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국가 원수 & 글로벌 CEO의 공항 패션 읽기

영화배우들이 리무진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 세례가 터지고, 전국으로 또 전 세계로 그 장면이 퍼진다. 배우들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어쩌면 그 배우가 출연한 작품 또는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정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입은 옷부터 소품 코디, 걸음걸이, 얼굴과 손 모양, 서 있을 때의 자세까지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총체적으로(?) 분주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한’ 순간은 한 나라의 원수 혹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용기에서 내리는 순간, 또는 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는 순간 비쳐지는 모습을 통해 한 나라 혹은 기업의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스타의 그것만큼이나 이들의 공항 패션도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빡빡한 일정과 장시간의 비행을 생각하면 편안하고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대중의 카메라는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국가 원수와 CEO들의 뜨거운 ‘에어 카펫(패셔너블한 공항 패션)’을 함께 밟아 보자.
[Airport Fashion] 이건희 회장…패션 T.P.O.에서도 재계 ‘총수급’
재계 총수들에게 있어 패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수없는 만남과 소통에 있어 패션이야말로 에티켓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패션이 비즈니스 전략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수없이 많은 비즈니스 미팅을 목적으로 전용기로 자주 이동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공항 패션이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이 회장의 공항 패션은 연예계 스타들 못지않게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참관한 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고급스러운 카멜 컬러 재킷으로 럭셔리한 연출 센스를 보여줬다.

이동이 불편한 비행기 안에서 최대의 편안함을 도모하기 위해 바지나 재킷 사이즈를 넉넉하게 입어 편안한 CEO 공항 패션을 연출한 점이 눈에 띈다. 이날 함께 모습을 드러낸 홍라희 여사도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넉넉한 품의 회색 반코트 아래 슬림한 팬츠를 매칭한 후 낮은 굽의 구두를 신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재벌가 ‘사모님’의 아우라를 여지없이 풍겼다.

‘블루’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삼성’의 CEO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국내 재계 총수 중 가장 패셔너블한 공항 패션을 연출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국내 재계 총수 중 가장 패셔너블한 공항 패션을 연출한다.
170cm의 키에 비해 어깨가 넓은 이 회장은 넓은 어깨만큼이나 패션에서도 권위와 격조가 높아 보인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이탈리아 명품 슈트의 대명사인 ‘키톤(Kiton)’을 즐겨 입었는데, 그 덕에 ‘키톤’이 유명세를 탔다.

키톤은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즐겨 입는 최고급 슈트 브랜드로, 양복 한 벌을 완성하는 데 바느질 4000땀 이상을 들일 만큼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명품 슈트다. 가벼운 착용감과 함께 몸에 부드럽게 감기는 감촉 때문에 인기가 높다. 키톤은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 원단의 특성 덕에 해외 출장이 잦은 대기업 간부 및 대표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로도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는 제일모직 란스미어(Lansmere)에서 수입하는 ‘체사레 아톨리니(Cesare Attolini)’ 슈트는 물론 어깨 디테일이 독특한 ‘샤맛(Sciamat)’, 가벼운 다운 점퍼 ‘헤르노(Herno)’ 등 포멀 웨어부터 캐주얼 의류까지 란스미어의 다양한 브랜드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사레 아톨리니의 특징은 착용감이 좋고 완성도 높은 슈트라는 점. 이탈리아 나폴리만의 독특한 슈트답게 허리보다 어깨를 강조한 V라인이 이 회장의 체형을 잘 보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여유 있는 피트를 좋아해 예전의 키톤 옷도 다시 리폼해 입는다고 전해진다.

반면 공식 행사장에서 이 회장은 블랙 계열의 슈트를 선호한다. 삼성의 로고 컬러이기도 한 이 회장의 블랙 슈트에 블루 타이는 ‘신뢰’가 최우선인 삼성의 경영이념을 나타내는 데 최선인 셈이다.

멋쟁이 회장의 ‘쿨비즈 패션’
[Airport Fashion] 이건희 회장…패션 T.P.O.에서도 재계 ‘총수급’
최근 이 회장의 공항 패션은 마치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처럼 대중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노타이 차림에 제일모직 브랜드인 란스미어에서 별도로 제작한 카멜 컬러 슈트에 그레이와 베이지 팬츠 혹은 카멜 컬러 슈트에 맞춰 브라운 계열의 매끈한 슬립온 슈즈를 신은 이 회장의 모습은 이른바 멋쟁이 회장님의 쿨비즈 패션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남성 슈트는 150~160수를 고급 원단으로 여기지만, 란스미어에서 별도 제작한 이 회장의 190~200수 최고급 원단 카멜 슈트는 그 자체로 빛을 발했다. 이 회장은 짙을수록 더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슈트의 컬러에 따라 공식석상에서는 짙은 컬러의 슈트를 주로 선택하는 편이지만, 공식 행사장이 아닌 경우에는 아이보리, 카멜, 연핑크, 밝은 그레이 등의 다양한 색상의 슈트를 선택함으로써 대한민국 굴지의 패션기업을 둔 리더답게 진정한 패셔니스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은 ‘란스미어’, 아내는 ‘르베이지’ 이건희 회장 부부, 제일모직 브랜드 애용

제일모직 ‘란스미어’의 맞춤 슈트는 소재와 퀄리티, 서비스 등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과 높은 안목으로 기업 총수들과 경영인, 예술가층 고객들에게 호응이 좋다. 1995년 제일모직이 ‘꿈의 원단’을 표방하며 만든 원단 브랜드인 란스미어는 2005년부터 원단과 함께 맞춤양복 브랜드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10년 2월 이 회장이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란스미어를 착용한 후 ‘이건희 슈트’라는 애칭이 생기며 평균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란스미어 맞춤 슈트는 250만 원대부터 10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다.
[Airport Fashion] 이건희 회장…패션 T.P.O.에서도 재계 ‘총수급’
이 회장은 물론 부인인 홍 여사도 자사 브랜드를 애용하는 모습이 꾸준히 프레스 카메라에 잡히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유스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이 회장 부부는 평소 공식 행사장에서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그날 이 회장은 ‘란스미어’ 제품을, 홍 여사는 제일모직의 ‘르베이지’ 제품을 착용했다. 평소 맞춤옷을 선호한다는 홍 여사는 최근 들어 자사와 타사 기성복을 직접 입어보고 착용감을 평가하기도 한다는데, 제일모직에서는 홍 여사만을 위한 옷을 따로 만든다는 후문도 있다.
[Airport Fashion] 이건희 회장…패션 T.P.O.에서도 재계 ‘총수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