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포츠 ‘트라이애슬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달리기나 사이클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프리미엄 스포츠로 떠오른 것이 바로 트라이애슬론.

수영, 사이클, 마라톤 총 3가지 경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해변 부근의 야외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지난 3월 19일 사이판에서 열렸다. 반짝이는 보석 같은 해변에서 진행돼 더욱 아름다웠던 그 현장을 소개한다.
경기 출발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뛰어드는 선수들
경기 출발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뛰어드는 선수들
지난 3월 19일 마리아나 관광청이 주관한 ‘타가맨 철인 3종 경기’가 사이판에서 열렸다. 마리아나 관광청은 이번 대회에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2010년 10월 15일부터 12월 5일까지 스포츠 브랜드 K-SWISS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철인 3종 경기에 적합한 K-SWISS 러닝화를 구매한 고객들 중 추첨을 통해 총 10명에게 타가맨 철인 3종 경기 참여 기회가 포함된 사이판 4박 5일 여행상품권을 제공한 것. 타가맨 철인 3종 경기는 K-SWISS의 일반인 당첨자 10명 외에도 선수와 선수들 가족 150~200여 명이 함께한 화합의 장이었다.

타가맨은 고인돌과 비슷하게 생긴 사이판의 고대 유물인 타가스톤에서 유래된 말로 강인한 철인을 연상시킨다. 사이판의 산안토니오 해변에서 출발하는 2km의 수영, 섬을 따라 이어지는 60km의 산악자전거, 사이판 중심부에 위치한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주변 도로를 경유하는 15km의 달리기로 구성된 코스에서 사이판의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진정한 타가맨을 위한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1 속도가 붙은 상태로 진입하는 선수들을 잡아주는 진행 요원 2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거나 접질르는 부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3 수영 피니시 라인, 선수들은 물 속에서 나오자마자 스윔슈트를 벗고 사이클 경기를 준비한다. 4 타가맨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선수에게 지급되는 인증서
1 속도가 붙은 상태로 진입하는 선수들을 잡아주는 진행 요원 2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거나 접질르는 부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3 수영 피니시 라인, 선수들은 물 속에서 나오자마자 스윔슈트를 벗고 사이클 경기를 준비한다. 4 타가맨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선수에게 지급되는 인증서
결승선 통과 시 축하 세러모니

경기 당일, 새벽 6시 시작인 경기 준비를 위해 선수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모여들었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던 성과를 보려주려는 듯 선수들의 눈빛은 뜨겁게 빛났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된 후, 뒤이어 일반인 경기가 시작됐다.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한 새벽녘, 물속으로 뛰어드는 100여 명 선수들의 모습이 비상하는 새의 힘찬 날갯짓을 연상케 했다. 선수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등장하는 선수들, 한 공간에서 여러 장면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몇몇은 경기 포기를 선언하기도 하고, 몇몇은 환한 미소로 응원에 답하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해변을 두 바퀴 돌고 나온 선수들은 바로 사이클이 있는 장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막 나온 선수들은 사이클 장소로 뛰는 동안 스윔슈트를 벗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스윔슈트를 벗고 사이클을 타는 순간 바로 제2코스가 시작됐다.

수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사이클에서 속도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모습이었다. 시속 100km 이상의 스피드 싸움이 벌어지는 사이클 코스가 끝나자마자 바로 마라톤 경기가 시작됐다.
[Tagaman Triathlon in Saipan]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다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진행요원들은 번호가 표시된 그들의 러닝화 주머니를 준비해놓고 선수들은 신속하게 러닝화로 갈아 신었다. 모든 경기준비는 신속하고 매끄럽게 진행됐다. 타고 온 자전거는 진행요원에 의해 한쪽에 정리됐다.

제3의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선수들은 결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번 타가맨 철인 3종 경기에서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파이널 세러모니의 영광이 돌아갔기 때문. 진행요원, 선수, 심판 등 경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경기를 넘어서 하나의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경기 다음날에는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고생했던 선수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경기를 준비한 선수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남녀 각각 상위 6명의 우승자에게 소정의 상금이, 연령별 그룹 우승자에게는 메달이 수여됐다.

색다른 시상식 또한 철인 3종 경기의 큰 매력인데 가족문화를 느낄 수 있는 철인 3종 경기는 시상식에서 연령대별로 상을 지급하고 생일을 맞이한 사람 등 개인적인 기념일을 축하해 주기도 한다.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Tagaman Triathlon in Saipan]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트라이애슬론

다양한 종목을 겸해야 하는 트라이애슬론을 일반인들 중에는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입문하기는 오히려 쉽다.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탈 줄 알며, 수영을 한다면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여기에 점차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운다면 누구나 철인이 될 수 있다.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라틴어로 tri(3)와 athlon(경기)의 합성어로 수영, 사이클, 달리기 3종목을 연이어 하는 경기를 말한다. 극한의 인내심을 요해 ‘철인(Ironman) 3종 경기’라고도 불린다.

트라이애슬론은 1970년대 미국 샌디에이고 해변에서 인명 구조원들이 도전적인 복합 운동의 하나로 만들어낸 서바이벌 테스트를 하와이 기지 병사들이 대회로 만든 것이다.

