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지면서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다른 투자 수단을 찾게 됐다. 이런 대체투자 수단은 금, 헤지펀드, 원자재, 원유, 곡물, 광물, 탄소, 물, 우표, 와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시 말해 우산장수와 소금장수처럼 역상관관계를 가진 투자자산을 보유하든지 아니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투자자산을 찾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안정성이 증가한다.
지수 기준, 하방경직성 강하고 회복 빠른 와인 가격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조성된 와인 펀드의 규모는 1500억 원 정도인데 이는 와인 소비가 우리나라보다 보편화돼 있는 싱가포르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와인 지표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100가지 우수 와인으로 구성된 가격지수(Liv-ex 100 Fine Wine Index·런던거래소 상장)다.
코스피200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 종목 200개로 만든 지수인 것처럼 Liv-ex 100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고급 와인 100개의 가격 추이를 종합한 지수다. 하지만 이 지수는 코스피지수와 달리 매일매일 발표되는 것은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발표된다.
와인 펀드가 본격적으로 설정되던 2008년 2월 Liv-ex 100지수는 249.09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 6월 266.57로 최고점을 기록하더니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아 2009년 1월 209.33까지 하락했다.
6개월여 만에 21.5%가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와인 투자가 주식에 비해 하방경직성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회복 속도는 매우 빨랐다. 2010년 8월 현재 Liv-ex 100지수는 303.58로, 2009년 1월에 비교해보면 무려 45%나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2008년 2월에 설정된 와인 펀드를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Liv-ex 100지수 기준으로 현재 21.9%의 수익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구체적인 숫자로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지만 고급 와인 시장에 새로운 수요층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이다. 해마다 4월 초가 되면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고급 와인의 선도거래에 해당하는 ‘앙 프리뫼(En-Primeur)’가 열리는데 이때 보르도의 호텔에서는 중국인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와인은 보르도 메도크의 1등급 다섯 와인 중에서도 라피트 로트칠드에 집중된다. 이 와인은 중국어로 ‘러시(樂喜)’ 와인으로 불리는데 중국에서는 최고급 선물로 인기가 매우 높아 최근 라피트 로트칠드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만 가고 있다.
그럼 실제로 와인에 투자해서 돈을 번 사람 중에는 누가 있을까. 최근에는 와인에 투자하는 펀드가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와인 경매가 가장 보편적인 와인 환매 수단이었다.
그는 무려 1만8000병을 출품했고, 낙찰총가는 600만 달러(약 70억 원)에 달했다. 웨버는 이때 마련한 자금으로 다시 와인에 투자했다고 한다.
소더비의 성공적인 와인 경매는 경쟁사인 크리스티를 자극했다. 소더비의 성공에 자극받은 크리스티는 수소문 끝에 노르웨이 금융전문가 크리스텐 스베아스(Christen Sveaas)를 수배하는 데 성공했다.
스베아스는 1997년 9월 크리스티에 1만9000병을 출품했는데, 낙찰총가만 1100만 달러(약 130억 원)에 달했다. 이에 질세라 소더비는 다시 스베아스를 찾아가 크리스티에서 낙찰된 자금으로 새롭게 투자한 와인을 내놓으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적잖은 수익을 냈을 것으로 짐작을 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와인이 분명히 투자가치를 가진 대체투자의 한 수단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매달 받는 월급에서 적립식으로 펀드를 가입하는 대신 고급 와인을 한 박스씩 사두는 일도 그리 황당한 상상은 아닌 것 같다.
김재현 부장(SC제일은행 잠원PB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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