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지루한 장세 탓에 멍하니 깜박이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유럽에 파견 나가 있는 후배가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초일류 회사에 경력 직원으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해서 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답문 내용은 폭군으로 군림하는 지사장과 그 휘하의 아부꾼들로 인해 몇 달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 직원에게 술자리에서 직장 생활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그 내용이 바로 상사에게 보고돼서 그 이후로는 사무실에서 공공의 적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한다.

후배는 결혼 전이니 책임질 가족도 없고 그런 직장 환경에서 뛰쳐나오는 것이 그다지 아쉬울 것도 없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큰 회사에서 신입사원 한 명이 그만둔다고 표시가 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당사자 이외에는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작은 사건으로 일단락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투자자의 안목에서 본다면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이런 직원들 간의 분쟁을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람의 성격을 표현할 때 쓰는 표현 그대로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셈이다. 대부분 기업들의 ‘성격’은 그 기업 경영인의 품성을 그대로 닮기 때문이다.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폭언과 아부로 높은 자리에 오른 간부가 존재하는 회사는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그런 언행이 용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회사의 경영인도 같은 방법으로 부하 직원을 통솔하고 있거나 적어도 그런 언행이 경영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어느 회사에나 품성이 나쁜 직원들은 있을 수 있다. 그들이 회사를 당장 망하게 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능력은 부족해도 훌륭한 성품의 직원들이 팀워크를 이룬 회사와 경쟁할 때는 밀릴 수밖에 없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높은 능률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즐겁게 갈 수 있는 회사, 직원들이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회사라면 관리자가 할 일이 없는 회사가 될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회사라고 생각된다면, 그 회사에는 절대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정직함이란 종교적인 ‘완벽한 정직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를 계속 골탕 먹이거나 나쁜 일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라는 말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정직성을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소비자로서 느끼는 본인의 경험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 때 노력한 만큼 판매 후에도 책임을 철저히 지는 회사는 투자 가치가 높은 훌륭한 회사다.

미국의 대형 할인판매 업체 코스트코(Costco)나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은 소비자들에게 환불이나 교환을 잘해주는 대표적인 업체다. 판매 후에도 품질과 소비자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증거다. 코스트코와 노드스트롬이 장사가 잘 된다는 사실은 주차장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패배 원인은 일본차보다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몇 대나 팔았나 수치를 분석하기보다 직접 딜러를 방문해 차를 타보면 품질을 바로 알 수 있다. 경쟁 회사들의 주가 동향을 비교할 때 특정 회사가 뚜렷하게 경영을 잘 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대체적으로 품질과 서비스, 도덕적인 면에서 뛰어난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성격이 좋은 쪽으로 변화를 보이는 회사도 높은 투자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요즘 포드자동차의 디자인이나 승차감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기업의 성격이 좋은 쪽으로 변한 경우다. 물론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품질이 개선됐다면 옛날의 영광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Up-Front in US] ‘품성’ 좋은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김세주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Charles Schwab)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컨설턴트
현 엑셀랑스 애셋 매니지먼트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