1978년 하와이 주둔 미 해군 J.콜린스 중령이 당시 하와이에서 성행하던 와이키키 바다 수영(3.9km), 하와이 도로 사이클(180.2km), 호놀룰루 국제마라톤(42.195km)의 3개 대회를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경기하도록 한 것.

그해 2월 세계철인3종경기연맹(WTC)이 결성되면서 하와이에서 첫 국제대회가 열렸다. 국제 트라이애슬론연맹(ITU; International Triathlon Union)은 1990년 10월 20일 창설됐는데, 그 후 세계선수권대회와 세계 랭킹 75위 이내의 상위 랭커들만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 월드컵대회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1990년 WTC에 4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철인3종경기본부는 1991년 제주에서 첫 킹코스 대회를 주관했다. 그 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보통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건강에 신경 쓰는 30대 이상의 사람이 많은데 시간, 장비, 여유가 기본으로 갖춰져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는 지역별로 120개 정도의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은 트라이애슬론이 단일 종목보다 부상이 적게 발생하는 편이며 어떤 운도 적용되지 않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력 없이는 성과를 이뤄낼 수 없는, 하지만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 일반인의 경우 6개월 정도 훈련을 하면 누구나 시합에 출전할 정도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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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athlon Tip

코스에 따라 경기 이름이 다른 트라이애슬론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하는 거리에 따라 스프린트(Sprint)·인터내셔널(International)·롱(Long)·철인(Ironman) 코스로 나뉜다. ‘스프린트 코스’는 수영 0.3~1km, 사이클 8~25km, 달리기 1.5~5km며, ‘인터내셔널 코스’는 수영 1~2km, 사이클 25~50km, 달리기 5~10km다.

‘롱코스’는 수영 2~4km, 사이클 50~100km, 달리기 10~30km로 하프 아이언맨(Half Ironman) 코스라 부르기도 한다. ‘철인 코스’는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195km로 일명 ‘킹 코스’라 부르기도 한다.

이 코스를 제한시간인 17시간 내에 완주한 사람에게는 철인이란 호칭이 붙여진다.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의 경기로 전 구간을 완주하면 마라톤 시간과 비슷하다.

사회체육으로 정착된 단축 코스는 대회마다 약간씩 다른데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달리는 전장 51.5km의 일명 로열(royal) 코스가 기준. 어린이 철인경기(ironkids)는 총 6.1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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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on the Spot [Mini Interview]


“전 국민에게 추천하고픈 좋은 스포츠”
황문상 한국인프라자산운용사 부장

[Tagaman Triathlon in Saipan]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다
타가맨 철인 3종 경기에서 일반인 부문 1위를 차지한 황문상 씨는 2008년 현재 12세인 장애(자폐)가 있는 아들과 미래에 함께 하고 싶어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다.

영화 <말아톤>의 실존 인물 배형진 군이나 수영의 김진호 군 부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그는 트라이애슬론이 아들과 자신 사이에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트라이애슬론이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는 그의 훈련법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개별 종목으로 연습하되, 세 종목을 연이어 실시하는 상호훈련을 병행하는 것.

수영은 상체를 주로 사용하지만 신체 균형이 중요하고 사이클과 마라톤은 하체를 주로 사용하지만 주된 근육이 상이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신체 균형을 잡는 데도 효과적이다.

황 씨는 평일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하루 2시간 정도(하루 1종목) 운동을 한다. 주말에는 장거리 라이딩 또는 장거리 런, 장거리 수영 등을 병행하며 3가지 종목을 연습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일 종목(수영·사이클·마라톤) 마니아에 비해 결코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는 것은 아니다.

황 씨는 “1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겨울에도 전 종목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의 철인들이 겨울에는 마라톤 위주로 훈련을 해서 사이클 수준이 퇴보하지만, 겨울에도 실내 사이클을 이용해 쉬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해서 상대적으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고 우승 비결을 설명했다.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정직함과 감동이 있는 운동”
동양 최고의 아이언맨 박병훈 선수
[Tagaman Triathlon in Saipan]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다
우리나라를 넘어서 동양 최고의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박병훈 선수는 2001년 31세의 나이에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아이언맨 프로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그는 2004년 제주 국제아이언맨대회 3위를 시작으로 2007년 일본 철인3종경기대회 우승, 2008년 아이언맨 플로리다 아시아 신기록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여러 대회 중 아시아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미야코지마 스트롱맨 대회’를 최고의 기억으로 꼽는다. 일본 선수 외 아시아 선수 중 처음으로 1등을 한 대회기도 하지만, 파이널 라인을 아들과 함께 들어왔기 때문. 아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줬던 그 순간을 지금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박 선수는 트라이애슬론의 가장 큰 매력을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정직함’으로 꼽았다. 그만큼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그는 주변에서 운동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아지면서 지난 2010년 8월부터 마라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 4월부터는 철인 3종 아카데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철인 3종 경기를 더 알리고 그동안 받은 응원에 보답하기 위한 그의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 양성과 함께 좀 더 좋은 기록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함께해 나가고 있는 그가 진정한 ‘아이언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이판=글 박진아 기자·도움말 마리아나 관광청
사진 제공 K-SWISS·황문상 철인3종 부천클럽 훈련부장·박병훈 철인3종아카데미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