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이 되면 수많은 인파가 산이나 계곡, 바다로 몰려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피서지마다 비닐 봉투, 과자 봉지, 각종 음료 캔, 페트병(PET병), 심지어는 소주와 맥주병 등 온갖 쓰레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특히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버린 쓰레기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인 페트병이다. 페트병은 투명도가 유리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날뿐더러 강도 또한 높고, 단열성도 좋아 영하 160도까지 견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물질의 용기로 사용되고 있다.

또 페트병을 사용할 경우 수송 중량을 40% 이상 줄여 비행기를 비롯한 운송수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운송비용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아울러 제조 당시부터 유리병과 비교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이상 적으며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쓰레기로 땅에 묻히거나 다른 물건들과 섞여 태워진다면, 그것이 바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돼 버린다.

최근 한 국내 대형 마트에서는 음료를 마신 뒤 발생한 빈 캔이나 페트병을 기계에 넣으면 포인트가 적립되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래전 빈 병을 모아 동네 구멍가게에 갖다 주고 과자나 사탕으로 바꿔오던 시절의 이른바 친환경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다 보니 많은 지역에 설치돼 있지는 않지만 재활용품의 수거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밀레의 독일 본사 임원들과 골프 라운딩을 나간 적이 있는데 동반자 중 한 명이 라운딩 중 마셨던 물병을 끝까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가방에 넣어두는 것을 유심히 보게 됐다.

수돗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6배나 물값이 비싼 독일 사람들이 물을 아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빈 페트병을 챙기는 것이 궁금해 물어보니, 빈 페트병을 재활용 하고 일정 금액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판트(Pfand)’라는 제도를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판트 제도는 빈 페트병이나 유리병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처에 회수시키고, 그 대가로 일정량의 금액을 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능동적으로 고객들이 가정으로부터 나오는 물품들을 재활용할 동기를 부여하고, 친환경적인 습관을 사회 전반적으로 심어주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음료수를 판매하는 슈퍼마켓은 ‘판트오토맷(Pfandautomat)’이라는 반환기를 통해 페트병이나 유리병을 수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계의 구멍 안으로 보낸 병은 내부에서 바코드로 체크된 후 반환 혹은 수용된다. 단, 와인병과 같은 특수제품의 경우 다시 구멍 밖으로 밀려나온다.

1.5리터 페트병 하나에 보증금이 0.25유로로,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400원 정도이니 결코 무시할 금액이 아니다. 독일 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슈퍼마켓들이 상품의 구입처에 관계없이 반환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이 정책은 독일에서 음료수를 판매하는 곳이라면, 원활하게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슈퍼마켓에서 빈 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게 줄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귀찮을 수도 있지만, 병을 기계 안에 하나씩 넣고 빨려 들어가는 것을 즐기면서 재활용의 재미를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재활용에 대한 교육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재활용 참여의식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자신이 참여하는 행동이 환경적 차원의 결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아 부럽기만 하다.

재활용이라는 것이 꼭 지켜야 하는 모범적 행동이 아닌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미지로 바꿔주고,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환경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우리나라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재활용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올바른 환경보호 의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CEO 칼럼] 스마트한 재활용법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