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 한국폴로컨트리클럽 대표

2010년 6월 12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국폴로컨트리클럽에서는 국내 최초로 폴로경기가 열렸다. 경주마들의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갈랐고, 말과 호흡을 맞춘 선수들의 호흡이 거칠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폴로경기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어른들의 스포츠인 골프에 비해 폴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이주배 대표는 한국폴로컨트리 클럽이 온 가족이 즐기는 레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어른들의 스포츠인 골프에 비해 폴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이주배 대표는 한국폴로컨트리 클럽이 온 가족이 즐기는 레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폴로는 처음 보는 이도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폴로는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말을 타고 하키처럼 스틱을 사용해 상대편 골에 볼을 넣는 경기다. 오른손으로 스틱을, 왼손으로 말을 다루면서 문자 그대로 사람과 말이 일체가 돼 투지가 넘치는 게임을 전개한다.

폴로의 기원은 페르시아 이후 티베트와 중국 등을 거쳐 인도로 전해졌는데 특히 인도에서 성행했다. 폴로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862년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귀국하면서 본국에 소개한 이후부터다. 이후 폴로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귀족들의 스포츠로 각광받아 왔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귀족 스포츠로 각광받는 폴로가 국내에 본격 상륙한 지는 1년이 채 안 된다. 전직 석유 딜러인 이주배 한국폴로컨트리클럽 대표가 2010년 6월 제주도에 한국 최초의 폴로경기장을 개장하면서 한국 폴로의 역사가 시작됐다. 폴로 선수이기도 한 이 대표는 폴로경기의 가장 큰 매력으로 박진감과 도전의식을 꼽는다.

그가 폴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즈음 승마를 배우러 간 그는 싱가포르 폴로클럽에서 우연히 벽 광고를 보게 됐다. 광고는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폴로 레슨에 관한 안내였다. 처음 폴로를 접하는 순간 그는 운명이라고 느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던 그는 죽을 힘을 다해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후 이 대표는 한국에 폴로클럽을 열겠다는 생각으로 외국의 여러 폴로클럽을 답사했다. 호주의 밀라몰롱, 윈저, 블랙번, 리치몬드, 비다다바, 엘리시안 등을 방문했고, 아르헨티나에서도 엘레스티나 등 10여 곳의 폴로클럽을 답사했다.

태국의 VR 폴로리조트, 말레이시아 로열셀랑고와 레저팜, 중국의 서니 타임, 영국의 아스콧 파크, 미국의 타코마 등도 그의 발길이 머물렀다. 오랜 답사와 고민 끝에 그는 제주도를 최적지로 선택했다. 여유와 휴식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은 제주만큼 최적지도 없다 싶었다. 더구나 제주도는 기후와 풍경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한국에서 골프 인구가 급속히 늘었잖아요. 저도 골프를 좋아합니다만, 골프는 어른들의 스포츠예요. 하지만 폴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 스포츠입니다. 아빠가 폴로를 할 때 자녀들은 승마를 하거나 아빠가 폴로경기를 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도전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배우게 됩니다. 폴로는 또한 매너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유럽의 많은 귀족들이 폴로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폴로경기 후 사교의 장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폴로의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폴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스포츠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승마 인구가 늘어나면 폴로를 찾는 애호가들이 늘 것이라고 이 대표는 자신한다. 무엇보다 그는 많은 이들이 한국폴로컨트리클럽에서 쉬면서 즐기기를 바란다. 자연 속에서 승마도 배우고 폴로도 즐기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