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호텔 일식당 무라사키

서울의 중심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의 일식당 고토부키가 새로운 버전 ‘무라사키’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에서 정통 일식을 맛볼 수 있는, 새로운 인테리어와 새로운 식단,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 ‘무라사키’다.
총주방장 미나미 하마 요시카즈(오른쪽)와 임홍식 조리장
총주방장 미나미 하마 요시카즈(오른쪽)와 임홍식 조리장
보통 한국 사람들은 갓 잡은 싱싱한 생선살을 떠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 먹는 ‘쫄깃한 회 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통하는 정말 맛있는 회는 한국인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정통 일식의 회는 생선을 잡아 일정 기간 숙성시킨 후 회를 떠서 먹는 ‘선어회’를 가리킨다. 도심에서 정통 선어회를 맛볼 수 있는 일식당 ‘무라사키(Murasaki)’가 문을 열었다.

정통 가이세키와 스시의 정수

무라사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라자호텔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장장 반년에 걸쳐 전체 내·외관을 모두 바꾼 플라자호텔의 3층에 위치해 있는 무라사키는 호텔의 시그니처 컬러인 ‘보라색’의 품격을 담고 있다.

보라색은 고대부터 가장 귀한 염료로 여겨져 왕족과 귀족 등 소수에만 허용된 권력과 품격의 색상. 결국 무라사키는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품격 있는 공간과 음식’을 표방하는 셈이다.
[Gourmet Report] 정통 일식의 ‘本座’ 서울 상륙
널찍한 무라사키의 입구에 들어서면 도심 속에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돌과 나무, 물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압도한다. 홀 내부는 국내 호텔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 중 가장 긴 15인석 라이브 카운터를 설치해 즉석에서 스시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어두워진 저녁 다다미방 구조의 개별 룸에서 식사를 하면, 통 유리창을 통해 시청 광장과 덕수궁 전경 등 아름다운 야경을 보너스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하면서 모던한 멋을 동시에 보여주는 야경 감상은 이른바 일식의 스키다시(가이세키 요리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가볍고 간단한 요리) 중 하나일 뿐이다. 무라사키의 진면목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에 있다.
[Gourmet Report] 정통 일식의 ‘本座’ 서울 상륙
원래 무라사키는 예전 플라자호텔의 일식 ‘고토부키’가 위치해 있던 공간이었다. 과거의 고토부키가 정통 일식이 아닌 한국적인 느낌이 강했던 반면, 무라사키는 한국적인 느낌은 모두 버리고 에도시대부터 연회요리에 이용한 정식요리인 교토식 가이세키(會席)를 모던하게 풀어낸 곳이다.

신선한 식재료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가이세키 요리의 전통 조리기법을 따르되 계절에 따른 한국 식재료 사용과 함께 일정 부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는 것만을 허용한다는 의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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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사키의 총주방장은 미나미 하마 요시카즈다. 그는 일본 5대 가이세키 레스토랑인 130년 역사의 난지 야마토야 출신의 실력자다. 여기에 스시 전문 주방장 이츠이 후토시가 합세해 무라사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일식 오트 퀴진(haute cuisine)의 새로운 장을 펼친다. 한·일의 일식 셰프 간의 멋진 시너지를 위해 플라자호텔의 일식을 책임지던 임홍식 조리장도 합세하면서 무라사키는 정통 일식의 진수를 약속한다.

무라사키 소개에 이어 음식 맛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겠다. 무라사키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일식의 완성 가이세키는 계절과 음양, 건강을 고려하는 약선 음식이다. 한상차림으로 푸짐하게 맛본 가이세키 정찬은 이른바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후각을 통한 만족감, 혀끝으로 느끼는 즐거움까지 삼미(三美)를 모두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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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세키 요리에 이어 무라사키에만 있다는 스시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듣던 대로 무라사키의 초밥은 한국에서 맛보던 일반적인 초밥과는 재료부터 달랐다.

한국에서 만드는 초밥은 설탕을 넣어 달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의 초밥은 일본에서 공수해 온 식초 네 종류를 잘 섞어 만든다. 밥과 식초 맛으로 만든 이곳의 스시는 생선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츠이 후토시 스시 총괄 주방장은 “직접 만든 배합간장이 가장 맛있게 스시를 먹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자부했다. 기존 스시로 잘 먹지 않았던 전어나 고등어, 갈치 등의 등푸른 생선도 맛있는 스시로 재탄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

취재에 동반했던 한 지인은 “몇 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일반 초밥과는 다른 밥맛이 환상적”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사람을 온전히 감동시킨 무라사키의 요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혀를 감동시킬지 기대된다.

1.15인석 라이브 카운터에서 스시를 만드는 모습을 즉석에서 볼 수 있다.
2.일본에서 공수해 온 채소와 생선으로 만드는 무라사키의 일식
3.다시마만 넣어 복의 고유한 맛을 살려주는 복지리 냄비 요리
4.재철 재료의 향연을 눌과 입으로 만끽할 수 있는 건강요리인 가이세키
5.일본에서 공수해 온 식초 네 가지 종류를 잘 섞어 밥과 식초 맛으로 만든 스시

위치 서울시 중구 태평로2가 플라자호텔 3층
전화 02-310-7100
오픈 런치 11:30~14:30, 디너 18:00~22:00, 연중무휴
가격 가이세키 요리 13만 원~21만 원, 제철 채소와 생선 요리를 선보이는 일본식 송화당 도시락 6만5000원, 상기 메뉴 가격 세금 및 봉사료 별도
[Gourmet Report] 정통 일식의 ‘本座’ 서울 상륙
글 김가희 ·사진 이승재 기자 hol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