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발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템은 슈즈다. 발리는 1851년 스위스 칼 프란츠 발리(Carl Frantz Bally)가 창업한 브랜드. 스위스 쇠넨베르트(Schonenwerd) 소재의 작은 구두공장에서 시작된 브랜드 역사는 올해로 160년을 맞이한다.
발리가 지금처럼 강력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영국 왕실과 귀족 등 하이클래스를 겨냥한 ‘귀족 마케팅’이 주효했다. 1970년대 가방과 의류, 시계 등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발리는 토털 패션 브랜드로 또 한 차례 성장했다.
프리미엄급 수제화 라인 ‘My Scribe’
남성 슈즈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여지없이 증명된다. 최근 들어 맞춤 신발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데 멋과 남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남성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와 대량 생산 시스템의 결합이 양산하는 ‘흔한’ 명품 이미지에서 벗어나 명품 특유의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고객 한 명 한 명의 니즈(needs)를 반영한 보다 ‘특별한’ 슈즈를 제안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에서다.
발리의 ‘마이 스크리브’ 라인은 종전 발리에서 진행하고 있던 수제화 라인인 ‘스크리브(Scribe)’를 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린 별개의 라인으로 MTO에 기반을 둔 제작 시스템이다.
‘스크리브’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견고한 공법으로 알려진 ‘굿이어 벨트(GoodYear Wellt)’ 공법에 기반한 세심한 공정을 고집하는데, 스크리브 구두는 전체 공정이 완성되면 구두 틀에 넣은 채 5일 동안 보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마무리로 인해 구두의 형태가 반영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발리의 스크리브 슈즈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이 원하는 구두의 디자인과 소재, 컬러 등을 선택하면 숙련된 장인의 수작업을 거쳐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슈즈로 태어나는데, 제작 공정만도 200단계에 이를 정도로 정밀한 ‘손질’이 요구된다.
‘마이 스크리브’의 경우 전 세계 발리 매장 가운데서 특별히 선택된 곳에서만 판매되며 한국에서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악어가죽, 타조가죽 등 5가지 이상의 최고급 가죽 소재와 15가지 이상의 색상 중 원하는 사항을 선택할 수 있으며, 메탈로 제작된 발리 로고가 밑창에 삽입된다.
스위스 구두 장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해 가치를 더하는 스크리브 슈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물과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디테일과 진품의 가치를 사랑하는 사람, 이러한 가치들을 잃고 싶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제공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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