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02년 한나라를 건설한 유방(劉邦)은 여러 장수를 모아 놓고 연회를 베풀면서 그가 천하를 얻은 이유를 묻는 부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지략에서는 장량보다 못하고, 군사 지휘에서는 한신만 못하며,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소하만 못하지만,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어 천하를 얻을 수 있었소. 항우에게는 범증이 있었지만 채용할 수 없었으니 이것이 그가 나에게 패배한 까닭이오.”

이 말을 들어 보면 유방이 얼마나 큰 인물이고 사람 보는 안목이 우수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유방이 모든 사람을 다 잘 거느린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유방이 한신에게 군사를 잘 다룰 줄 알면서 왜 잡혔는지를 물었을 때,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병사를 거느리는 요령은 부족해도 장수는 잘 거느리십니다. 이것이 저 한신이 폐하에게 잡힌 이유입니다.”

사람을 볼 줄 알고, 특히 장수를 잘 거느릴 줄 아는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게 됐다는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최고경영자(CEO)가 하부 인사까지 모두 잘 하기는 어려워도 최고위 참모를 잘 둠으로써 큰 흐름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죽은 말의 뼈를 사서(買死馬骨) 천리마를 얻다

어떻게 인재를 알아보고 뽑아 쓸 것인가는 CEO가 해야 할 일이다. 먼저 CEO는 ‘인사가 만사’임을 인식하고 좋은 인재를 구하려는 열의가 있어야 한다.

연나라 소왕이 인재를 찾기 위해 모사 곽외와 상의하니 곽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에 말을 좋아하는 임금이 천리마를 구하려고 했으나 구할 수가 없자, 한 관리가 자신에게 그 소임을 맡겨주기를 청하고 천금을 받아 천리마를 구하러 다녔다.

그러나 그는 천리마를 끝내 구하지 못하고 대신 죽은 천리마의 뼈를 오백금 주고 사왔다. 이에 임금이 죽은 말 뼈를 사온 것에 대해 나무라자 그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께서 죽은 말의 뼈를 비싼 값으로 샀다는 소문이 퍼지면 머지않아 천리마를 구할 것입니다.”

과연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사람이 천리마를 왕에게 바쳤다. 이와 같이 우수한 인재를 비싼 값에 사려는 CEO의 강렬한 의지가 있으면 인재는 구름같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천리마를 알아본 백락

그렇다면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천리마를 누가 알아볼 것인가. 춘추시대 진나라 목공(穆公) 때 말 고르는 전문가로 백락이란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천리마라 할지라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보통 말처럼 묻혀 있듯이,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그 능력을 알아주는 리더를 만나지 못하면 평범한 사람에 묻혀 평생 이름 없이 지낼 수밖에 없다.

퇴지 한유(退之 韓愈)가 시에서 “세상에 백락이 있고/ 그 다음에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 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라고 말한 것처럼, 천리마나 인재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알아봐 주는 백락과 같이 우수한 ‘안목’을 가진 지도자가 드물다.

묻혀 있던 천리마나 인재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을 만나면 목숨을 다해 충성하게 된다. 유비에게 대를 이어 충성한 제갈공명처럼.

조조의 인사참모 유소

나관중이 쓴 <삼국지>는 유비가 주인공인 듯 이야기를 펼치고 있지만, <삼국지>의 중심인물은 누가 뭐라 해도 조조다. 이중톈(易中天)이 쓴 <삼국지 강의>(品三國·김영사)를 보면 조조를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그의 간사함, 교활함, 잔인함, 포악함도 침착해 서두르지 않고, 도량이 넓고 대범하며, 진실하고 솔직한 그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러한 각도에서 보면 조조는 영웅, 그것도 큰 영웅이다.”

무릇 초목 가운데 빼어나고 훌륭한 것을 영(英)이라 하고, 금수 가운데 가장 출중한 것을 웅(雄)이라 한다. 그러므로 지식과 무략이 탁월한 인재를 영웅이라 한다. 조조가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이렇게 문무를 겸비하고, 현대의 CEO가 지녀야 할 덕목처럼 냉철한 상황 판단과 인재를 보는 탁월한 식견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조조는 사람을 보는 탁월한 눈을 가졌고, 특히 그의 곁에는 유소라는 뛰어난 인사참모가 있었다. 유소는 조조의 비서랑으로서 인재를 발탁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인물로 <인물지>(人物志)라는 책을 남겼다.

조직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리더들은 시간을 내서 이 책을 한 번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1800년 전에 씌어졌지만 오늘날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사람 알기’에 매우 유용하다. 조조는 이처럼 탁월한 인사참모를 쓸 줄 알았기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모두 12편으로 구성된 <인물지> 각 편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① 밖으로 드러난 아홉 가지 징험(九徵), ② 체질에 따른 성격의 구별(體別), ③ 재능에 따른 직분의 종류(流業), ④ 재질과 이치(材理), ⑤ 재질과 재능(才能), ⑥ 갖가지 일처리 방식의 이로움과 해로움(利害), ⑦ 어떻게 사람을 알 것인가?(接識), ⑧ 뛰어난 인물(英雄), ⑨ 사람을 관찰하는 여덟 가지 방법(八觀), ⑩ 일곱 가지 오류(七繆), ⑪ 인물 알아보기의 어려움(效難), ⑫ 분쟁의 해결(釋爭)
일러스트·이경국
일러스트·이경국
재능과 직분

이 중에서도 특히 세 번째인 ‘재능에 따른 직분의 종류’에는 구체적인 사람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재능과 직분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① 덕행이 높은 청절가: 연릉·안영, ② 법과 제도를 만드는 법가: 관중·상앙, ③ 책략과 지모의 술가: 범려·장량, ④ 덕·법·술을 겸비한 동량(國體): 이윤·여망, ⑤ 낮은 청절가인 깐깐한 사람(藏否): 자하, ⑥ 낮은 법가인 재주꾼(技倆): 장창·조광한, ⑦ 낮은 술가인 꾀 많은 사람(智意): 진평·한안국, ⑧ 문장가: 사마천·반고, ⑨ 유학자(儒學): 모공·관공, ⑩ 구변가(口辯): 악의·조구생, ⑪ 굳센 사람(驍雄): 백기·한신

청절가는 교육자(師氏), 법가는 사구(司寇), 술가는 정승 다음가는 삼고(三孤)의 임무가 적합하며, 국체를 가진 사람은 삼공(三公), 이보다 낮게 갖춘 사람은 백관을 감독하는 총재, 깐깐한 사람은 교육자의 보좌역, 꾀 많은 사람은 총재의 보좌역, 재주꾼은 토목 건축업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직능과 직분의 분류는 오늘날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정교하게 나눈 유소의 분류는 후대의 많은 지도자들에게 좋은 인사 정보가 될 것이다.


[사람을 관찰하는 8가지 방법]

사람의 재능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유소는 다음의 8가지(八觀)를 들고 있다.

① 남과 쟁탈하거나 구제하는 것을 관찰한다.

② 사태에 감응해서 변화하는 태도를 관찰한다.

③ 명성의 근거를 관찰한다.

④ 행동의 동기를 관찰한다.

⑤ 사랑하고 공경하는 태도를 관찰한다.

⑥ 미세한 감정 상태를 관찰한다.

⑦ 단점을 관찰해 장점을 파악한다.

⑧ 총명함을 관찰해 통달한 바를 알아낸다.

유소의 이렇듯 정교한 ‘사람 관찰법’은 오늘날의 조직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진문(영남대 겸임교수, 대구경영자독서모임 대표, (주)경일약품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