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

주가 조정이 있을 때마다 겁먹지 말고 조금씩 주식 비중을 늘려두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반기 증시가 ‘전약후강(前弱後强)’이 될지 ‘전강후약(前强後弱)’이 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2500선 근처까지 오름폭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주가 조정이 있을 때마다 겁먹지 말고 조금씩 주식 비중을 늘려두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쏠림’ 현상이 덜할 것으로 보이고, 개인 투자자들의 눈 밖에 났던 코스닥시장도 상대적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압축형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야 할 때다.

하반기 고점 최대 2600

지난 5월 이후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일단 바닥은 확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전 조정장은 큰 폭의 하락을 불러왔지만 지금처럼 증시 주변 자금이 풍부할 땐 옆으로 기는 횡보장도 조정의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삼성·현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 지수 하단으로 2000선을 제시했다.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내비친 한국투자증권만이 추가 조정 시 1900선 근처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증권사들은 이미 가격 조정이 한차례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점은 최소 2400에서 2550선까지 내다봤다. 아직 하반기 지수대를 제시하기에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한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올해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2420에서 2600선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3~4월을 고점으로 국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고, 기업 실적도 1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조만간 코스피지수 밴드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확대와 중국의 긴축 가능성, 미국의 고용회복 지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이 악재로 지적되고 있지만 국내 내수부양책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과 국내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 수출 기업들의 이익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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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약후강 vs 전강후약

다만 하반기 증시가 ‘전약후강’의 흐름을 보일지 ‘전강후약’의 흐름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초반 주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종료 이후 글로벌 유동성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 강세를 이끌었던 유동성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달러자산과 비달러자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사이에서 글로벌 유동성의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높아지는 인플레 우려는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 증가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3분기 초까지는 밋밋한 주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상반기 강세로 국가별 투자매력이 조금씩 달라졌다”며 “이익 모멘텀이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측면에서 한국보다 매력적인 지역들이 생겨 하반기 초엔 국가별 수익률 키 맞추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중국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부각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상승 탄력을 키워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오히려 3분기 강세를 보였다 점차 오름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3분기 초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고, 국내에서도 내수 부양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4분기에는 기업이익 모멘텀이 약화되고 각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 5월 미국의 QE2 종료 직전과 비슷한 주가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보유자산 축소는 빨라야 8~9월에나 가능해 여름이 지날 때까지는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여름을 즐기고 가을에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도주 확산 대비해야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의 강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업종에 비해 이익 모멘텀이 뛰어나고 산업 사이클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상반기처럼 이들 종목만 오르는 ‘쏠림’ 장세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의 경기 모멘텀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차·화·정 외에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부품, 조선업종의 이익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자동차, 화학과 함께 조선, 건설, 소비재 등이 차기 상승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중국 수혜주에도 관심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증권은 신흥국 투자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재와 원화 강세기에 경쟁력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을 추천했다.

강재준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주도주들의 주가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1년 가까이 지속된 차별화 장세로 상대적으로 주가가 싼 종목들도 많아졌다”며 “외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위험을 부담하며 주도주를 추격 매수하는 전략과 덜 오른 종목을 사 반등을 기다리는 전략의 성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유사한 국면에서는 보다 안정성이 뛰어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침체 벗어날까?

지난 2년간 상대적 부진을 보였던 코스닥시장이 살아날지도 하반기 주목할 부분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500선을 전후로 횡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에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쪼그라들면서 시장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이기엔 역부족이지만 상반기보다는 나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회복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가계 자금의 증시 유입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증시 주변을 떠도는 자금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코스닥에 대한 관심도 살아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목 센터장도 “하반기 중국 및 국내 내수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코스닥 업체들 중에서도 유통 등 소비 관련주와 미디어 관련주 등의 실적 전망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대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중소형주 전반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는 코스닥시장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