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어떻게 해야하나

근 해외펀드 환매가 적지 않다. 주가상승으로 해외펀드의 손실 축소나 원금 회복에 따라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올해 말로 폐지될 예정인 점도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이런 자금흐름이 중단기적으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근본적으로 해외펀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상황과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펀드 투자의 위험분산과 국내펀드에 없는 투자기회 등의 이유로 해외펀드를 일정 비중 이상 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해외 주식펀드는 55조2500억 원 규모로 연초 대비 1조 7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6월 말과 비교하면 무려 2조 원 넘게 빠져 나가는 등 최근 들어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익률 성과는 양호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1.87%로 국내 주식펀드 44.76%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펀드로 몰렸던 지난 2007년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결국 올 들어 수익률이 회복되면서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지난 2007년 6월부터 환율 시장 안정 대책의 하나로 시행됐던 해외펀드 비과세 제도는 그동안 해외펀드의 성장에 중대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는 2009년 말까지의 한시적인 조치로서 이미 제도의 종료가 예정돼 있었다. 제도 종료로 인해 새해부터는 해외주식의 매매차익에 대해서 15.4%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제도 변화에 따른 문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 마이너스 손실에서 겨우 원금회복 과정임에도 자칫 세금을 내야 하는 억울함을 당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거액 투자자의 경우 제도 변화로 인해 세금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다.첫 번째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금년 말 기준으로 지금까지의 손실 금액과 내년도 이익을 서로 상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즉 해외펀드 투자자가 올해 말에도 여전히 가입 후 손실 국면에 있을 경우 내년 말까지 원금을 회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다만 원금보다 더 수익을 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손실 상태에 있는 투자자라면 굳이 세금문제를 이유로 펀드 환매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뚜렷한 자금 수요가 없다면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일부 거액 투자자는 해외펀드의 주식 매매차익이 비과세에서 과세 대상 수익으로 바뀜에 따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으로 세금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금융소득이 4000만 원 이상일 경우 금융소득 4000만 원 초과분과 기타소득을 합산해 누진세로 과세하는 제도를 말한다. 초과분과 기타소득을 합한 과세대상 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일 경우는 적용 세율이 8%, 1000만 원 초과 4600만 원 이하는 17%, 4600만 원 초과~8800만 원 이하 26%, 8800만 원 초과는 35% 등이다. 해외 주식펀드로 종합과세 대상이 되려면 펀드 수익률이 50% 정도일 경우 투자금액이 대략 8000만~9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사실 해외펀드 비과세 종료와 관련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일부 거액 투자자에게 해당될 뿐 일반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작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금액(국내외펀드 합산)은 3000만 원 이하이고 펀드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5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어찌됐든 세금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펀드 투자는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데 첫째, 국내펀드만 투자하기보다는 해외펀드와 포트폴리오를 투자할 때 더욱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일례로 <낙관론자들의 승리>를 저술한 엘로이 딤슨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16개 국가의 주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개 국가에 투자했을 경우 29.1%에 이르던 표준편차가 16개국에 고루 투자할 경우 17.3%로 크게 떨어졌다. 또 해외분산으로 얻는 예상 수익 역시 16개 모든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투자와 브릭스(BRICs) 또는 중국에 분산 투자했다면 기대수익률은 높아지고 투자위험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둘째, 국내펀드만 투자했을 때보다 국내·외 펀드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림3은 분기단위로 국내와 해외 주식펀드의 성과를 비교한 것이다. 올해 2분기 동안 국내펀드에만 투자했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에 머물렀을 것이다. 반면 3분기에 해외펀드에만 투자했다면 역시 같은 후회를 하게 된다. 이처럼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성과가 시장 상황에 따라 엇갈리기 때문에 적절하게 나누어 투자하면 자칫 한쪽에만 투자해서 처하게 되는 ‘수익률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결국 세금문제 때문에 해외펀드 투자를 꺼린다면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은 격이다. 적절한 세금 관리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면 해외펀드를 활용하여 훨씬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일례로 장기 투자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장기주택마련펀드나 변액보험 등을 통해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세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피하면서 해외분산 투자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 비록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극심한 손실의 고통을 받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길게 놓고 보면 단기적인 ‘특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최근 상황만 놓고 극단적인 해외펀드 기피는 또 다른 기회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