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는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여 왔다. 특히 2010년에는 과잉 유동성과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기업 혹은 업종 간 변동 폭이 확대됐다. 2011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올해는 글로벌 증시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주가 전망에 좋은 지침이 됐던 ‘뉴욕 패션위크 2010년’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월가에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뜬금없이 무슨 패션 행사 얘기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증시를 예측할 때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각종 패션 행사에 참가한 여성 모델들이 다음해 유행할 옷으로 입고 나온 치마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면 증시의 앞날이 밝다는 것이다. 매년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가 모든 증시 참여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재테크 상식이 있다. 돈이 되는 정보란 남과 공유된 것이 아니라 차별화돼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인터넷상에서 얻은 정보를 믿고 주식과 부동산을 투자하면 큰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정보든 인터넷에 한번 실리면 그 즉시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재테크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는 경기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유명한 일화를 들어보자. 1990년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은 연말연시가 되면 계열사를 방문해 종업원들에게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보곤 했다.

당시 대기업 회장의 질문에 대답하는 종업원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평상시 경제나 주식에 대해 관심이 높은 종업원들은 질문을 기다린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한다. “예측기관들이 성장률을 올해 몇 %에서 내년에는 몇 %로 전망한 것으로 봐서는 앞으로 경기가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평소 자신의 일만 충실히 한 종업원들은 고객들이 보이는 성향을 과거와 비교해 가며 경기 향방에 대해 대답한다. 대기업 회장의 입장에서 이 두 부류 중 어떤 대답을 원해서 그런 질문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후자처럼 자기 자신의 일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런 질문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경기를 내다보는 안목도 자기 자신의 일에 충실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구별되게 경기를 파악하는 후자의 정보가 더 유용하다.

예측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를 토대로 경기를 보면 외형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는 발표되자마자 모든 매체를 통해 대부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정보를 이용해 재테크를 한다면 평균 수준 이상의 큰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증시를 비롯한 재테크에는 경제학자들이 보는 전문적 지식이나 계량적 예측기법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경기와 연관시켜서 애착을 갖고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도 있다. 부연하자면 주식을 비롯한 재테크 시장에서는 전망기관들의 예측뿐만 아니라 ‘치마끝선 법칙’과 같은 독특한 경기와 주가를 보는 참고 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MARKET INSIGHT] 2011년 글로벌 증시 조감도
요즘 월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핀볼 효과(pinball effect)’라는 용어도 다시 들린다. 핀볼 효과란 제임스 버크의 명저로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 하나가 도미노처럼 연결되고 점점 증폭되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를 증시에 적용한다면 각각의 볼링에 해당하는 주가결정 요인인 경제 성장과 경기순환, 금리 혹은 국제 유동성, 기업 실적, 투자자 심리 등이 2011년에는 우호적으로 예상돼 주가가 의외로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증시의 가장 큰 볼링 핀에 해당하는 세계 경기는 2010년 하반기 이후 일부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을 놓고 낙관론인 ‘소프트 패치’와 비관론인 ‘더블 딥’ 간의 논쟁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011년에는 연착륙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에 세계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잠재 수준으로 안착돼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국면은 세계 경기가 연착륙이 될 때 나타났다. 세계 경제가 높은 성장이 지속될 때에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부담 등으로 실제 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으나, 연착륙 국면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증시의 수급 여건이 어느 정도 받쳐줄 경우 주가가 크게 올랐다.

2011년에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경기순환상으로 보면 주가 흐름에 유리한 분기별 성장률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영향력이 재입증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2010년 말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와 함께 또 하나의 볼링 핀인 유동성은 최소한 현 수준에서 더 위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 세계 평균금리는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이나 피셔 공식을 토대로 볼 때 아주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가 퇴조한 점을 감안하면 양적인 면에서는 2010년보다 더 좋을 수 있다.

2011년에 출구전략 추진과 금리인상 여부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할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모든 상품이 공급 과잉에 처해 있는 상황에 있어서는 최종 상품의 가격 파괴 혹은 가격 인하 경쟁으로 세계 물가가 크게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른바 ‘월마트 혹은 할인마트 효과’다.

미시적 측면에서 볼링 핀에 해당하는 기업실적은 최근처럼 세계 산업이 증강현실과 통합융합 업종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은 심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적 제조업과 달리 이들 업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 증대와 비용 절감, 기업이윤이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볼링 핀을 연결하는 투자자들의 증시를 보는 시각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각종 예측과 관련된 좋은 교훈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며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해 뒤늦게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증시에 나타날 각종 리스크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특히 2011년은 ‘불확실성의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중에서 환율 혼란이 시장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했다.

2011년에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적금, 여전히 부진한 부동산 시장,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금과 채권 가격 등을 감안하면 주식 투자는 가장 유망해 보인다. 2010년 비관론을 고집했던 사람들까지 뒤늦게 가담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낙관론이 불고 있으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주식 투자는 기대수준을 낮추고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익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