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Care] 퇴직자 생태계의 진화
돈과 소비는 노년층을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중요하며, 존경받으면서 젊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모 구청에서는 기념행사로 ‘어르신 큰소리 지르기 대회’를 개최했는데, 큰소리 지르고, 스트레스도 풀며, 상도 받고, 노후를 활기차게 보내라는 의미였다.

“여보, 사랑해”, “우리 이제 시작이야”, “용돈 좀 많이 줘라” 등 다양한 내용이 나왔고, 이날 소음측정기로 1등을 차지한 것은 “얘들아, 손자 키우기 힘들다”라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말이었다.

생명체가 오랜 시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인간의 생태도 끊임없는 진화의 산물인데, 최근 들어 퇴직자의 생태는 빠른 변화를 지속적으로 담아 내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과거 노년층은 자식 의존도가 높고, 낮은 소비 수준에 가격탄력성이 큰 저가격지향성인 데 비해, 활동적 노년층(Active Senior)은 독립성이 강하고, 높은 소비 수준에 비교적 여유로운 소비를 하는 가치지향성이라고 예측된다.

또한 생활 측면에서 과거 노년층은 보수적이고 좁은 생활 반경에 자녀와 사고의 차이가 크다고 하면, 활동적 노년층은 자유로운 사고, 높은 인터넷 이용률, 넓은 생활 반경, 좁은 세대 차이라는 상반된 생태계를 구성하며 진화할 것이다. 게다가 준비되지 않은 퇴직자와 준비된 활동적 노년층의 영역은 빈익빈, 부익부와 양극화 현상으로 더욱 생태의 갭(gap)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Risk Care] 퇴직자 생태계의 진화
56세 이상 퇴직자의 라이프스타일 편차

8가지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생김새(figure). 노인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며, 젊어 보인다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인간은 원래 치장하는 동물이다.

자신을 가꾸는 습성으로 인해 어떤 이는 젊어 보이기도 하고, 나이만큼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나이에 비해 더 들어 보이기도 한다. 건강과 외모 가꾸기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패션, 미용, 건강 및 여행 상품 시장의 큰손으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둘째, 서식지(habitat). 도심, 백화점과 골프장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노숙, 급식소부터 북한산, 고산 지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한반도를 넘어 해외로, 게다가 북극과 정글, 사막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은 현재가 만족스러운 만큼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불안 때문이라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는 역학이 작용한다. 그래서 몇 가지 빠지더라도 양보다는 질이 좋은 것을 찾는 습성이 있다.

셋째, 영역집착(domain). 임시 주거공간으로서 전·월세 임대, 단독주택과 폐쇄형 아파트, 전원주택과 별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방형 노숙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식성(food). 화식삼식(火食三食)을 주로 하되 이누이트형 식사와 샐러드 다이어트도 하고, 스테이크 등 달고 기름진 포식성을 보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식당 주변의 공터와 비상계단에서 섭식하기도 하며, 서울 5대 쪽방촌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봉사단체를 통해 공급되는 도시락으로 겨우 밥을 구경하기도 한다.

다섯째, 행태(behavior). 아예 집 밖을 나오지 않는 무행성부터 작은 일거리를 하는 주행성과 야행성을 보이기도 하며, 꾸준한 사업과 분주한 사교를 통해 미친 듯한 사냥 본능을 이어가기도 한다.

여섯째, 집단생활(communal living). 바글바글한 도심 내에 몰려 살지만 그 안에서 안락한 은신처를 찾는다. 짝과 자식, 친인척, 친구와 함께 생활하기도 하고, 통크(Tonk)족으로 살기도 하며, 꿋꿋하게 혼자 살기도 한다. 자녀에게 신세지기는 싫지만, 자녀가 부모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일곱째, 이동수단(means of transport). 이동이 없는 ‘방 안 퉁수’부터 내구성 있게 설계된 뒷발로 다니거나 남이 끄는 대중교통과 내가 끄는 자가용을 활용하기도 한다. 멀리 다니는 것을 귀찮아해 대형 마트보다 주변 단골 매장을 훨씬 자주 찾는다.

여덟째, 예상수명(probable life). 노년층의 71.2%는 스스로를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끼고 있고 누가 뭐래도 마음만은 청춘이라면서 평균 수명 이상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편, 수명의 신기록 경신 속에서 때로는 경제적 압박을 못 이겨 이미 사망하거나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예비 은퇴자 체크리스트 10가지
[Risk Care] 퇴직자 생태계의 진화
나이 들어서는 돈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생태환경에 살면서 돈의 가치를 등한시할 순 없기에 상당수의 노년층들이 ‘돈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77.9%)’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한다.

노년층의 가치관과 욕망을 들여다보면 숫자로서의 나이를 거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독립적인 삶을 지속하고 싶어한다. 돈과 소비는 노년층을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중요하며, 존경받으면서 젊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현역에서 일하며 영원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없으므로 내 일이라 생각하고 사전 점검을 해보자.

