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언제 부양책을 중단할 것인지,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이 또 다른 생각지 않았던 문제가 급속도로 불거지고 있다.홍콩의 고위 당국자가 이 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제로 수준의 금리로 차입한 달러를 가지고 아시아 각국 통화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운 버블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예전 일본이 버블 붕괴 시 제로 금리 정책을 쓴 것이 아시아 지역 외환위기를 불러왔는데, 미국이 다시 제로 금리 정책을 쓰면서 엄청난 달러가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어 경제 펀더멘탈과 무관한 버블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였다. 따라서 이는 미국이 경제위기를 아시아 지역에 전가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그런데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달러는 명목 화폐, 즉 찍어내는 종이 돈인데 거기에 금리마저 없다면 그게 어떠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런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맡고 있을 수 있는 것일까?기축통화란 것은 세계적으로 하나의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일종의 공공재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가치기준인 달러가 제로 금리를 지속한다는 것은 현 세계 경제의 가치척도가 사라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 달러를 누가 저장하고 보유하려고 들겠는가?그러니 지금 세계경제는 무가치한 달러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정책 공조가 그것이고 G20 이 그것이고 중국과 우리 일본 등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달러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지금의 상황은 마치 망한 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결손처리하지 않기 위해 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전환하는 것과 같다.다시 얘기하는데, 명목통화는 그 자체의 가치를 지니지 않지만, 금리가 존재함으로써만이 가치를 지닌다. 그런 명목통화가 한 국가의 통화가 될 수는 있어도 세계적 기축통화, 즉 가치기준이 될 수는 없다.그런데 달러가 지금 그렇다. 따라서 달러는 기축통화일 수 없다. 당장은 대안이 없고 하니 관망하고는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결국 대안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이제 달러의 운명을 판단해보자. 음양오행상 60년을 한 주기로 할 때, 어떤 것이 이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 36년을 고비로 결정적인 쇠퇴의 징조가 포착된다. 사실은 30년에서 기미가 나타나는 것이지만 인간의 눈은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기에 36년이 중요한 것이다.달러가 명목화폐가 된 것은 1971년이다. 따라서 30년을 더하면 2001년이 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정당성은 이미 2001년으로서 사라졌던 것이라 한다면, 그 6년 뒤인 2007년에 와서 금융위기 발발로 사실상 달러의 기축통화 시대는 막을 내린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전 세계가 운영되고 유지되기 위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대안을 찾기 위한 시간벌기 게임에 들어간 것이다. 그 최종시한은 앞으로 12년, 2019년 정도일 것으로 본다.그러니 당장 달러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놀랍게도 달러가치는 경이적인 상승을 가져온 뒤에 폭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큰손들의 이른바 ‘설거지’를 위한 글로벌 규모의 ‘작전’이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명리학자고려대 법대 졸업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www.hohodang.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