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종목

하반기에는 대형주 위주의 주가 상승보다는 상승 종목의 확대를 통해 중소형주의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년간 국내 주식시장은 대형주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이었다. 2009년 이후 대형주 지수는 87.5%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66.4%, 72.7%의 상승률에 그쳤다.

자동차, 화학, 정유 등 특정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데다 수급적으로도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형주 장세를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하반기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주 위주의 주가 상승보다는 상승 종목의 확대를 통해 중소형주의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 스몰캡 리서치팀장은 “2000년부터 지난 11년간의 통계를 보면 4개년을 제외하고 중소형주 수익률이 대형주를 앞섰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대형주보다 좋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도 2000년과 비교해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중형주 위주인 러셀2000 지수는 50% 이상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자동차, 화학, 기계 등 기존 주도주들이 중소형주 시장에서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는 실적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여전히 이들 업종의 수익성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중소형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 개선을 통해 중소형주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IT 업종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데 이 시점이 중소형주가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도하는 때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에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투자, 하나대투, 동양종합금융, KTB투자, 대신 등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스몰캡 팀장을 대상으로 하반기 유망 중소형주를 5종목씩 추천받아 24개(중복 포함) 종목을 선정했다.
[Asset Special] 5대 증권사 스몰캡 팀장 테크노세미켐 등 24종목 추천
하반기에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공정용 화학약품 전문기업인 테크노세미켐은 두 곳에서 동시 추천한 종목이다. 테크노세켐이 생산하는 반도체용 식각액은 국내 시장의 95%, LCD용 식각액은 60%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MD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공급이 가시화되면서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2008년부터 삼성SDI에 2차전지 전해액을 공급하고 있는데 2차전지 시장 성장에 대한 수혜주로 꼽혔다.

하나대투증권은 2차전지 대용량화에 따라 전해액 부문 매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현재 스몰캡 팀장은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인 TSC미시간(전해액 생산업체)을 통해 해외 매출처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이고, 지난해 126억 원의 적자를 본 자회사 TSC멤시스는 올해 흑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산능력이 전 세계 1위인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소재업체인 이녹스는 삼성, LG, 애플 등을 최종 고객으로 확보하며 국내 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다. 갤럭시 S2 판매 호조와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 탭, 아이폰 후속 모델 출시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의 전망이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진공 펌프 제조업체인 엘오티베큠은 반도체 시장의 안정된 기반을 통해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하면서 외형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봉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매출은 꾸준히 나오고, 이 외에 LCD, AMOLED, 태양광 장비의 신규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정도가 교체 주기인 드라이펌프는 소모성 제품이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1년에 1~2회 주기적으로 수선·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익창출 기회가 있는 점도 장점으로 언급했다.

유통부문의 중소형주도 하반기 유망 종목으로 거론됐다. 휠라코리아, 영원무역, 진도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큐네시트 인수를 계기로 휠라코리아는 제2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휠라USA의 턴어라운드와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통한 세계 시장 점유율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영원무역에 대해서 김완규 하나대투증권 스몰캡 팀장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산업 특성상 2, 3분기가 성수기인 데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 확대로 실적 성장세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또 진도는 지난해 이후 경영 정상화와 모피 수요 호조를 통해 급속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봉담물류기지의 자산가치와 저렴한 밸류에이션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소형 기계주들도 대거 하반기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 그룹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종목이다. 성진지오텍은 지난해 5월 최대주주가 포스코로 변경되며 포스코 그룹으로 편입됐다. 올해 화공·담수 2억 달러, 오일샌드 2억 달러, 해양플랜트 2억 달러 등 총 8억 달러의 신규수주를 받을 계획이고, 천해 원유 시추시설 제조사업 진출로 성장 동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유일의 산업용 가열로 제조업체인 제이엔케이히터는 중동 지역에 편중된 매출처를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확대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대신증권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었다. 김용식 대신증권 스몰캡 팀장은 “고유가로 인한 화학플랜트 업황 호조, 수주잔고 증가로 실적 호전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전망했다.

굴삭기 및 크레인의 트랙슈(track shoe) 제조업체인 동일금속은 일본 대지진과 선진국 경기 회복 등 우호적 외부환경이 굴삭기, 크레인 수요 증가로 이어져 하반기 건설기계 부품 판매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360톤 이상의 초대형 굴삭기 트랙슈 개발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인프라웨어와 게임빌에 주목해보라는 조언이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확장한 모바일 게임 선두업체 게임빌은 한국 애플의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했고, 태블릿 PC 시장 성장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구조적인 마진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대신증권은 진단했다. 김용식 스몰캡 팀장은 “올해 다수의 윈도7폰을 출시하고, 해당 시장의 성장으로 매출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증권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