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서 근무하던 시기는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등의 악재로 증권가가 무척 힘든 때였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선지 그만둔 후에도 모건스탠리는 내 주관적 평가로는 아주 훌륭한 회사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건스탠리의 동양인, 흑인, 중남미계 등 소수민족 직원들의 모임에서 주최하는 워크숍을 3박 4일로 다녀온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San Diego) 해변 리조트에서 열렸던 워크숍은 새로운 투자 상품이나 투자 이론에 관련된 강의를 비롯해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진 토론회, 그리고 이런 모임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유명인사의 모티베셔널 스피치(motivational speech) 등 다른 회사들의 워크숍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음식이다. 아침, 점심은 제복을 입은 스태프들이 서빙 하는 야외에서, 저녁은 연회장에서의 정식 디너였다. 마지막 날 저녁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문화권별로 다른 음식과 바비큐를 뷔페식으로 준비해 주었다.

워크숍을 하는 동안에도 건물 로비에는 빵과 간단한 샌드위치가 끊임없이 제공됐다. 체중조절 중인 직원들은 고통스러웠을지 모르지만 그런 데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배가 고플 틈이 없는, 정말 넉넉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는 워크숍이었다.

다시 정상근무로 돌아왔을 때 상황은 바뀌었다. 아침회의 때 나오는 음식은 도너츠로, 커피는 스타벅스 커피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브랜드로 바뀌었고, 뮤추얼펀드사에서 가끔씩 제공되는 점심마저도 피자로 대체하며 여기저기서 비용절감을 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는 원하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다른 지역의 직원들까지 호텔에다 투숙시키며 일주일간 강도 높은 교육이 시작됐다. 전화 거는 법부터 올바른 투자설명회 방법, 악수 연습에다 미국 기업 임원들과의 미팅에는 빌려서라도 미국 차를 타고 가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교육을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어색하던 영업용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줄줄 나올 때까지 훈련을 받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추가로 석 달 동안 트레이너와 매주 한 시간씩 만나 다시 복습을 하며 이론을 실전에 응용하도록도와주었다. 필자를 담당한 트레이너는 필자를 자극할 필요를 느꼈는지 회사에서 직원 한 사람당 그 교육을 위해 지불한 비용에 대해서 살짝 얘기해 주었다.

과연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회사 입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보았는지 교육과정을 이수한 직원들의 실적이 어느 정도 향상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휴가에 가까운 연수를 보내주며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고 같은 입장에 있는 직원들이 편안하게 대화와 어울림을 통해 어려움을 나누며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게 배려해 주는 회사는 드물 것이다.

또한 회사가 직원에게 무조건 실적을 올리라고 다그치기 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먼저 각 직원 계발에 최선을 다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한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겠지만, 그전에 먼저 회사가 한편으론 종이 한 장도 아끼면서 다른 쪽으론 직원의 능력 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는 것이다.

위기와 기회, 불황과 호황은 번갈아 가며 끊임없이 찾아오고 증권시장이나 경제에 영향을 주는 악재는 늘 존재한다. 미국은 지금 경기침체의 더블딥, 부동산 시장의 추가 하락 등 아직 걱정이 많은 경제 상황에 처해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줄임과 늘림을 적절히 병행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다. 기업이 미래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방법은 직원 한사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Up-Front in US] 내가 ‘모건스탠리’에서 배운 것
김세주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Charles Schwab)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컨설턴트
현재 엑셀랑스 애셋 매니지먼트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