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투자를 하면 과연 돈이 될까. 대체투자 수단의 하나로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체투자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이나 채권 이외의 투자 수단을 지칭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지면서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다른 투자 수단을 찾게 됐다. 이런 대체투자 수단은 금, 헤지펀드, 원자재, 원유, 곡물, 광물, 탄소, 물, 우표, 와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와인 재테크] 대체투자 수단으로서의 와인
그러면 대체 수단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증대와 절대적인 수익률 추구, 두 가지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투자 수단과의 상관관계를 따져봐서 독립적이거나 아니면 역상관관계가 있는 자산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우산장수와 소금장수처럼 역상관관계를 가진 투자자산을 보유하든지 아니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투자자산을 찾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안정성이 증가한다.

지수 기준, 하방경직성 강하고 회복 빠른 와인 가격
[와인 재테크] 대체투자 수단으로서의 와인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와인은 주요 투자 수단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은 자산으로 유명하다. 최근 우리나라에 일고 있는 와인 열풍에 기대어 2007년 말부터 와인실물펀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조성된 와인 펀드의 규모는 1500억 원 정도인데 이는 와인 소비가 우리나라보다 보편화돼 있는 싱가포르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와인 지표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100가지 우수 와인으로 구성된 가격지수(Liv-ex 100 Fine Wine Index·런던거래소 상장)다.

코스피200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 종목 200개로 만든 지수인 것처럼 Liv-ex 100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고급 와인 100개의 가격 추이를 종합한 지수다. 하지만 이 지수는 코스피지수와 달리 매일매일 발표되는 것은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발표된다.

와인 펀드가 본격적으로 설정되던 2008년 2월 Liv-ex 100지수는 249.09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 6월 266.57로 최고점을 기록하더니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아 2009년 1월 209.33까지 하락했다.

6개월여 만에 21.5%가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와인 투자가 주식에 비해 하방경직성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회복 속도는 매우 빨랐다. 2010년 8월 현재 Liv-ex 100지수는 303.58로, 2009년 1월에 비교해보면 무려 45%나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2008년 2월에 설정된 와인 펀드를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Liv-ex 100지수 기준으로 현재 21.9%의 수익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 된 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 크리스텐 스베아스 등은 와인 투자로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다.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 된 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 크리스텐 스베아스 등은 와인 투자로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다.
와인 경매에 불을 붙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경쟁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구체적인 숫자로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지만 고급 와인 시장에 새로운 수요층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이다. 해마다 4월 초가 되면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고급 와인의 선도거래에 해당하는 ‘앙 프리뫼(En-Primeur)’가 열리는데 이때 보르도의 호텔에서는 중국인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와인은 보르도 메도크의 1등급 다섯 와인 중에서도 라피트 로트칠드에 집중된다. 이 와인은 중국어로 ‘러시(樂喜)’ 와인으로 불리는데 중국에서는 최고급 선물로 인기가 매우 높아 최근 라피트 로트칠드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만 가고 있다.

그럼 실제로 와인에 투자해서 돈을 번 사람 중에는 누가 있을까. 최근에는 와인에 투자하는 펀드가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와인 경매가 가장 보편적인 와인 환매 수단이었다.
[와인 재테크] 대체투자 수단으로서의 와인
실제로 와인 경매에서 가장 큰돈을 만진 사람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다. 소더비에서 시행한 웨버의 와인 경매는 1997년 5월 21~2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는데 이때 한 사람이 소장한 와인만으로 치른 경매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는 무려 1만8000병을 출품했고, 낙찰총가는 600만 달러(약 70억 원)에 달했다. 웨버는 이때 마련한 자금으로 다시 와인에 투자했다고 한다.

소더비의 성공적인 와인 경매는 경쟁사인 크리스티를 자극했다. 소더비의 성공에 자극받은 크리스티는 수소문 끝에 노르웨이 금융전문가 크리스텐 스베아스(Christen Sveaas)를 수배하는 데 성공했다.

스베아스는 1997년 9월 크리스티에 1만9000병을 출품했는데, 낙찰총가만 1100만 달러(약 130억 원)에 달했다. 이에 질세라 소더비는 다시 스베아스를 찾아가 크리스티에서 낙찰된 자금으로 새롭게 투자한 와인을 내놓으라고 설득했다.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 된 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 크리스텐 스베아스 등은 와인 투자로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다.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 된 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 크리스텐 스베아스 등은 와인 투자로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다.
결국 이 와인은 1999년 11월 소더비의 밀레니엄 와인 경매에 4만8000병이 출품됐고, 낙찰총가 1440만 달러(약 168억 원)를 기록했다. 물론 여기서 경매가는 판매가를 말한다. 따라서 그가 많은 와인을 얼마에 샀다가 되팔았는지에 대한 공개된 자료가 없어 정확한 수익률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잖은 수익을 냈을 것으로 짐작을 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와인이 분명히 투자가치를 가진 대체투자의 한 수단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와인 재테크] 대체투자 수단으로서의 와인
<와인전쟁>이라는 책에서도 자세히 묘사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과 프랑스는 독일군이 숨겨둔 와인을 먼저 차지하려고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고, 독일군은 어떻게 해서든지 고급 와인을 챙겨서 후퇴하려고 애를 썼다. 이는 오래전부터 와인이 유럽에서는 투자가치가 있는, 값비싼 재화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매달 받는 월급에서 적립식으로 펀드를 가입하는 대신 고급 와인을 한 박스씩 사두는 일도 그리 황당한 상상은 아닌 것 같다.





김재현 부장(SC제일은행 잠원PB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