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
강대석 팀장은 국세청에서 21년간 상속·증여세 등을 조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현재 신한은행 PB고객부에서 고액자산가들의 세무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강 팀장에게 상속·증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자산이전을 고민하는 고액자산가들이 많을 듯합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은 어떤 것입니까.“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결국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내면서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할 수 있을까에 집중되는 듯합니다. 고액자산가들의 유형을 크게 현직에서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유형과 은퇴를 하고 건강 및 재산 관리에 전념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분신과 같은 사업체가 후대에도 계속 영위되기를 바라는 욕구가 많아 가업승계와 관련된 정부의 세제지원 내용, 이를 테면 가업승계에 따른 증여세 과세특례나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상속공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후자는 상속과 증여 사이에서 어떤 게 유리한지 저울질을 하는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재산 종류에 따른 평가 방법이나 상속과 증여 시 얼마나 절세가 가능한지 등을 궁금해 하십니다.” 상속과 증여에도 트렌드가 있을 법한데요, 최근의 달라진 트렌드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세금 내는 걸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지금은 상속세건 증여세건 낼 것은 내고 합법적으로 절세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법인의 주식가치가 오르기 전에 미리 주식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고,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하신 분들은 미리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하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사전 증여를 통해 임대소득을 분산해 당장 소득세도 아끼고 상속·증여 조사 시 자녀의 자금출처도 만들어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거죠. 최근에는 이처럼 장기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때에 따라 소득의 분산효과를 위해 부동산 외에 주식, 펀드 등의 금융상품으로 증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드바나 그림 등을 상속 수단으로 삼으려는 분들도 많은 듯합니다. 이 경우 절세에 도움이 되나요.
“골드바와 그림 등은 현물이므로 상속세와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는 납세자가 신고한 대로 인정하지 않고 과세관청이 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세금입니다.
금융계좌 추적을 통해 골드바와 그림 등의 구입자금 출처가 충분히 가능한 거죠. 골드바나 그림 등을 물려받은 자녀가 나중에 이를 처분한 돈으로 부동산 등을 취득할 때도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세청의 세무 조사는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은 물론 재산을 소비하는 쪽에도 초점을 맞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모든 금융 정보가 전산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빠질 틈이 없습니다. 요즘은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3억 원의 예금이 생기면 바로 조사가 나옵니다. 갈수록 더 그럴 겁니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그 다음해가 더 타이트한 조사가 이뤄질 거라고 봅니다.” 골드바나 그림 외에 상속 수단이 될 수 있는 다른 상품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상속 가능한 연금에도 관심이 모이는 듯한데요.
“맞습니다. 최근 연금 수령 권리가 상속되는 연금보험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부모가 계약자이자 수익자일 경우 부모 사후, 계약자와 수익자를 자녀로 변경해 자녀가 기대여명인 75세 이상을 산다면 그 기간에 받는 연금은 세금 없이 상속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셨지만 상속과 증여에 따르는 세금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여전히 어렵습니다. 보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목이 달라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연결선상에 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속보다 증여가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는 이야깁니까.
“대체로 맞는 이야깁니다. 재산가치가 점차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증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죠.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은 모두 10∼50%로 재산가치가 높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누진세율 구조입니다.
따라서 미리 증여를 하지 않는다면 사망 시 상속재산이 많아져 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상속 시점으로부터 소급해 10년 이내의 증여는 상속재산에 합산하니까 가급적 빨리 증여하는 게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결론적으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증여가 선행돼야 하고,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자녀에게 증여를 할 경우 10년 단위로 미성년은 1500만 원, 성년은 3000만 원까지 세금이 공제됩니다. 배우자는 6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합니다. 총액으로 따져 얼마나 되겠나 싶겠지만 그 돈을 종자돈으로 재테크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큰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한테 증여한다면 대우도 달라지겠죠.(웃음)
증여와 금융을 아는 많은 고액자산가들은 자녀가 태어나면 바로 증여를 합니다. 요즘에는 자녀 명의로 주식형 펀드 등에 많이 가입합니다. 20년, 30년 후에 펀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거기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뭔가를 해줬다는 성취감도 있는 듯하고요. 은행 직원 중에도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미래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사서, 물려주는 것도 좋은 증여 방법이 되겠습니다.
