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최고봉 <산불>은 1962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여러 극단과 단체, 학교 등지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산불>은 한국 전쟁으로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여자들만 남게 된 두메산골에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On Stage] 故 차범석 5주기 추모 특별공연 <산불>
한국전쟁이 터지자 두메산골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마을의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 여자들만 남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점례의 부엌으로 부상당한 한 남자(규복)가 숨어든다.

점례는 규복을 마을 뒷산 대밭에 숨겨주고 음식을 날라주며 사랑을 나눈다. 어느 날 점례와 규복의 밀회 장면을 목격한 사월은 이들의 관계를 묵인해 주는 대신 규복을 점례와 나눠가지려고 한다. 세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고 그들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규복이 내려오면서 일어나는 여인들의 욕망의 충돌은 주변 사건들과 맞물려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산불>을 지탱하는 극적 긴장 구조는 과부인 ‘양 씨’와 ‘최 씨’ 집안, 그리고 그 안의 구성원들이 펼치는 갈등이다. 양 씨의 며느리 점례는 이 마을에서는 드물게 유식하고 아름다운 젊은 과부이고, 최 씨의 딸 사월이도 딸 하나를 둔 젊은 과부다.

비극적인 전쟁 속 척박한 현실을 원망하며 싸우는 두 집안과 2대를 두고 이어진 과부의 운명을 저주하는 세대 간의 갈등, 또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암투를 벌이는 삼각관계에 의한 갈등과 불행은, 고(故) 차범석 5주기를 추모하며 후배 연극인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담아 한자리에 모인 배우들에 의해 실감나게 재현된다.

장엄한 대형 무대를 통해 실감나게 재현될 대숲과 산불,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는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정통 연극의 밀도와 깊이를 보여주며, 명품 연극의 진수를 선사할 것이다.

한국 연극계의 거장 임영웅 연출, 국내 최고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
[On Stage] 故 차범석 5주기 추모 특별공연 <산불>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극작가 고 차범석과 사실주의 연출의 일인자 임영웅. 2003년 산울림소극장에서 올린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 뮤지컬 <처용>, 2005년 국립극단의 <산불>로 궁합을 맞췄던 두 사람은 지난 2006년 차범석 선생이 타계한 후에도 차범석 1주기 추모 공연 <산불>을 통해 그 인연을 지속해왔다.

극작가는 이 세상을 떠났을지라도 그의 작품 의도를 가장 잘 간파하고 있고, 또한 가장 신뢰했던 연출가 임영웅이 만들어낼 <산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리고 강부자, 조민기, 장영남 등 빼어난 연기를 자랑하는 관록의 배우들이 묘사하는 이데올로기와 탐욕에 의한 갈등의 골은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와 함께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전달할 것이다.

1966년 극단 산하에서 제작됐던 연극 <산불>의 최 씨역으로 첫 인연을 맺은 배우 강부자는 그 후 꾸준히 <산불>에 출연해 이 작품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양 씨 역할을 연기한다.

공연 일시 : 2011년 6월 5일(일)~26일(일) 평일 8시, 토요일 3·7시, 일요일 2시
공연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 문의: 02-577-1987

박진아 기자 p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