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은퇴자에게 주택연금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수 있다. 평생 내 집에서 살면서 노후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 순화동에 사는 정모 씨(75)는 주택연금 덕분에 노년을 별 걱정 없이 보내고 있다. 자영업자였던 정 씨는 동년배들처럼 일만 해왔을 뿐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채 칠순을 넘겼다.

앞이 막막했던 그는 신문에서 기사를 보고 주택연금 가입을 결심했다. 그는 반대하는 자녀들에게 “내 인생도 중요하다. 내가 여유 있어야 너희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다”고 설득해 2008년 12월 연금에 가입했다. 정 씨는 매달 150여만 원의 연금을 받으며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아내와 함께 운동도 시작했다. 그는 “연금 때문에 부부 금실도 좋아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주택연금] 주택 한 채만 있어도 노후 ‘든든’…집값 하락 스트레스 이제 끝!
집 담보 주택연금 불티

주택연금이 노후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으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출시 첫해인 2007년 515명에 불과했던 신규 가입자는 2008년 695명, 2009년 1124명 등으로 꾸준히 늘더니 2010년에는 2016명이 새로 가입해 누적 가입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가입 건수도 2009년 4.4건에서 2010년 8건으로 증가했다. 또 하루 평균 신청건수도 2009년 5.8건에서 2010년 1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주택연금 가입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주택 상속 대신 보유주택을 활용해 스스로 생활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상당부분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회사에서 노후 생활비를 매달 연금 방식으로 지급받는 역(逆)모기지 대출이다.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평생 거주권과 함께 월 지급금이 보장된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연금은 2007년 7월 도입됐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데 비해 고령자를 위한 사회복지는 재정 부족 등으로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다. 특히 사회생활 동안 자녀 교육과 노부모 부양에 매달린 탓에 미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은퇴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은퇴자가 갖고 있는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집은 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하우스 푸어’ 처지에 놓인 은퇴자들의 고통은 집값 하락과 함께 점차 커지고 있다. 미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은퇴자에게 주택연금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수 있다. 평생 내 집에서 살면서 노후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가입요건 및 지급방식은

[주택연금] 주택 한 채만 있어도 노후 ‘든든’…집값 하락 스트레스 이제 끝!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으로 1가구 1주택 보유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단 시가 9억 원 이하의 주택으로 경매 신청,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 법적 권리 침해가 없어야 한다.

주택은 주택법상 주택(단독·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른바 실버주택)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준주택으로 분류되는 오피스텔, 상가주택, 전답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택연금은 수시인출 한도 설정 없이 월지급금을 평생 받는 ‘종신지급 방식’과 수시인출 한도를 설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월지급금으로 평생 수령하는 ‘종신혼합 방식’으로 나뉜다.

월 지급금 유형은 평생 고정된 정액형, 매년 3%씩 감소하는 감소형(초기에 많이 받는 방식), 매년 3%씩 증가하는 증가형(나중에 많이 받는 방식) 등이 있다. 가입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연금으로 받다가 목돈 인출도 가능
[주택연금] 주택 한 채만 있어도 노후 ‘든든’…집값 하락 스트레스 이제 끝!
주택연금은 목돈 인출을 위한 수시인출 한도를 미리 설정하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 쓸 수 있다. 의료비, 혼례비 등 일반 용도인 경우 대출 한도의 30% 이내(최대 1억5000만 원), 주택담보대출 및 임대보증금 상환용도인 경우에는 대출 한도의 50% 이내(최대 2억5000만 원)에서 인출할 수 있다.

가입 시점의 연령과 집값이 높을수록 월지급금이 많아지고 부부의 경우는 적은 나이를 기준으로 연금액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3억 원짜리 일반주택인 경우 70세는 106만 원, 75세는 133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1.1%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이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노후소득이 없는 은퇴자 특성을 감안해 이자를 현금으로 직접 납부하지 않고 매월 대출 원금에 가산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주택연금 종료 때 대출 원금과 함께 주택처분 가격으로 상환된다.

부부 모두 사망 때 상속인 등에 의한 상환이 없으면 주택을 처분한 가격으로 대출금을 상환한다. 상환대출금은 주택처분 가격을 넘지 않는다. 남을 경우에는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주택연금을 신청하려면 주택금융공사 콜센터(1688-8114)나 지사(전국 14곳)를 통해 상담, 심사를 받고 취급 금융회사에서 대출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현재 주택연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대구·광주·부산· 전북은행 등 10곳이다.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각종 세금과 비용을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다.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내야 하는 등록세(설정 금액의 0.2%), 교육세(등록세의 20%), 농어촌특별세(등록세의 20%), 국민주택채권매입의무(설정금액의 1%) 등이 면제된다. 담보주택 감정료도 20% 감면해준다.

재산세도 25% 감면받고(5억 원 초과 주택인 경우 5억 원에 해당되는 재산세액의 25%만 감면), 대출이자 비용도 연간 2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주택연금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이 같은 혜택들은 주택연금의 노후 보장 효과를 더욱 강화했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아무리 하락해도 당초 약속한 월 지급금은 변동 없이 지급된다. 가입자가 집값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이를 승계해 연금을 계속 받을 수도 있다. 금융상품 중 같은 조건으로 배우자까지 종신 보장을 해주는 상품은 찾기 어렵다.
[주택연금] 주택 한 채만 있어도 노후 ‘든든’…집값 하락 스트레스 이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