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코스피지수 1700~1800 선을 기준으로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이래저래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 불안과 유럽의 국가부도 위험 등으로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시장을 벗어나 딱히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다. 저금리로 은행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 지 오래된 데다 부동산 역시 각종 규제 완화에도 침체에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인 셈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 발짝 물러서서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탈 때 창밖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곳을 보면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한참 보다 보면 눈이 어지러워 어떤 풍경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떤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항상 주식시장에 있어야 높은 수익 가능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것은 기업이지 경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 글로벌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어떤 상황이든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요인도 있다. 따라서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빠져나오거나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자의 고민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투자 습관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오를 때 시장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을 챙기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재빨리 주식을 팔고 나와서 손해를 피하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마저도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정확하게 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주지 못한다.

워런 버핏이 거래했던 미국의 대표적 자산운용사 트위디 브라운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정확하게 시장이 오를지 떨어질지 맞추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며 “주가의 등락을 맞추는 게임에 골몰하는 것보다 좋은 주식에 투자한 뒤 진득하게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연구 조사에 따르면 주식투자 수익의 대부분은 단기간에 얻어진다. 문제는 투자수익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이 짧은 기간, 즉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짧은 시기를 정확히 예측해 그에 맞춰 주식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언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는 타이밍 전략은 효과가 없다. 브라운은 “주식시장에 거의 언제나 투자하고 있으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에 항상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 편안하게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은 결국 장기투자에 달려 있다. 얼마나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느냐가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의 사업 특성에서 기인한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기술개발에 앞서 시장조사를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한다.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기술개발에 들어간다.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공장 부지와 기계 등을 구입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 때문에 ‘사업을 해보자’고 결정하는 것은 제품 출하 5~6년 이전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5~6년 후를 바라보고 사업을 계획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투자 역시 당연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Market Insight] 시장 불안, 장기투자로 극복하라
장기투자가 어려운 근본적 이유


장기투자를 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 1980년부터 30여 년 동안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투자 기간이 늘어날수록 투자 위험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도표는 1980년 1월 4일부터 2010년 8월 23일까지 매일 시작해 1년, 3년, 5년, 7년, 10년의 각 기간에 따른 투자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막대의 맨 위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맨 아래는 가장 낮은 수익률을 나타낸다. 가운데 삼각형은 평균 연 수익률을 표시했다.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손해도 크게 나타났다. 반면 장기로 투자 기간을 늘리면 최대-최소 수익률 폭이 점점 줄어들어 결과의 범위가 작아졌다. 수익률의 변동성을 투자 위험이라고 정의하므로 결국 장기투자를 할수록 위험 역시 낮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장기투자를 하면 투자 위험도 줄어들면서 마음 편안하게 기업 성장에 따른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장기투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심리가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장기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에 있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므로 실제로 수익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대개 미래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숲속의 두 마리 새보다 수중의 한 마리 새가 더 낫다’는 속담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도 장기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장 수익을 취하지 않고 투자 기간을 연장하면 이를 손실이라 생각해 사람들은 회피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장기투자는 근본적인 인성과 다르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마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다. 이는 편안하고 게을러지고 싶은 사람의 인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단기적인 인성을 넘어 장기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절벽을 기어오르면서 추락할 때를 대비해 밧줄을 몸에 맨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밧줄이 좋을까. 당연히 한 가닥으로 된 줄보다는 여러 가닥을 꼬아 만든 줄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한두 가닥의 줄이 끊어지더라도 나머지 밧줄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한 가지 펀드만 투자했다가 수익률이 악화된다면 심한 고통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로는 자산 분산, 투자시점 분산, 스타일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 등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자산 분산은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으로 전체 자산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의 변화를 현명하게 이겨나가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시점 분산은 특정 시점에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번 나눠 투자하는 방법이다. 적립식 투자가 바로 투자시점의 분산이다. 투자스타일 분산은 성장주, 가치주, 대형주, 중소형주 등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로 나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주식형 펀드라도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급히 올랐다가 급히 떨어지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별로 오르지도 않지만 많이 떨어지지도 않는 펀드가 있다. 이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인데 서로 다른 스타일의 펀드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국내나 국내 화폐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나라나 여러 나라 화폐 등으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 jymin@asset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