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채권형 펀드 투자 전략

해외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변동성 장세에 좋은 투자 대안인 해외 채권형 펀드의 투자 전략을 알아본다.

급성장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

해외 채권형 펀드가 최근 급성장 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리서치회사인 스트래티직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권형 펀드로 410조 원이 들어왔다. 이는 상반기 장기투자 상품으로 유입된 640조 원 중 64%에 달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해외 채권형 펀드로 연초 이후 8900억 원이 순유입되며 총 설정액은 1조53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주식형에서 9조8600억 원, 해외 주식형에서 6조3900억 원이 빠진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채권 투자에 우호적인 금융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기대수익률은 하락한 반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채권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미국 국채 이외에 채권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채권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 10% 수준의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해외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조언이다.

올 들어 두 배 이상 급성장
[Market Issue] 글로벌 증시 변동성 심화에 좋은 투자 대안으로 부상
해외 채권형 펀드는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글로벌하이일드펀드가 잇달아 출시된 후 짭짤한 수익률을 안겨다 줬기 때문이다.

펀드평가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 펀드는 작년 말 6300억 원에 머물렀으나 9월 10일 1조53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현재 출시된 해외 채권형 펀드는 10개 운용사에 29개(공모)에 이른다. 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역외 펀드에 100% 투자하는 펀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펀드 유형별로는 하이일드펀드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채권,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 순이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하이일드펀드는 설정일 이후 2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점차 환매세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이 자금은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낮은 이머징 마켓 채권형 펀드로 재유입되고 있다.

‘AB글로벌고수익증권(채권-재간접형)C’는 연초 이후로 1700억 원이 순유입됐으나 최근 1개월은 490억 원, 3개월은 930억 원이 각각 순유출됐다. 반면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증권1(채권)A’는 최근 1개월 555억 원이 순유입되면서 연초 이후 유입액도 790억 원으로 증가했다. ‘피델리티이머징마켓증권(채권-재간접형)(C)’도 설정 3개월 만에 2000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9%대

해외 채권형 펀드는 연초 이후에만 9.19%(9월 13일 기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1년 수익률은 17.04%이며 2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21.84%, 26.4%에 이른다. 2년 수익률은 국내와 해외 주식형에 뒤지지만 1년과 3년 수익률에는 모두 앞선다.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한 얼라이언스번스틴이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AB글로벌고수익증권(채권-재간접형)A’는 연초 이후 11.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 수익률도 21.52%로 전체 해외 채권형 펀드 중 1위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이머징마켓본드1[채권-재간접형]C-B’가 연초 이후 9.73%로 뒤를 잇고 있으며 ‘푸르덴셜아시아달러1(채권)B’, ‘푸르덴셜스트래티직인컴10증권1(채권혼합)B’,‘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증권1(채권)A’ 등도 9%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수익률 호조 배경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이후 국내외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에도 글로벌 자산시장 저변에 깔린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채권 가격이 최근까지 강세를 보였다”며 “특히 지난달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내외 채권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개별 펀드 접근 시 환율 변화에 신경 써야

눈높이만 낮춘다면 해외 채권형 펀드는 좋은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해외 채권시장은 국내 채권시장에 비해 규모가 매우 크다. 따라서 수익률과 안정성에서 투자 가능한 채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국공채와 세계적인 우량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안정적인 수익률이 예상되는 좋은 투자 대상이다. 서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이 최근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채권을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의 강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공동 대표도 “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은 심화될 것으로 본다”며 “이런 시점에서 해외 채권형 펀드는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도 해외 채권형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동수 피델리티자산운용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 채권형 펀드를 적극 추천했다. 과거 연평균 8%의 높은 표면금리로 안정적이며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전망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흥국들의 신용등급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분산투자 효과가 크다는 점도 이머징마켓 채권형 펀드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외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과의 낮은 상관관계로 인해 높은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머징마켓 주식형은 아시아 국가 비중이 높은 반면 채권형은 남미와 동유럽 비중이 높아 국가 분산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가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금리 급락으로 추가적으로 하락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서 연구위원은 “개별 펀드 접근 시에는 환율 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채권의 경우 절대금리도 높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환헤지가 되지 않아 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채권 투자 시에는 채권에 투자한다는 생각과 함께 그 나라 환율에도 투자한다는 생각을 같이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