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물류기업 로얄디앤엘 박인서 사장


박인서 로얄디앤엘 사장은 대한통운에서 항공 물류를 전담하다 1992년 독립해 로얄디앤엘을 창립했다. 외환위기 등 고비를 극복하고 로얄디앤엘을 종합 물류 기업으로 키운 그가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느낀 점을 토로했다.
“최근 물류는 반도체, 자동차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습니다. 시장 전체로는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아요.”
“최근 물류는 반도체, 자동차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습니다. 시장 전체로는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아요.”
서울 가산디지털밸리에 위치한 로얄디앤엘 본사에서 만난 박인서 사장은 인터뷰 내내 중소기업 경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했다. 1992년 직접 로얄디앤엘을 창립하고 20년 동안 경영하며 숱한 고비를 넘긴 창립자의 말이기에 설득력이 더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소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8할 이상이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성공한 중소기업인으로 G밸리 경영자협의회 부회장, 이업종교류위원회 사업위원장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와 나눈 솔직한 이야기다.

최근 포워딩업계 분위기를 간단하게 전해주십시오.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편중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 외에는 크게 눈여겨볼 만한 게 없습니다. 중소기업의 수출량은 상황이 좋지 않고, 수입도 소비재 물량이 줄어든 게 현실입니다. 포워딩 업체 중에는 영세한 곳이 많은데, 그런 곳은 무척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항공과 해상으로 나누었을 때 어느 쪽 물량이 더 많습니까.

“1992년 회사 문을 열기 전까지 제가 대한통운에서 항공 물류를 전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항공 쪽 물량이 많았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항공뿐 아니라 해상 물량이 뒷받침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전문성 있는 인력을 보강했습니다. 지금은 항공보다 해상 쪽 인력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항공을 이용하는 쪽과 배를 이용하는 물류가 차이가 있을 듯한데요.

“아무래도 민감한 전자제품 등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반면 일반 기계나 시설재, 식자재를 비롯한 생필품은 주로 배를 이용합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항공 물량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유가 인상으로 항공 물류를 위한 공간이 줄었어요. 그런 탓에 포워딩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주 거래처는 어떤 곳입니까.

“삼성전자가 가장 큰 고객입니다. 회사 창립 후 지금까지 유럽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물류를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유럽에 있던 업체들이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유럽 쪽 비중이 줄었습니다. 전자제품 외 자동차 부품도 적잖은 양을 포워딩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수주겠네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주가 쉽지 않겠습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국내 포워딩 업체는 3000여 개에 이릅니다. 이 중 100위권 밖에 있는 업체들은 굉장히 영세해요.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믿고 맡길 만한 업체를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출입종합인증우수업체(AEO)가 중요한 자격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AEO는 물류업계의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 AEO 제도가 도입됐는데 저희도 자격을 부여받기 위해 1년여 동안 컨설팅을 받고 현재 심사 중입니다. 이 밖에 구미에 보세창고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고객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듯합니다.”

물류는 통관부터 선적, 운반 등 다양한 과정을 겪습니다.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고로 곤욕을 겪을 때가 많을 듯합니다.

“그럼요. 급한 물건이 있어 항공사에 부킹을 했는데 예기치 않는 이유로 화물을 끌어내릴 때도 있고, 기업에 따라 분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포장한 상자 6면에 라벨이 붙고, 공장별로 라벨 색깔도 다릅니다. 자칫하면 실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삼성은 전화응대 서비스에서 라벨 부착률 등 20여 항목에 걸쳐 거래처를 A~D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연평균 D등급이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됩니다. 다행히 저희가 D등급을 받은 적은 없지만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삼성에 보내서 직접 교육을 받는 것도 그 일환이고요.”
“기업 운영에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절대 어음이나 당좌 거래는 하지 않는 겁니다. 중소기업에게 어음이나 당좌는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기업 운영에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절대 어음이나 당좌 거래는 하지 않는 겁니다. 중소기업에게 어음이나 당좌는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20년 가까이 기업을 운영하시면서 위험도 적지 않았겠습니다. 중소기업을 하는 분들은 외환위기 시기를 가장 힘들었다고 하던데요.

“우리도 그랬습니다. 외환위기 때는 지금과 달리 수입 물류가 많았습니다. 물류비용은 각 나라 화폐로 바꿔서 지불했는데, 수입 후 국내 기업에서 결제할 때까지 2~3개월의 기간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 사이 환율이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뛴 겁니다. 1달러에 870원 하던 것이 몇 달 사이 2200원까지 오른 거죠. 송금해야 할 돈이 8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불어난 겁니다. 당시만 해도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이 그리 많지 않던 때고, 여유 자금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외국 업체는 밀린 대금을 보내지 않으면 물건을 안 보내겠다고 하고. 그때 힘들었던 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하셨습니까.

“당시 많은 포워딩 업체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저도 문 닫을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말렸습니다. 자기들은 재취업을 하면 되지만 사장님은 어떻게 하느냐며 버텨보자고 하더군요. 어렵지만 전 직원이 같이 가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때부터 과장급 이상 사장까지 월급 100만 원만 받고 허리띠를 졸라 맸습니다. 그러고는 해외 고객을 찾아가서 적용 환율을 1600원에 하기로 협상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월급은 언제 환원시켜주셨습니까.

“좀 전에 경기가 불안정하면 항공 물량이 는다고 했잖아요. 그때가 그랬습니다. 항공 물량이 갑자기 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어요. 6개월 후에 월급을 예전대로 지급했고, 이전에 지급하지 못했던 차액은 그 뒤 6개월에 분할로 지급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힘을 보탠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있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투자도 그 고마움의 연장선인가요.

“그런 셈이죠. 저희는 대부분의 직원이 학사 출신 이상이고, 그들에 대한 직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PPT 교육, 외국어 교육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저희 경쟁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당시 일본 고객사가 박 사장님께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고 하던데요. 그 일화도 들려주시죠.

“일본의 파트너 사장이 저라면 잘 극복할 거라며 기회를 줬어요. 일정 기간 대금 지급을 유보해준 거죠. 지금은 그분이 은퇴했는데 지금까지 가끔 모셔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20년이면 적잖은 세월인데, 중소기업 사장으로 평소 소신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중소기업은 CEO의 역할이 70~80%에 이를 정도로 중요합니다. 대부분이 사장을 보고 거래하거든요. 직원들도 적지 않다 보니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기업 운영에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절대 어음이나 당좌 거래는 하지 않는 겁니다. 어음이나 당좌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은 자금상에 어려운 점이 많은데, 지금도 저는 담보보다는 신용 대출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일들이 모여 고객 신뢰로 이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세창고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대구와 가산디지털밸리 단지 내에 보세창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에서 단지 근처에 3306여 ㎡의 대지에 1만6529~1만 9835㎡ 창고를 지을 계획입니다. 중기청에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승인이 나면 올해 안에 사업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 현재 가산디지털밸리 안에 있는 1만2000여 업체의 힘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겁니다. 당연히 물류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전문성을 갖춘 우리가 그 부분은 선도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