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호텔체인 HTC 김곤중 대표

[Hotelier] “韓 流 다음 주역은 한국형 호텔 서비스”
김곤중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서구의 호텔 서비스에 한국적인 마인드를 접목한 것”이라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우리 정서가 해외 호텔 개발업체들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선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닌 호텔, 리조트 등 ‘서비스 산업’이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은 베트남 냐짱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 운영사업권 수주전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힐튼에 보기 좋게 한방을 날린 업체는 바로 우리나라 호텔 체인 에이치티시(HTC)였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더군다나 자신들이 호텔 서비스를 가르쳐주던 한국 업체에 고배를 마셨다는 것은 힐튼에 커다란 치욕으로 느껴졌을 거라는 게 호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국내 업체가 세계 최고의 호텔 체인과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뒀다는 점은 우리 호텔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베트남 3대 부동산 기업 중 하나인 호안 까우가 추진하는 냐짱 다이아몬드 베이 개발사업은 관광부국으로 도약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야심 찬 프로젝트다. 냐짱은 최근 세계적인 특급호텔 개발운영사들이 속속 진출한 지역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돼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HTC가 호안 까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8년 6월 미스유니버스대회 파트너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오는 10월 완공되는 이 호텔은 9246㎡(약 2797평)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19층 높이의 5성급 특급호텔이며 총 288실이 계획돼 있다.

HTC는 1997년 국내 최고의 호텔·리조트 운영체인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신라호텔 출신 호텔리어 10명이 의기투합해 설립됐다. 현재 HTC는 국내 15개 호텔, 리조트, 레지던스, 연수원 등 3000여 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HTC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호텔 서비스 시스템에 한국식을 적절히 접목했기 때문이다. 김곤중 HTC 대표는 “지금까지 호텔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감성에 호소하는 동양적인 서비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서구의 호텔 서비스에 한국적인 마인드를 접목한 것”이라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우리 정서가 해외 호텔 개발업체들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선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닌 호텔, 리조트 등 ‘서비스 산업’이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우리 문화에는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정서적인 밑바탕에 깔려 있다”며 “이는 현대 호텔 서비스가 지향하는 기본 자세”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우리 호텔 서비스를 한수 배우겠다며 내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HTC는 지난 2월 러시아 브리아티아공화국에서 선발된 8명의 예비 호텔리어에게 한국형 호텔 서비스를 전수하기도 했다. 브리아티아는 현재 러시아연방에 속한 공화국으로 대표 관광지인 세계 최대 담수호 바이칼 호수로 유명한 곳이다.

HTC에서 교육받은 수강생 중에는 러시아에서 정규 호텔 서비스 과정을 밟은 현직 호텔리어도 포함돼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이 제조업으로 국력이 신장되자 해외 관광지 개발에 눈을 돌려 세계 곳곳에서 일본 문화를 기반으로 한 호텔·리조트 서비스를 벌였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츠처우(池州)의 관광지 주화산(九華山)에 있는 5성급 리조트 신라대주점도 내년 4월부터 직접 운영에 들어간다. 주화산은 중국 불교 성지 중 한 곳으로 통일신라 시대 성덕왕의 아들 김교각이 화성사라는 절을 짓고 99세까지 제자들을 양성해 유명해진 곳이다.

그는 794년 99세에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입적한 뒤 3년이 지나도록 시신이 썩지 않아 등신불이 됐다. 아직도 주화산 지장보전에는 김교각의 등신불이 봉안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 정부는 주화산 자락에 99m짜리 거대 불상을 만드는 등 이 일대를 성지화하려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HTC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주화산 메모리얼 파크 내 들어서는 호텔운영사업이다.

그는 “이름을 ‘신라대주점’으로 지은 것만 봐도 우리 불교신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실제로 현지에 가보면 다보탑, 석가탑을 본떠 만든 석탑 등 한국 관광객에게 어필하려는 다양한 시설들이 건립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HTC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곳은 원주시에 위치한 골프리조트 오크밸리, 인천 하버파크, 아카데미 하우스와 서비스드 레지던스 카사빌(Casa Ville) 등이다. 카사빌은 국내 대표적인 중장기 체류시설로 현재 서울 신촌, 삼성동 등에 지어져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카사빌 신촌은 인근 연세대, 홍익대, 서강대, 이화여대 재학생들이 가장 입주하고 싶은 주거시설로 꼽힌다.

이 브랜드 역시 김 대표의 작품이다. 카사빌은 국내 유일한 토종 호텔 브랜드로 현재 HTC가 관리 운영하고 있는 카사빌은 시행사가 제각각이다. 힐튼, 쉐라톤, 인터컨티넨탈 등 다국적 호텔·리조트 브랜드를 연상하면 쉽다.

이밖에도 HTC는 연세대 상남경영원과 서울시 산하 서천연수원, 수안보연수원, 속초연수원, 코레일 낙산연수원, 광주 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 등 다수의 공공기관 휴양시설도 위탁받아 관리 중이다.

HTC는 전 세계 약 400개 호텔을 소유한 유럽의 대표 호텔 체인 솔멜리아(Sol Melia)의 국내 마케팅 판권도 따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충북 충주시 수안보에 한·양학과 럭셔리 리조트를 결합한 메디컬리조트도 준비 중이다.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