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열리는 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Superbowl)’이 끝나자마자 모든 관심이 대학 농구 경기로 쏠린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65개 대학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단판 승부를 벌여 챔피언을 가리는 이 대학 농구 경기가 열리는 기간을 미국에서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미식축구나 메이저리그 같은 프로스포츠보다 젊은이들의 땀과 눈물이 뒤범벅이 되는 대학 스포츠에 더 열광한다. 특히 자신이 졸업한 대학,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이라는 연고는 프로스포츠의 지역 프랜차이즈와는 또 다른 열성팬들을 창출해낸다.
1000여 개의 대학이 가입돼 있는 NCAA는 재학생, 동창생 등을 비롯해 약 1억 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3월 내내 경기가 진행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게 되고 16강이 확정되면 이를 ‘스위트 식스틴(sweet sixteen)’이라고 부른다. 8강은 ‘엘리트 에이트(elite eight)’, 4강은 ‘파이널 포(final four)’라고 명명된다.
4강에 오르면 슈퍼볼 진출팀이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진출 팀에 버금갈 정도로 주목을 받는다. 파이널 포가 열리는 동안에는 대학 스포츠보다 한 차원 높은 프로농구(NBA)까지 잠시 경기를 중단할 정도로 미 전역은 대학 농구의 열기에 휩싸인다.
미 현지 언론들은 NCAA ‘파이널 포’의 인기를 슈퍼볼 다음으로 칠 정도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바에 따르면 NCAA ‘파이널 포’의 상품가치는 8200만 달러로 NFL의 슈퍼볼(3억7900만 달러), 하계 올림픽(1억7600만 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5600만 달러, NBA 결승전은 4700만 달러에 그쳤다.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를 실감케 한다. 이런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3월의 광란’이 시작되면 NCAA를 통해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해진다. 기업들은 거액의 돈을 들여 공식후원사 자리를 노린다.
NCAA의 마케팅 권리 판매는 메인 스폰서 개념의 ‘코퍼레이트 챔피언스’와 서브 스폰서의 ‘코퍼레이트 파트너’ 등 두 부류로 나눠 이뤄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로고 사용권을 주면서 후원금을 끌어들이는 공식후원사 선정 프로그램인 ‘TOP (The Olympic Partner)’와 흡사하다.
‘코퍼레이트 챔피언스’에는 AT&T, 코카콜라, 닛산자동차 등이 선정돼 있으며 ‘파트너’에는 지난해 추가된 LG전자 미국법인을 포함해 미 최대 렌터카 회사인 엔터프라이즈, 하트포드 뮤추얼펀드, 허시초콜릿, 전자제품 유통회사인 로에스(Lowe’s), 스테이트팜보험, 크래프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닛산자동차의 인피니티가 폰티악을 제치고 ‘공식후원 자동차’의 지위를 따냈다. 이에 따라 인피니티는 공식방송사인 CBS를 통해 ‘3월의 광란’이 중계될 때마다 15초짜리 광고 두 개씩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닛산은 공식적인 후원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폰티악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자 회사인 크래프트도 최근 코퍼레이트 파트너로 추가됐고 캐피털 원(Capital One)은 코퍼레이트 챔피언스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막판 협상 중이다.
후원 기업이 되면 농구 4강전인 ‘파이널 포’를 제외한 23개 종목, 88개 NCAA 경기에서 독점적으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 프로스포츠와 달리 대학 스포츠는 팬들이 열광적으로 후원 기업을 밀어주기 때문에 후원 효과가 뚜렷하다.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NCAA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실로 엄청나다. 2009∼2010년 NCAA의 매출액은 총 7억1000만 달러(약 8000억 원)로 나타났다. 2008∼2009년 시즌 매출액은 총 6억6100만 달러였고 2007~2008년 시즌은 총 6억1400만 달러로 해마다 5000만 달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경기침체로 미국 내 각 프로스포츠 리그들이 막대한 수입 감소를 겪은 점을 감안하면 NCAA의 파워를 새삼 느끼게 한다.
NCAA의 최대 수입원은 TV 중계권과 마케팅 권리 판매다. 이 수입이 6억3898만 달러로 총 매출액의 90%를 차지한다. 지난해 벌어들인 5억9452만 달러보다 4446만 달러가 늘었으니 NCAA 수입 증가분의 대부분이 여기서 발생한 셈이다.
방송은 2003년부터 11년간 CBS가 독점으로 중계한다. CBS가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지불한 액수가 총 60억 달러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NBC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대가로 총 22억10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을 보면 오히려 올림픽보다 더 상품성이 높다는 얘기다.
‘파이널 포’가 열리는 도시 선정작업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맞먹을 정도로 치열하다. NCAA는 64강전부터 8강전은 각 지역에서 치르다가 4강전 2경기와 결승전 경기는 별도로 신청받아 1개 도시를 선정해 대회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지난 2003년에 2011년 대회 개최지까지 선정해놓은 상태다.
‘파이널 포’를 유치하면 해당 도시는 막대한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십만 명의 관중이 지역을 찾아와 관광 특수를 맞는다. 올해 대회가 열리는 곳은 인디애나폴리스다. 열리는 기간이 4월 2∼4일로 미국의 부활절 휴가 기간과 맞물려 엄청난 경제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열린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파이널 포’ 개최를 통해 총 3000만~500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4강에 오른 대학들은 소속 대학의 티셔츠·모자·기념품 판매 수입이 급증하고 학교 브랜드도 제고돼 입학 지원율이 올라가는 부수적인 이득도 얻는다.
이번 ‘파이널 포’ 경기는 최초로 3D(3차원 입체영상) 기술로 생중계된다. 미국 내 100개 영화관에서 별도로 상영도 한다.
공식후원사인 LG전자가 이에 관련된 기술을 지원한다. ‘파이널 포’는 공식 후원사라도 독점적인 홍보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후원 계약을 맺을 때 ‘파이널 포’ 경기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LG는 3D 중계를 전면에서 후원함으로써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게 됐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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