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 Rogers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상품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로저스홀딩스 그룹의 짐 로저스(Jim Rogers) 회장. 퀀텀펀드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116개국을 여행해 이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탐험가이기도 하다.

이런 여행을 통해 그는 각국의 경제 현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투자전략의 아이디어를 찾아낸다고 한다. 그의 여행지 리스트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돼 있다. “중국을 거쳐 배를 타고 인천으로 들어왔지요. 그리고 부산까지 내려가 다시 배편으로 일본으로 갔습니다.” 한국은 이미 수차례 방문했다는 로저스 회장은 북한도 여행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Special Interview] “상품은 여전히 최고의 투자대상, 중국 위안화도 크게 오를 것”
한경미디어 그룹이 주최한 ‘2011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또다시 한국을 찾은 로저스 회장을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이 만났다. 대담을 시작하기 전에 가진 아이스 브레이킹(공식 인터뷰 전에 나누는 가벼운 대화)이 마음에 들었던지 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시간은)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하자”며 호의를 보였다.

컨퍼런스에서의 열띤 토론과 논쟁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한 그는 대담에서도 원유와 상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세계 경제, 한국 경제의 미래와 국제 외환시장 등 폭넓은 경제 현안에 대해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과 전망을 쏟아냈다.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원유는 매장량이 부족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굉장히 많이 올라갈 것입니다. 10년 내에 배럴당 200달러 선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 다시 유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2008년에 15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경험도 있고요. 그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설 움직임도 있습니다. 산유국들도 어떻게 보면 유가가 지금처럼 급등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세계 경제가 계속 안 좋아지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돈을 찍어낼 것입니다. 따라서 실물자산(상품류)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금, 쌀, 석유 등의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2년 전) 상품 시장의 대표적 플레이어였던 리먼브러더스, AIG 등이 부도를 냈지요.

그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몇 번이나 증산한다고 했지만 한 번도 그 약속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추가로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경제가 계속 안 좋아지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돈을 찍어낼 것입니다. 따라서 실물자산(상품류)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세계 경제가 계속 안 좋아지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돈을 찍어낼 것입니다. 따라서 실물자산(상품류)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유가도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글로벌 인플레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각국의 인플레 대응 정책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 주십시오.

“미국은 계속 통화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인플레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요. 다른 이유도 많습니다. 쌀, 석유, 금 등 여러 상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겁니다.

다른 정부들은 긴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그런 것 같고 노르웨이, 중국, 인도, 호주 모두 긴축 모드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큰 정부는 계속 통화량을 늘려나갈 것입니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품의 투자 매력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공급을 위한 투자가 수요 증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상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해 오셨는데,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습니까.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왜 그렇습니까.

“상품은 지난 10~12년 동안 최고의 투자처였습니다. 주가보다 상품지수가 10배나 좋았지요. 여전히 상품은 최고의 투자 대상입니다.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물론 새로운 공급 확대가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 언젠가는 굉장히 먼 훗날의 얘기일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석유와 농산물의 재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업 종사자 수도 줄어들고 있고요. 새로운 광산 개발도 시간이 걸립니다.”

회장님은 이머징마켓에 대해 매도(short)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기적으로도 이머징마켓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입니까.

“간략히 말하면 지난 수 년 동안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게 유일한 이유죠. 투자가 과열된 시장, 예를 들어 인도를 보면 투자 과잉이 굉장히 심합니다. 석유, 농산물을 보유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은 예외지만 대부분의 이머징마켓은 상황이 악화되리라 봅니다. 부연하자면 한국은 이머징마켓이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에 대해서 고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에 대해 주요 채권국(large creditor nation)이라고 하셨는데 한국도 공기업 부채 등을 포함하면 국가 부채가 적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가 한국을 이머징마켓이라고 말하면 웃습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선진국이지요. 세계 경제에서 볼 때 한국은 채권국에 해당하고, 상황도 (한국 사람들이 안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미국보다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상황을 보면 미국을 개발도상국이라고 부를 순 있어도 한국은 이머징마켓이 아닙니다.”
짐 로저스 회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추세라고 강조했다.
짐 로저스 회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머징마켓과 함께 나스닥 기술주들과 미국 장기 채권에 대해서도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주는 기본적으로 헤징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 옳습니다. 기술주는 정확하게 (정보를) 파악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주가도 비싸다고 봅니다. 미국 채권은 미국의 부채 현황으로 볼 때 어마어마한 거품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너무나 말이 안 될 정도의 버블이 있었지요.”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중국 위안화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도 중국 위안화를 가장 안전하고 투자가치가 있는 통화라고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국은 무역흑자가 가장 큰 국가입니다. 세계적인 채권국이기도 하지요. 거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도 중국 위안화는 절하돼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절하해왔던 것이지요.

비교하자면 일본은 미국 달러화 대비 400% 평가 절상됐습니다. 앞으로 중국 위안화도 20~30년 동안 굉장히 평가절상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위안화를 사세요.”

