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부동산(주택) 거래 시장을 살리기 위한 8·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벌써 2주가 지났다. 발표 후 매수 문의가 늘었고 매도자들은 일단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앞날을 전망하기에 앞서 우선 주택가격 하락의 요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일시적 공급 과잉이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로 건설된 아파트들이 2008년 말 들어 입주를 시작하면서 거주하던 주택을 내놓았고, 여기에 전세보증금 반환에 따른 역전세난까지 겹쳐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촉발시켰다.

둘째, 2007년 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락을 견인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불러온 것이다. 셋째, 세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정권이 바뀌면서 양도세 중과 완화가 시행됐고, 이에 국제 금융위기로 심리적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서며 추가 하락을 가져왔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대출을 받아 어렵게 집 한 채를 마련한 서민들도 매도 행렬에 가담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이끌게 된 것이다.

이처럼 투자에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심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사지 못하고, 팔려고 하는 사람도 가격이 오르면 팔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투자심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시한 2년 연장이다. 대책 발표 후 일단 2010년 말까지 처분해야 했던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급매물이 사라지면, 사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동안 가격을 저울질하는 매수자 우위 입장에서 적극 매수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진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격 하락이 일단 멈추게 되면 과거 가격 하락의 공포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며,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됐던 상황보다 더 큰 공포가 오지 않는 한 매수 심리가 쉽게 냉각되지 않는 내성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이번 8·29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을 안정시키고,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므로 서두에서 밝혔듯이 분명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시기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이후 중소형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했을 뿐 상가, 소형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오히려 상승한 지역이 많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와 경제상황(민간소비)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전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은 연 6% 이상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의 발길을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서울 역세권뿐만 아니라 경기도 분당, 일산 등 신도시의 소형 오피스텔마저 금융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가격 상승을 이어왔던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국내 금리가 상승한다 할지라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당분간 제한적인 상승이 예상되기에 역세권 오피스텔 중심으로 투자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주택의 경우 실수요자라면 이제부터 적극 매수에 대한 생각을 가져갈 필요가 있으며, 강남과 여의도 재건축단지,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인근 재개발 지역의 다세대 소형 주택을 권한다. 평수 늘리는 갈아타기 전략 역시 실수요자 측면에서 적극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향후 하락한다 할지라도 내 아파트만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파트도 하락할 것이기에 상황에 따른 거주 이전에는 자유로울 수 있다.

[부동산 칼럼] 8·29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
이정우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PB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