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은 18~19세기 유럽 최고의 건축가들에 의해 지어진 5개의 건물로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한다. 에르미타슈 미술관의 기원은 표트르 대제의 컬렉션부터 시작되었지만 1700년대 중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에 의해 진정한 미술관으로 발전했다. 예카테리나 여제는 유럽에서 구입한 예술품을 친구들과 함께 감상하기 위해 겨울 궁전 옆에 작은 궁전 에르미타슈를 지었다. 예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처음부터 조용한 장소로 설계된 에르미타슈는 러시아말로 <은자의 집>이라는 뜻이다.에르미타슈 미술관의 소장품은 약 270만 점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 예술품까지 주제별로 열다섯 개로 나누어져 있다.에르미타슈 미술관의 소장품 중 17세기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도시 경관을 그린 작품으로 카날레토의 <베네치아에 도착한 프랑스 대사의 환영식>이 있다. 이 작품은 1726년 베네치아 공화국에 부임한 프랑스 대사 자크 빈센트 랑게의 도착을 장엄하면서도 화려하게 묘사했다.랑게는 관영 곤돌라를 타고 마르코 운하를 따라 베네치아 권력의 중심인 총독궁 옆 피아체타에 광장에 도착했다. 랑게 대사는 줄 지어 있는 베네치아의 의원들과 앞에 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행렬 가운데 있다. 피아체타 광장은 중요한 인사들이 베네치아를 방문할 때 의장행사를 펼쳤던 곳이다.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총독궁이다. 고딕과 비잔틴 양식의 건물 중앙 꼭대기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서 있다. 법과 권력의 중심을 상징하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 아래 의식용 발코니에는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사자가 장식되어 있다. 화면 왼쪽 운하 어귀에 있는 건물이 세관이며 통상 국가였던 베네치아의 영광을 상징한다. 그 옆으로 돔 천장이 보이는 건물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다. 이 성당은 흑사병이 물러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화면 중앙에 두 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 한 쪽 꼭대기에는 날개 달린 사자의 조각상이 있으며 다른 쪽 기둥에는 성 테오도르가 조각이 있다. 날개 달린 사자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를 상징하는 동물이이며 성 테오도르의 유해가 베네치아에 있었기 때문에 기둥에 조각되었다. 기둥 뒤로 보이는 건물이 16세기에 산소비노가 설계한 국립 도서관이다.카날레토(1697~1768)는 이 작품에서 베네치아 영광을 표현하고 있지만 당시 베네치아는 전성기가 지나 쇄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베네치아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렸던 카날레토의 그림은 베네치아를 여행 온 유럽의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에르미타슈의 프랑스 회화 컬렉션은 15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프랑스 회화 컬렉션 중에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 다비드의 <사포와 파옹>이다.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여류 시인 사포는 어느 날 신전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바칠 사랑의 시를 짓고 있었다. 신전에서 파옹은 사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파옹은 여신에게 추하게 생긴 자신을 아름다운 청년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을 청한다. 며칠 후 신전을 찾은 사포를 본 파옹은 여신에게 받은 마법의 향을 신전 구석구석 몰래 피워두었다. 마법의 향에 취한 사포는 파옹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사랑을 고백하고 있던 중 마법의 향은 서서히 사라지고 파옹의 본래의 모습이 드러난다. 파옹을 본 사포는 사랑을 노래하며 자살한다.파옹은 사포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사포에게 시적 영감을 주는 종이는 무릎 위에 놓여 있고 그녀의 악기 류트는 큐피드가 연주하고 있다. 파옹 뒤로 향이 피어오르고 있다. 피어오르는 향은 사랑의 마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열린 창문으로 두 그루의 나무가 보이고 창가에는 두 마리의 비둘기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비둘기와 나무는 파옹이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임을 암시한다.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이 작품은 러시아의 왕자였던 니콜라이 유스로프의 의뢰로 제작되었다. 그는 왕자에게 보낸 편지에 ‘매우 감상적인 여류 시인이었던 사포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큐피드가 사랑의 불을 지핀 파옹을 묘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다비드는 연인들의 호화로운 침실을 묘사하기 위해 부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화면에 배치했다.에르미타슈 미술관의 소장품 중 영국 화가 레이놀스의 <뱀을 목 졸라 죽이는 헤라클레스>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작품이다.알크메네는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후 쌍둥이 헤라클레스와 이피클레스를 낳는다. 헤라 여신은 알크메네가 낳은 두 아이 중 하나가 제우스신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고 뱀 두 마리를 보냈다. 이피클레스는 뱀을 보고 놀라 울음을 터뜨렸지만 어린 헤라클레스는 양손으로 뱀을 잡고 목을 졸라 죽인다. 이에 헤라 여신은 헤라클레스가 제우스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오른쪽 화면 아래 요람에 누워 있는 헤라클레스는 뱀을 잡고 있다. 헤라클레스 오른팔에 매달려 있는 아기가 이피클레스다. 알크메네가 놀라서 요람을 바라보고 있다. 요람 아래에는 죽은 뱀의 머리가 놓여있고 뱀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든 군인들이 보이지만 이미 헤라클레스가 뱀을 죽이고 난 후다.조슈아 레이놀스(1723~1792)의 이 작품은 예카테리나 여제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으로 그녀를 미화시키기 위해 신화를 주제로 선택했다. 이 작품에서 헤라클레스는 러시아를 상징하고 있다.
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