달러화는 앞으로도 계속 보유하실 생각인가요. 아니면 모두 팔아버릴 생각인가요. 중국의 위안화 이외에 다른 통화에는 관심이 없습니까.

“미국 달러도 일부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강세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실상, 즉 경상수지, 재정적자 문제가 제대로 반영되면 앞으로 끔찍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미국의 채무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세계 역사에서 이런 나라는 유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사람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지요. 무섭게 떨어질 것입니다.”

사전에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 국경에 인접해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이 8% 성장 정책을 포기하면서 한국의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향후 중국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최근 들어 중국이 성장 속도를 늦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플레 압력과 오버 히팅(과열) 때문이지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고성장하고 있고, 설사 3% 정도로 내려가더라도 13억 인구를 고려하면 그런 성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경기 둔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야 하고 당연한 추세입니다. 중국 경기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은 규모가 큰 채권국입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정상적인 슬로 다운이니 일본, 호주, 인도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됩니다. 한국이 앞으로 번영하고 성장할 기회는 많습니다. 북한과 통일이 이뤄지면 상황은 더욱 좋아지고 한국은 매우 재미있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e메일 인터뷰에서는 또 한국이 곧 통일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자본과 북한의 자원 및 값싼 노동력이 결합해 더 강한 경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통일 비용이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비용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비용보다는 통일의 혜택이 훨씬 많을 것이 분명합니다. 군비도 줄어들 것이니 훨씬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걱정해야 할 나라는 오히려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한국은 인구가 7500만에서 8000만 명에 달하고 천연자원, 경영 능력, 자본 보유, 중국과 인접성 등에서 유리해지는데 일본은 이런 한국과 경쟁해야 합니다. 일본도 이를 알기 때문에 한국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전반적인 혜택이 크니 통일 비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미국이 또 한 차례 불황을 겪을 거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2월 소비자신뢰지수(CCI), 제조업지수(ISM Index), 전미자영업연맹(NFIB) 소기업 낙관지수 등이 수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옵니다. 미국 경제의 불황을 예상하는 근거가 뭔가요.

“단기적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요. 문제는 미국이 돈을 찍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일부 국민은 혜택을 받지만 전반적으로는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어요. 부채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죠. 미국은 지난 200년 동안 4~6년 만에 한 번씩 침체를 경험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경기침체가 올 것입니다. 그때면 상황이 굉장히 악화될 것입니다. 끔찍합니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해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합니다. 유럽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특히 유로화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지금부터 15년쯤 이후에도 유로화가 단일 통화로 버티고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어요. 다만 미국 달러와 경쟁하는 통화가 출현해야 하며, 그 점에서 유로화가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입니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에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슬로 다운은 좀 있을 겁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를 통제해야 하므로 슬로 다운은 바람직합니다. 또 유럽에 부채가 많은 국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규모가 작은 일부 국가들입니다.”

한국 투자자들도 ‘상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상품 투자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앞으로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도 들려주시죠.

“한국에도 상품 투자 방법이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문을 열었고, 그 외에도 브로커가 많잖아요. 한국 정부가 상품 시장을 보다 확대하고 상품 시장의 기본에 대해 이해도 잘 하기를 바랍니다. 저만 해도 현재 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은, 쌀, 설탕, 금 등 상품 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분야에서 돈을 벌 수가 있습니다.”
[Special Interview] “상품은 여전히 최고의 투자대상, 중국 위안화도 크게 오를 것”
짐 로저스는 누구?

평균치 한국인보다도 더 작고 아담한 체구, 그러나 짐 로저스 회장은 확실히 거인이었다. 눈빛이 맑았고 대담 도중 익살스런 표정을 연출하기도 하는 ‘평범한 거인’이었다. 또 나비넥타이만 고집하는 개성파이기도 했다.

그는 쾌활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표정과 제스처도 풍부했다. 대담 도중에 상품 시장의 장래를 강조할 때는 성냥갑만한 은 덩어리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실제로 상품을 투자하고, 지니고도 다닌다’는 의미였다.

그는 미국 앨라배마 데모폴리스 출신(1942년생)으로 미국에서 오래 활동해왔지만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산다. 물론 미국에도 사무실은 있다. 싱가포르에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두 딸에게 중국어와 영어를 모두 가르치면서 공기가 깨끗한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69년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함께 퀀텀펀드를 공동 설립해 10년 동안 무려 4200%의 수익을 냈다. 그 시기 미 증시의 S&P지수는 50%가량 올랐다.

37세에 은퇴를 결심한 그는 자기 자산을 관리하면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변신했다. 1990~92년에는 6개 대륙을 오토바이로 여행했다. 1999년부터 3년간 또다시 세계 일주에 나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116개국, 총 24만5000km를 여행했다고 썼다. 서울도 몇 차례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은 좋은 경관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관광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에 가서 비무장지대(DMZ)와 평양을 방문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가 세계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끝에 “당신 같은 거물을 만나 대화를 나눠서 매우 기쁘다”고 했더니 “당신이 나보다 더 크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글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사진 이승재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