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머징마켓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 등을 통해 긴축정책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들 지역으로 몰렸던 자금의 강도가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증가하고 있다.
자칫 과도한 인플레 상황이 전개되고 미국 등 선진국까지 긴축정책으로 전환한다면 주식시장의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플레 문제는 2011년 내내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잘 알다시피 인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줄여서 인플레라고도 부른다. 인플레가 있을 때는 돈의 가치가 그대로 보존되지 않는다. 돈의 가치는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가 일어나면 돈의 구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매년 물가상승률이 2%라면 이론적으로 100원인 껌의 가격은 1년 후 102원이 된다. 인플레 때문에 당신의 돈으로 전에 살 수 있었던 같은 물건을 이제는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플레에는 다양한 변형이 있다. 인플레와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상태를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하며 이를 줄여 디플레라고 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은 비정상적인 속도의 인플레를 말한다.
극단적인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한 나라의 통화시스템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는 1923년 독일에서 발생했다. 한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무려 2500%를 기록했다.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동반한 인플레를 말한다. 인플레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과 그 영향
인플레가 일어나는 원인은 한마디로 너무 많은 돈이 시장에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는 시장에 나오는 돈이 상품의 생산량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할 때 생기며 돈이 풀리는 속도가 빠를수록 인플레이션율도 높아진다.
이처럼 화폐량과 물가는 함께 움직인다. 최근 경제상황과 같이 대부분의 인플레는 화폐가 직접적인 원인이고 물가상승은 그 결과다. 화폐량과 물가의 관계는 장작에 불을 지펴서 가마솥의 물을 끓이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때 장작은 화폐량과 같고 물은 물가와 같다. 처음에 장작불을 지피면 가마솥 안의 물이 적당한 온도로 데워진다. 장작불을 계속 지피면 이윽고 가마솥의 물이 펄펄 끓어 넘치려고 할 것이다. 장작을 너무 많이 때서 가마솥의 물이 끓어 넘칠 때 근본 원인인 장작을 빼야지 끓는 물에 물만 더 붓는다면 가마솥의 물이 넘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물가가 뛰면 화폐공급량을 줄여야 한다. 화폐량을 줄이지 않고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화폐공급량을 갑자기 줄이면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게 된다. 최악의 경우 부도를 맞는 기업도 속출할 수 있다.
인플레의 원인은 화폐량 이외에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올라가면 물가 역시 올라가는데 이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이라고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 발생한다.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나 임금 등 생산요소의 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인플레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라고 한다. 수요가 늘어나고 비용이 올라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플레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즉 인플레가 심해지면 물가가 올라가므로 근로자는 회사에 임금을 올려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니 기업은 물건 가격을 올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를 불가피한 재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인플레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그것은 인플레가 예측되느냐 예측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물가상승률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한 수준이라면 우리는 이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높지 않다.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을 불평하지만 그만큼 월급이 오른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결국 적정한 인플레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는 것이 높은 인플레보다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의 부족은 경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의 이익이 줄고 자연히 가계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소비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인플레 상황에서 좋은 상품 vs 나쁜 상품
그렇다면 인플레 상황에서 자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플레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투자는 주식 등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수익이 인플레에 대해 내재적으로 보호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면회사의 경우 밀가루 값이 올랐다면 원재료 값이 오른 만큼 라면 값을 올릴 것이다. 결국 인플레는 회사의 매출과 비용을 증폭시키는 데 불과할 뿐이며 순이익은 늘어나게 된다.
세계적인 투자석학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장기적으로 주식이 물가상승에 대해 매우 좋은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급격한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은 최고의 투자수단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인플레가 주식시장에 해롭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이는 소비자물가나 생산가격 등이 오르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가라앉고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인플레가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해로운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막기 위해 취하는 정책 탓이 크다. 정부는 인플레를 막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써서 경기를 억누르게 된다. 인플레 시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가 움츠러들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공급능력이 제한된 상품과 위험자산이 인플레를 극복하는 데 뛰어났다. 대표적으로 원유와 함께 금이 인플레를 뛰어넘는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금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시기에는 그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곤 한다. 화폐처럼 갑작스럽게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금은 항상 인플레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인플레 때문만은 아니다. 인플레가 크게 일어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현금이나 채권을 보유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물가상승률과 연동되는 대상에 투자하게 되는데 전통적으로 금은 선호도가 높은 투자대상이었다. 하지만 금 가격 추이를 보면 변동성이 매우 심한데 이는 비상식적인 믿음이나 거품에 의해 좌우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플레에 대비해 무조건적으로 금으로 달려가는 것은 위험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플레 시기에 가장 불리한 자산은 현금과 채권형 펀드 등이다. 현금은 긴급한 상황에 유용하게 쓸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불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투자 수단이 되지 못한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높아질수록 돈의 가치도 더 빨리 낮아지기 때문에 인플레 시대에 현금보유는 가장 나쁜 투자 방법이다.
채권이나 채권형 펀드는 현금보다는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플레에 극도로 약한 단점이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시소의 양끝처럼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즉 인플레가 발생하면 채권 가격은 여지없이 떨어진다.
결국 인플레를 단지 위기만으로 볼 일은 아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인플레 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 jymin@asset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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