 준비하고, 텐트를 걷는 모든 과정에서 온 가족이 힘을 모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가족 모임을 캠핑으로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옆에 계신 분들을 봤더니 대가족이더라고요. 어린 아이부터 60대 노부부까지 전국에서 가족들이 모였더군요. 각자 캠핑카를 타고 모여서 일주일 정도를 함께 보내고 돌아가요. 놀라운 점은 굉장히 조용하다는 겁니다. 오전 내내 늦잠 자고 시리얼로 점심을 간단히 때워요. 책을 보고 잠깐 산책하다 저녁에 바비큐를 하면서 이야기하고요. 보니까 고기도 많이 안 먹더라고요. 정말 쉬다 가는 거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그는 캠핑을 다닌다. 달라진 점이라면 텐트를 싣고 다니는 대신 캠핑카를 이용한다는 점. 한국은 미국보다 캠핑장도 부족하고 시설도 미비해 캠핑카로 부족함을 대신한다.

가장 최근에는 어린이날을 전후해 4일간 캠핑카를 타고 남해안을 돌았다. 첫날 저녁에 출발해서 밤에 창녕 우포늪에 도착해서 1박을 했다. 다음날 우포늪 구경을 마치고 거가대교를 타고 거제도 캠핑장에 도착했다.

“딸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캠핑 갈 거라고 약속을 했거든요. 아마 가을 캠핑지는 공주 등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정신 건강에 캠핑만한 게 없는 듯해요.”

캠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