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미국 애리조나

수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물과 공기는 한 시각도 쉬지 않고 변화를 계속하며 장엄한 천연의 조각물들을 지상의 각처에 만들어 놓았다. 특히 미국의 유타주와 애리조나주를 중심으로 펼쳐진 수억 년 세월의 풍화 흔적은 지구 역사의 장엄한 광경이며, 지상 최대의 볼거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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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지구의 역사, 그랜드 캐니언

협곡과 기이한 바위들이 연출하는, 신이 빚은 자연 예술품들을 좀 더 가까이 만나 보기 위해 말을 타고 굽어보이는 그랜드 캐니언 승마투어에 참가해 보자. 장구한 세월을 거슬러 온 콜로라도의 물줄기를 바라볼 때 오감으로 전해지는 전율은 이내 ‘가슴 속 침묵의 탄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소리 없이 세상을 연주하는 신은 인간 세상에 허락한 비와 바람, 눈과 태풍으로 이토록 위대한 자연의 흔적을 창조해낸 것이다.
거친 콜로라도 협곡을 향한 출발이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초입에서 인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승마대원들은 비장하다.
거친 콜로라도 협곡을 향한 출발이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초입에서 인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승마대원들은 비장하다.
문명의 땅, 미국 속에 가장 미국답지 않은 ‘신의 섭리’ 속으로 떠난다. 홀로 자연으로 돌아가 바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 깊은 협곡 안으로 콜로라도 강의 줄기가 격렬하게 흘러드는 그랜드 캐니언의 심장을 말을 타고 만나보자. 그곳, 장엄한 대자연의 숨소리를 만나 거칠게 호흡하며 내 존재와의 고요한 마주함도 한껏 누려보자.

그랜드 캐니언의 진가는 공간적인 것보다 이 계곡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20억 년에 가까운 유구한 시간에 있지 않을까. 그랜드 캐니언은 바로 지구의 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해발 고도는 높지 않지만 높은 산의 효과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미국 대자연의 대명사 그랜드 캐니언의 광대한 경관은 경이롭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신이 빚은 위대한 자연 건축물 앞에서 초라한 인간은 탄성을 지를 것이며, 몇천만 년 후 이 위대한 자연 건축물들은 무너지든지 아니면 더욱 더 환상적으로 재건축될 것이다.
협곡으로 이어지는 좁은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며 서부 영화의 주인공이 돼간다.
협곡으로 이어지는 좁은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며 서부 영화의 주인공이 돼간다.
대중적인 관광지를 벗어나서 홀로, 고독한 나 자신을 만나러 떠나보자. 내면과의 대화가 가능한 색다른 풍경을 접하게 되는 그랜드 캐니언의 대자연 코스를 훈련된 말을 타고 떠나보는 것이다.

단, 이 코스를 여행하려면 철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장거리 말 타기의 즐거운 고통인 허벅지 쓸림도 감수해야 한다.

초보 여행자는 허벅지에 상처 입기 쉬우므로 바지 안쪽에 안대를 대고 말안장에 오르도록 한다. 튼튼한 안장과 함께 허리춤에는 물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전체 여행 일정은 당일치기에서 콜로라도 강줄기를 체험하는 2박 3일 정도의 대탐험 여정까지 있다. 취향에 맞는 여정을 선택해 위대한 대자연에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서 있는 나를 만나보자.

말을 타고 떠나는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백팩커와 여행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을 서부 탐험의 베이스 캠프로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백팩커와 여행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을 서부 탐험의 베이스 캠프로 생각한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은 대협곡의 중앙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 지척까지 내려갈 수 있는 코스로 생에 한 번 누구나 꿈꾸는 코스다. 약 20km에 달하는 거리로 왕복 10~12시간 정도나 소요된다.

등산 코스와는 반대로, 먼저 내려갔다가 거꾸로 올라오는 코스이기에 더욱더 힘이 든다. 그러나 그랜드 캐니언에서 콜로라도 강을 만나고 북벽 노스 림(North Rim)을 아래에서 위로 쳐다볼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도전의 대상이 된다.

‘플래토(plateau·고원)’라고 불리는 아래쪽은 위와는 달리 사막기후를 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덥다. 이 코스는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는데, 중간에 몇 개의 포인트가 있으므로 적당한 곳에서 1박을 하며 돌아보자.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10여 필의 말들이 함께 움직이므로 외로움은 없다. 좁고 위험해 보이는 길이지만 베테랑 가이드와 노련한 말들의 발걸음으로 쉬엄쉬엄 다녀오면 추억은 영원히 가슴속에 남는다.
승마투어를 하며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을 내려가다 보면, 귀를 쫑긋 세운 어린 사슴도 자주 마주친다.
승마투어를 하며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을 내려가다 보면, 귀를 쫑긋 세운 어린 사슴도 자주 마주친다.
2박 3일의 여정은 콜로라도 강과 만나는 부분에서 강을 건너며 노스 림으로 이어진다. 사우스 림(South Rim)에서 협곡 아래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현재 두 개. 또 하나는 야바파이 포인트(Yavapai Point)에서 이어지는 ‘사우스 카이뱁 트레일(South Kaibab Trail)’에서도 북벽으로 갈 수 있는 코스다.

수억 년의 세월과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대자연 앞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경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이 허락한 대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미국인의 세심함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러한 점들이 특히 미국 여행 중에 가장 부러운 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수억 년 세월과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대자연의 서사시,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이 펼쳐진다.
수억 년 세월과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대자연의 서사시,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이 펼쳐진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숭고한 성지로, 또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인디언 자치구역으로 오늘도 그들만의 성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비록 인디언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생명력만은 지금도 대지 속에서 꿈틀대며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말안장에 올라 서부 대자연의 속살을 탐험하며 광활한 대지를 온전히 호흡해보자. 그 생명력의 씨앗을 뜨거운 몸 안에 다시 잉태시켜 보자.
노을이 지는 그랜드 캐니언 헬기장, 그랜드 캐니언을 하늘에서 바라보는 장관은 더 없는 감동이다.
노을이 지는 그랜드 캐니언 헬기장, 그랜드 캐니언을 하늘에서 바라보는 장관은 더 없는 감동이다.
[The Explorer] Go West! Grand Canyon 에서 카우보이의 탐험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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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