1. 은퇴 전에 부채를 털어 내라

부채를 지고 은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현재의 지출 비용에 과거의 지출 비용, 더불어 이자 비용 부담까지 지게 된다는 의미다. 예비 은퇴자 집단인 베이비 부머 세대의 경우 전체 36%, 평균 6000만 원(월상환액 약 39만 원)의 부채가 있다. 부채상환은 이자보다 동기 부여가 중요하므로 부채 해소 눈덩이(debt snowball) 법칙을 통해 일단 작은 금액부터 상환하기 시작하자.

2. 장수 리스크를 고려해 ‘장기전’에 대비하라

우리나라의 장수 리스크는 평균 0.87로 미국, 일본, 영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실제 은퇴기간이 본인의 예상보다 평균 87%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은퇴기간보다 예상 은퇴기간을 짧게 예상할 경우 노후자금 마련 등 은퇴준비 수준이 전반적으로 취약해진다. 조기 퇴직 후 은퇴생활을 시작할 생각이라면 65세 이후로 미루고 100세까지 생존한다는 가정 하에 그 기간만큼 준비기간을 연장하자.

3. 은퇴소득 주머니를 3개 이상 마련하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0~59세 대부분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해 은퇴자금을 마련한다. 은퇴 전에는 ‘월급’에만 의존해도 생활이 가능했지만, 정년퇴직 이후에는 이전과 같은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납부액은 두 배로 늘어난다. 근로소득 외에 부족한 부분을 연금소득과 자산소득으로 보충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사적 이전소득을 고려하자.

4. 은퇴자산 주머니를 따로 만들고 지켜라

은퇴 계획을 수립하면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후 특별계정으로 분리해 바로 실천하자. 가계지출 구조를 점검해 과도하게 지출되는 항목이 있거나 낭비되는 보험료가 있다면 과감하게 조정하자. 이벤트 자금으로만 인식하는 퇴직금은 절대 깨지 마라. 일시금보다는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활용하거나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해 세제혜택과 노후자금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자.

5.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늦추고, 추가 가입하라

건강에 이상이 없고 파트타임과 같은 경제활동을 지속해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면, 건강 악화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수급기간을 연기할 경우 1년마다(최대 5년) 추가로 급여액을 7.2%로 늘려 지급하는 연기연금제도가 있다. 여성은 임의가입으로 89,100원씩 추가 가입하고, 연기연금을 활용하면 연금수급액과 수익률이 높아진다.

6.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 상품을 갖춰라

은퇴 후 지출을 줄여 생활하더라도 소비습관의 관성과 의료비, 여가생활비 증가 등 생각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개인연금(저축, 펀드, 보험)을 통해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좋다.

2010년 세제개편안에 따라 연금소득 공제한도가 늘어났으니, 3개월에 100만 원 연금저축은 기본으로 가입하자. 여유가 있다면 본인 외에 배우자 명의로 추가 가입하고, 펀드를 장기투자하는 것도 좋다.

7.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은퇴자금을 축적하라

은퇴자금을 금고 속에 보관하거나 저금리의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운영하는 경우 10~20년 뒤 통화가치 하락으로 은퇴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안정적인 상품보다 투자형 상품의 비율을 조금 높일 필요가 있으므로 비과세 저축 및 펀드의 특성을 잘 활용하자.

8. 은퇴 계획은 배우자와 함께 수립하고 가족을 참가시켜라

기대수명과 더불어 개인과 배우자의 건강 수명까지 고려해 은퇴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사랑하는 여성 배우자에 대한 은퇴 배려 3종 세트(국민연금, 연금저축, 펀드)는 일생을 동반하면서 함께 고생해 온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될 것이다. 자녀에게도 부부의 은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주택연금에 대한 사전 양해도 준비해야 한다.

9. 24시간을 함께 할 새로운 일, 모임, 친구를 만들어라

60세에 퇴직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하루 여유시간이 최소 11시간 정도이면 8만여 시간(11시간×365일×20년)이 된다. 이를 현역 직장인 연평균 근로시간인 2261시간으로 계산하면 36년에 해당하는 매우 긴 시간이다.

직장을 떠남과 동시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동료들을 잃게 되는 만큼 소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친구와 모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다변화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악수를 내미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10.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라

은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면, 무리하게 자산을 모으고 늘리기보다는 둥지 속 달걀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은퇴 후에도 지출을 정비해 줄여야 한다.

이밖에도 이미 20년 이상 은퇴 선배인 일본에서는 은퇴 후 필요한 라이프스타일 9가지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대책도 참고하기 바란다.

흔히 황혼기, 여명 같은 말로 노년기의 삶을 표현하지만 노년층들에게 인생은 아직도 발전의 과정에 있으며 지금보다 더 안정된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다. 퇴직자 생태계에서는 은퇴로 인생이 끝나거나 마무리되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현역의 연장선상이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해하자. 대신 은퇴는 분명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기에 게을리 해서도 안되며,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Risk Care] 퇴직자 생태계의 진화
김성률

삼성화재 FP센터 차장

seongryul.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