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은퇴 후 소득공백기에 대한 대비는 필수다. 소득공백기 대비책을 알아본다.

한국 대부분의 민간 기업은 정년을 55세로 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정년도 채우지 못하고 50세 전후에 조기 퇴직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에 반해 지금은 60세로 돼 있는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이 2013년부터는 5년마다 1년씩 늦춰져서 2033년부터는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퇴직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소득 공백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노후 생활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공백기에는 재취업을 해서 다소라도 근로소득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데 요즘같이 청년 실업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재취업 노력은 노력대로 하되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의 소득 공백 기간을 일정 부분 메워줄 수 있는 징검다리 소득원이 필요하다.

현역 시절에 준비해둔 징검다리 소득으로 매달 생활비의 일부라도 충당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재취업을 하거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창업을 해서 성급한 선택에서 생기는 실패를 줄이는 것이다.
[Retirement Plan] 소득공백기를 대비한 금융 상품
소득공백기를 대비해 젊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가입

소득공백기를 메워줄 소득원으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연금저축이다. 현역 시절 연금저축에 10년 이상 납입한 투자자는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에는 보험사에서 운용하는 연금저축보험, 은행에서 운용하는 연금저축신탁,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연금저축펀드 등이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저축상품이고, 연금저축신탁은 투자 상품이기는 하지만 채권에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낮다.
그러나 연금저축펀드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투자 상품에 운용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할 때와 똑같은 자세로 실력 있는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골라 장기적인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징검다리 연금으로 적합하다. 퇴직연금도 개인연금과 마찬가지로 추가 납입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퇴직연금은 저축 상품인 확정급여형(DB형)과 투자 상품인 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소속된 직장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형태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목돈이 있으면 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 펀드가 유리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해 둔 직장인은 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 펀드를 활용할 수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겨두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인데 최근 들어 현역 시절에 연금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직한 사람들의 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 대형 보험 3사의 경우 2010년 가입액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즉시연금의 연금 수령 방법에는 정해진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누어 받는 ‘확정연금형’, 원금은 지키면서 이자만 받다가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상속연금형’, 정해진 만기 없이 살아있는 동안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형’이 있다.

최근에는 초기에 연금을 많이 받고 나중에 적게 받는 스텝다운 방식의 상품도 출시됐다. 예를 들어 55세에 퇴직을 한 후 매달 생활비로 200만 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만약 이 사람이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매달 100만 원씩 받을 수 있다면 즉시연금을 55세부터 64세까지는 매달 200만 원씩 받다가, 65세부터는 매달 100만 원씩으로 줄여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계속해서 200만 원 규모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월지급식 펀드 또한 징검다리 금융 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금년 7월 말 현재 판매잔고는 7400억 원으로 연초 대비 5000억 원이나 늘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로 월지급식 펀드의 판매량이 늘었다. 금년 7월 말 현재 잔고는 36조 엔(약 500조 원)으로 공모주식형 펀드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월지급식 펀드란 문자 그대로 매월 일정 금액씩 분배금을 받는 펀드다. 즉시연금과 월지급식 펀드가 다른 점이 있다면, 즉시연금은 금리형 상품에 주로 운용하는 저축 상품인 데 비해 월지급식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하는 투자 상품이라는 점이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르고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원금을 떼어서 분배금으로 지급할 경우도 있다.

원금 손실 위험 있는 월지급식 펀드 고르는 요령

따라서 월지급식 펀드를 고를 때는 우선, 펀드 성과를 결정하는 기준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펀드의 기준가는 1000원부터 시작되는데 펀드가 운용수익이 나쁘거나 수익 이상의 과도한 분배금을 지급하면 기준가가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급적 기준가가 유지되는 펀드를 골라야 할 것이다.

둘째는 펀드가 분배금을 줄 만큼 준비금이 쌓여 있는지 ‘여유도’를 체크해야 한다. 여유도란 펀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할 수 있느냐의 지표로, 여유도가 높을수록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할 수 있다.

셋째는 분배금 결정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분배금은 투자자가 판매사를 통해 직접 정하는 방식과 펀드 운용사에서 운용 성과를 고려해 정하는 방식이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월지급식 펀드 중 상당수는 투자자가 매월 지급받기 원하는 금액을 결정하면 판매사가 매월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자동 환매해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만큼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펀드 성과가 좋지 않으면 투자 원금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운용사가 투자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고려해 매월 분배금을 결정한 뒤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월지급식 펀드도 있다. 이 방식은 시장 상황에 따라 매달 분배 금액이 다소 달라질 수 있는 단점이 있으나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고 월지급액 외의 추가 수익 부문은 재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부 운용사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에서 상품위원회를 구성해 분배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넷째는 운용 대상의 위험도를 체크해야 한다. 투자 수익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도 크다는 뜻이다. 무조건 많은 분배금을 주는 펀드라고 해서 그 펀드를 살 게 아니라 펀드가 어디에 투자되는지, 어떤 위험을 가졌는지를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운용 경험과 투자 교육 역량을 갖춘 회사의 펀드를 골라야 한다. 월지급식 펀드는 대부분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 따라서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과거에 해외에서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운용을 잘해왔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득공백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니 만큼 될 수 있으면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금융 상품을 꼼꼼히 비교하고 선택해야 하겠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