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눈에 보인 천사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잘 생긴 청년 다비드의 조각상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훗날 <다비드>가 될 이 대리석 조각에 달라붙어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어린 소녀가 작업실로 들어와 미켈란젤로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힘들게 돌을 두드리느냐고.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꼬마야, 이 바위 안에는 천사가 들어있단다. 나는 지금 잠자는 천사를 깨워 자유롭게 해주는 중이야.’”
비전과 목표의식, 그리고 애정과 열정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만이 종업원들 개개인 또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위대한 잠재력을 볼 수 있다.
비전과 목표의식, 그리고 애정과 열정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만이 종업원들 개개인 또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위대한 잠재력을 볼 수 있다.
이 얘기는 <피렌체 특강>(The Angel Inside·크리스 와이드너·마젤란)에 나오는 일화다. 책의 원제목과 같이 미켈란젤로는 바위 안에 갇혀 있는 천사를 본 것이다. 조각하기 전의 돌덩이 속에 있는 천사는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다비드>상을 만든 그 대리석 원석은 원래 미켈란젤로가 태어나기 전에 채석된 것이었다. 처음에 이 돌은 1464년에 아고스티노 디 두치오라는 조각가에게 맡겨졌으나 그는 이 돌로 뭘 만들지를 결정하지 못해 포기했다.

그 대리석은 다시 8년 뒤에 안토니오 로셀리노라는 또 다른 예술가에게 넘겨졌지만 그 역시 포기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고려했으나 그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영감을 받은 위대한 예술가의 눈만이 돌덩이 속에서 천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전과 목표의식, 그리고 애정과 열정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만이 종업원들 개개인 또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위대한 잠재력을 볼 수 있다.

경지에 오른 동양의 옛날 조각가들은 자신이 부처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고 돌덩이 속에 이미 있는 부처를 심안(心眼)으로 보고 자신은 단순히 부처의 몸에 붙은 불필요한 먼지를 툭툭 털어낼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하다.

머리와 손이 유달리 큰 <다비드>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가 인류가 만든 위대한 조각품 가운데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육체와 힘을 표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이 <다비드>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잠재력이 발휘될 때 인간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마침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리앗을 이긴 다비드의 이야기는 다른 예술가들도 회화나 조각으로 많이 표현해왔는데, 전통적으로는 다비드가 거인 골리앗을 죽이고 잘려진 골리앗의 머리를 발치에 놓은 모습을 표현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달랐다. 이 <다비드>상은 의도적으로 골리앗을 죽이기 직전에 돌멩이를 매달은 끈을 쥔 왼손을 어깨에 얹고 적을 노려보며 준비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비록 덩치는 작지만 믿음의 힘이 큰 다비드의 잠재력의 위대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이것은 또한 당시의 피렌체 도시가 위협을 받을 때 경쟁 도시가 피렌체를 넘볼 생각을 하면 골리앗처럼 쓰러뜨리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도 함께 담은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상에서 머리와 손을 원래의 비율보다 크게 부각시키고, 성기는 적게 묘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마음의 힘’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했다.

특히 머리를 비례에 맞지 않게 크게 만들어 얼핏 보면 어색하게 보이지만 이것은 거대한 <다비드>상의 머리가 땅에서 약 6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원근법에 맞추어 시각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크게 만들면서 동시에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약간 어색하게 크게 만든 손을 통해 인간의 손, 즉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미켈란젤로는 손등의 실핏줄을 마치 살아서 꿈틀거릴 듯이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이러한 섬세한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의 손으로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교한 조각인가!

독서, 거인을 깨우는 방법

조각을 하나 만들어내는 일은 기업을 일구어 나가는 일이나 삶을 창조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일단 대리석 원석을 쪼개고 나면 되돌릴 수 없듯이 우리의 조직이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행동에 옮기기 전에 철저히 스케치와 드로잉으로 디자인하고 설계해 작은 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정교하게 행동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내면에 있는 천사 또는 거인을 찾아 깨울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책으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Awaken the Giant Within·앤서니 라빈스·씨앗을뿌리는사람)를 들 수 있다.

의식혁명가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앤서니 라빈스는 미켈란젤로처럼 자신의 내면에 잠자는 ‘거인’을 보았다고 말한다.

“나는 모두들 자신의 내면에 ‘잠자는 거인’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아직 계발되지 않은 어떤 재능과 자질, 그리고 자신만의 천재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내면의 거인을 찾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 라빈스는 무엇보다도 책 읽기를 권한다.

“몇 년 전 내 스승인 짐 론은 무언가 내용이 있고, 가치가 있고, 도움이 되며,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책을 찾아 읽는 일’이 ‘먹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매일 30분 이상은 책을 읽게 됐다. 짐은 이렇게 말했다. ‘밥을 거르는 한이 있어도 독서를 거르지는 말게나.’ 이 말은 내 인생 최고의 신조가 됐다.”

이렇게 평소에 독서로 충분히 내공을 쌓으면 내면의 가치를 보는 시력이 생기게 되고, 시력이 좋으면 우리 내면에 잠자는 거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 ‘은유의 힘’과 결단의 순간

우리 내면에서 잠자는 거인을 발견하고나면, 그 다음은 그 거인을 깨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생은 우리가 내적으로 일치된 새로운 결단을 내리는 순간 변하며, 라빈스는 “진실한 결단이야말로 우리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촉매다”라고 말한다.

물론 한 번의 결단으로 잠자는 거인을 완벽하게 깨울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습관화하면 우리의 내면에서 잠자는 거인은 결국 깨어서 일어나고 만다.

때로는 꾸준한 독서나 위대한 지도자의 말씀 속에서 우연히 가슴을 울리는 은유 한 마디가 잠자는 거인을 일깨울 수도 있다. 이 글의 제목처럼 ‘미켈란젤로는 돌덩이 속에서 다비드를 보았다’라는 은유 한 마디가 일생을 바꾸게 되고, 내면의 잠자는 거인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라빈스의 책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내면의 거인을 일깨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꼭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적절히 선택하고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CEO는 부하 직원의 내면에 있는 무한한 능력을 일깨워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동시에 CEO 스스로도 자칫 무시해 과소평가하기 쉬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거인의 진면목을 바로 알아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보기보다 훨씬 위대하고 가치 있는 존재다.

전진문 영남대 겸임교수, 대구경영자독서모임 대표, (주)경일약품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