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 시장의 자금 흐름을 보면 마치 일정한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 같다. 코스피지수가 1700을 넘어서면 어김없이 환매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지수가 하락하면 자금이 유입되는 ‘박스권’ 움직임이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펀드 투자기간이 단기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먹고 빠지기’ 식의 투자전략이 유행하고 있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이런 유행에 맞춰 상장지수펀드(ETF) 등 단기 대응에 적합한 펀드 상품 마케팅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에 대해 불신을 보이면서 시장 상황에 따른 단기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기 전략은 시장 흐름이 바뀔 경우 자칫 깊은 후회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1700선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 고점 매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지수와 주식형 펀드의 자금 흐름이 역상관관계를 가지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700선을 기준으로 이를 돌파하면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1700선 아래로 떨어지면 자금이 유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중순 이후 7월까지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자 보름동안 무려 2조5000억 원이 이탈했다. 그러다가 7월 들어 1700선이 무너지자 자금 유입으로 잠깐 반전했다가 1700선이 회복된 9일 이후부터 다시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 말 고점에서 대거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가 2년여 동안 수익률 하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학습효과’로 1700선을 기준으로 ‘저점 매수 고점 매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이런 대응은 시장의 패턴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과 관계가 깊다.

예를 들어 만일 동전 던지기를 하는데 ‘앞-뒤-앞-뒤-앞-뒤-앞-뒤’ 식으로 나왔다고 하자. 다음에는 앞이 나올까. 뒤가 나올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뒷면보다는 앞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앞과 뒤가 순서대로 나왔기 때문에 다음은 당연히 앞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어떤 상황이든 절반인 50%이다. 투자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주가는 임의적으로 움직이는 요소가 상당히 강한데 우리는 반복적인 패턴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니 주가의 향배에 따라 투자하는 것은 점성술에 의지해 투자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을까.

단기적인 대응전략은 자칫 손해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 지난 2006년 초부터 코스피 지수는 1250에서 1450 사이에서 오랫동안 맴돌았다. 당시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대한 불신과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뒤섞이면서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접어들면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1년 이상 지속되던 박스권 장세는 2007년 3월 이후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박스권 상단에서 펀드를 환매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후회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Market Insight] 펀드투자, ‘치고 빠지기’아닌 ‘적립식’으로 하라
투자기간과 환매 결정의 기준은 주가가 아닌 투자 목표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유명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은 “10월은 주식투자하기 가장 위험한 달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나머지 위험한 달들은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2월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어떤 때가 더 위험하고 덜 위험한지 예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이는 주가의 향방을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가 오를지 혹은 떨어질지 확실하게 알 수만 있다면 투자 고민이 전혀 필요 없을 것이다.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떨어질 때 팔면 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아무도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자칫 예측과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투자는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과 비슷하다.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모두 잃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뿐이다.

누구든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유독 주식투자만은 쌀 때는 관심이 없다가 비싸졌을 때에야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원래 ‘공포와 욕심’이라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국면에서 투자하는 것 역시 결코 쉽지 않다. 계속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투자하자마자 주가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데 펀드에 자금을 넣는 ‘간 큰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최근과 같이 일정 수준을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은 의미 있는 투자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일정 지수의 기준에서 환매하는 것이다. 막상 빠져나왔다가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면 투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래 저래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주가의 향방을 보고 투자하는 한 갈등과 고통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과감히 숲속에서 나와 전체를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으로 자신을 옮겨놔야 한다. 그래야 편안하게 장기적으로 자산이 늘어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투자기간과 환매에 대한 의사결정의 중심은 주가 수준이 아닌 투자 목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투자 방법으로는 적립식 투자전략을 활용한다. 첫째, 목돈을 가진 투자자라면 목돈을 은행 수시입출금 계좌 등에 예치하고 매월 일정액을 펀드에 자동이체 되도록 ‘자동투자시스템’을 만든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 만기로 2000만 원이라는 목돈이 있다고 하자. 이를 펀드로 운용하고 싶다면 우선 목돈을 은행에 예치한 다음 펀드에 매월 50만 원씩 투자하도록 자동이체 신청을 한다.

이때 매월 투자금액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이처럼 하는 이유는 어느 시점이 바닥인지 천정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시점을 분산하는 것이다. 펀드에 자금을 넣는 시점을 나눔으로써 자칫 주가가 천정일 때 목돈을 투자하는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둘째, 목돈 없이 소액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면 역시 적립식으로 투자한다. 적립식 투자는 매월 일정액씩 나눠 투자함으로써 주가가 쌀 때 더 많은 펀드를 사서 주가가 오르면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만일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투자를 시작한 이후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다시 반등할 때까지 계속 불입한다.

주가가 떨어져 당장 단기적인 성과는 떨어지지만 싼 가격으로 더 많은 펀드를 매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적인 수익률 하락을 견뎌내면 반등 이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 소장 fundwat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