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계속’유가·환율 최대‘복병’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 공세에 나선 지난 5월 7일. 코스닥지수가 1.9%가량 급락하면서 500선 아래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바이오주 셀트리온은 4.4%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자동차 스피커 생산업체인 에스텍은 상한가, 포털주 다음은 4% 이상 각각 오르며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시세판이 시퍼렇게 물든 사이에도 꿋꿋하게 오른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올 들어 ‘깜짝 실적’을 냈다는 점.

셀트리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의 두 배에 달했고, 에스텍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385%나 급증했다.

올 들어 큰 조정 없이 순항을 거듭해오던 국내 증시가 남유럽발 재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난기류를 만났다.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하반기 증시를 섣불리 예상하기 힘든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업 평가의 기본인 실적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펀더멘털이 탄탄한 종목은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도 방어력이 좋아서다.

특히 시장이 무차별적인 조정에 접어들 경우 오히려 실적호전주를 저가에 사들일 좋은 기회가 된다. 2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예상되는 알짜주를 선점하는 전략을 고려할 때라는 설명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적 전망이 낙관적인 이유로는 우선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신흥 시장에 이어 미국은 뒤늦게 실물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3.2% 증가했다. 작년 4분기 5.6%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탄탄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1분기 미국의 개인소비는 전기에 비해 3.6%, 기업의 설비투자는 13.4% 각각 증가해 작년 말 이후 뚜렷한 상승 기조를 보여줬다. 분석가들은 고용 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 주택 및 설비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도 3% 중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실물지표 호조는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 강도에 따라 전망이 엇갈리긴 하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둔 시점이 올해 주식 투자에 가장 적합한 시기란 주장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고점을 지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고 2분기 실적 호조와 연기금의 적극적인 매수 참여 등을 고려하면 2분기가 연간으로 주식 투자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며 “실적 모멘텀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9월보다 투자 환경이 더 좋다”고 평가했다.

실제 상장사 실적 추정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추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포함된 96개 종목 중 증권사의 컨센서스 전망치가 존재하는 것은 88개다. 지난 3월 초 추정 때 88개사의 2분기 예상 매출은 191조3000억 원이었고 4월 초에는 191조5000억 원으로 2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5월 초 예상치는 194조5000억 원으로 3조 원이나 늘었다. 영업이익도 3월과 4월에는 18조6000억 원과 18조8000억 원으로 비슷했지만 5월 초 추정 때는 19조50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정유 등 에너지, 철강·화학 등 소재, 기계 등 산업재의 영업이익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너지 업종은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7%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됐다. 산업재(17%), 소재(15%) 업종과 통신(17%)도 1분기 대비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Market Issue]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계속’유가·환율 최대‘복병’
이익 전망치 수준뿐 아니라 2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면서 추정치가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업종이 무엇인지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상장 353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지난 4월 초에 22조8525억 원으로 집계됐다가 5월 초에는 22조2388억 원으로 2.76% 올랐다.

이 기간 정보기술(IT) 업종 전망치는 6.39% 올라 상향 조정율이 가장 높았다. 작년부터 시작된 IT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여전히 강하다는 뜻이다. 소재(5.72%), 자동차 등이 포함된 경기소비재(3.48%), 통신서비스(3.46%) 등도 한 달 새 전망치가 늘었다.

종목별로는 해운주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현대상선(345%)과 STX팬오션(115%)은 1분기 대비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이 최상위권에 올랐다. 한진해운은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1분기 영업이익 451억 원에 그쳤던 에쓰오일(S-OIL)은 2분기에는 1670억 원대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철강(110%), 대한제강(103%) 등 철강주도 이익이 두 배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IT주로는 삼성전기(50%), LG이노텍(49%), LG전자(32%), 삼성SDI(27%) 등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호전주를 고를 때 유가와 환율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채산성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당장 2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하반기 실적 전망에 악영향을 줄 경우 주가에선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 인하(원화 강세) 추세는 연중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외국계 금융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엔화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주요 경쟁 상대국이 일본인 경우가 많아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원·엔 환율과 주당순이익(EPS) 사이의 상관계수가 높게 나타나는 업종으로 자동차 및 부품(0.62), IT 하드웨어(0.57), 미디어(0.39), 유통(0.3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은 원·엔 환율이 떨어질 경우 EPS 증가율도 비슷하게 하락했다. 따라서 원화에 비해 엔화가 더 빠른 속도로 약세를 보일 경우 실적 추정치가 뒷걸음칠 수도 있다.

반면 반도체의 상관계수는 0.24로 시장 평균(0.30)보다 낮게 나와 환율 변화에 비교적 둔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은 일본의 경쟁사에 비해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공략 종목의 폭을 좁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엔화 약세 측면에서는 자동차보다는 반도체 관련 주식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환율 영향은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경기 호조로 매출이 늘어나 환율 영향을 상쇄할 수 있고 상당수 기업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져 환율 영향력에서 벗어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이 원자재 수입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IT주와 자동차주의 경우 원화가 1% 절상될 때 수익이 줄어드는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매출 증가율은 각각 0.6%와 0.4%로 추정했다.

올해 IT 업종과 자동차 업종의 연간 매출이 작년 대비 각각 16.2%와 5.4%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 15%가량 절상되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