“그렇죠. 부동산의 경우 재개발 등 재산가치 상승요인이 있다면 가치평가액이 낮을 때 미리 증여해 증여세를 낮출 수 있습니다. 10년 이내 증여에 해당돼 상속재산에 합산된다고 해도 가치평가액이 낮을 때의 증여가액이 상속재산에 합산되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를 공제해주기 때문에 절세효과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의 부동산을 사서, 증여하던가요.
“작년, 재작년에는 땅값이 많이 오른 군산이나 서산 쪽 땅을 많이 사주시더군요. 요즘은 당진 쪽 땅에 관심을 많이 갖고요. 재밌는 것은 고객에 따라 투자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분들은 자녀들에게도 부동산을 물려주고, 주식으로 재미를 보신 분들은 주식을 물려주려고 하세요.”
증여보다 상속이 유리한 경우도 있나요.
“상속인으로 배우자 및 자녀가 있다면 최소 10억 원, 상속인으로 배우자만 있다면 최소 7억 원, 상속인으로 자녀만 있다면 최소 5억 원의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상속세 면세점 이하일 경우에는 굳이 세금을 미리 내면서 증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컨설팅을 하시면서 상속과 증여를 몰라서 과도한 세금을 낸 경우도 적지 않게 보셨을 듯합니다. 고액자산가들이 상속과 증여를 할 때 가장 크게 실수하는 게 어떤 것입니까.
“한국은 금융 거래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에 버금갑니다. 국세청의 자료 관리도 최첨단입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나이나 소득발생 내역 등 세금 관련 사항을 부실하게 소명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속자가 소득에 비해 비싼 부동산을 취득하는 바람에 취득자금 출처 조사를 받고 부동산 취득 건 및 과거 누락소득까지 추징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증여받은 부동산을 증여받은 지 얼마 안 돼 처분했다 과도한 양도세를 낸 적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5증여일로부터 5년 이후에 처분하면 증여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아 양도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산이전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낭패를 본 대표적인 사례가 돌연사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인데, 60대 사장님이 저녁 모임에 가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적이 있었어요.
돌연사다 보니 당장 수습할 문제가 많아 상속세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경우입니다. 결국 상속자들이 세금 낼 돈이 없어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고객들을 만나보면 이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돌아가신 피상속인에게만 국한해서 상속세를 조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배우자와 자녀 등도 조사를 하는데 조사에 대한 대비가 미흡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있었습니다.”
상속과 증여를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좀 깊이 있게 말씀드리면 첫째, 상속 및 증여재산의 평가는 시가가 원칙이며, 시가를 모를 경우 기준시가에 의하고, 둘째, 상속세는 상속인이, 증여세는 수증자가 세금납부 의무를 지므로 세금을 낼 재원 마련에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본인의 상황에 맞는 증여 재산, 증여 시기, 수증자를 적절히 선택해야 하고, 넷째, 부담부증여 시 수증자가 승계한 채무는 반드시 수증자가 자력으로 상환해야 하며 채무를 낀 부담부증여가 단순증여보다 무조건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 정도는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 외에 상속세는 상속인과 관계없이 피상속인(고인)을 기준으로 상속재산과 관할 세무서가 결정하지만, 증여세는 증여자와 관계없이 수증자를 기준으로 증여재산과 관할 세무서가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이면 전 세계 흩어져 있는 모든 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과세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이면 국내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과세됩니다.
반면 증여세는 수증자가 거주자이면 증여받는 재산이 어느 나라에 있건 한국에서 과세가 되고 비거주자이면 국내 재산에 대해서만 과세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내 거주자(증여자)가 비거주자인 자녀(수증자)에게 국외 재산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납부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증여자인 국내 거주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토록 하고 있습니다.”
상속과 증여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세무 파트너를 만나는 일인 듯합니다. 좋은 세무 파트너를 고르는 요령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상속과 증여는 사례에 따라 해법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이론도 밝아야 하지만 실제 상속과 증여를 담당한 경험이 많아야겠죠. 그런 면에서 국세청에서 조사 업무를 오래한 세무사가 아무래도 유리합니다. 세무법인 중에서도 이론과 실제가 밝은 곳이 여럿 있습니다. 그런 곳을 선택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상속과 증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요.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은데요, 상속·증여가 가족 해체의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부모 생전에는 우애를 잘 지키던 형제들이 사후에 상속재산 분배에 대한 이견으로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만하게 합의를 보지 못하면 유류분 소송까지 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생전에 미리 교통정리를 해서 증여·상속을 접근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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