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는 기본적으로 ‘불리시’(강세론자)다. 기본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근거는 단순하다.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좋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5%까지 하향조정하는 증권사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작년 말에 낸 -1%를 한 번도 하향조정한 적이 없다. 기업들의 수익 예상 변화에 따라 -0.5%로 상향조정한 적은 한 번 있다. 현재 조정은 일종의 과도기로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다. 올해 증시가 3~4월의 랠리 이후 두 달 가까이 횡보할 때에도 우리는 조정이 끝나고 상승세가 다시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리적인 기대감이 실물 경제 회복으로 확인되기 전의 과도기였던 셈이다. 이번 조정은 기업들이 소진했던 재고를 다시 쌓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다. 4분기 기업 이익 감소 우려도 그러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제까지 증시 상승이 정부의 유동성공급정책과 저금리정책 영향도 컸다면 이제부터는 그러한 효과가 사라지며 기업과 경제가 스스로 살아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정확한 시간을 제시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반등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해도 바닥은 맞는 것 같다. 상반기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사주면서 지탱해줬는데 최근에는 외국인도 주춤하면서 증시가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수가 1500포인트 근처까지 가면 자금 유출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수준에서 가입한 펀드가 많아 추가 자금 유출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인은 미국의 다우지수가 1만 선을 지켜주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미국 고용부문에서 실업률이 10% 이상 나오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실업률은 사실상 후행지표로 보는 게 맞다. 우리 증권사에서 주목하는 지표는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인데 이 부문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고용시장도 꼭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다. 조정 극복 조건의 전제 중 하나가 미국의 소비 회복인데 고용시장 회복에 따라 소비 회복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프로그램 측면에서 보더라도 차익매수 잔액이 차익매도 잔액보다 적은 상황이다. 프로그램 매물 압력도 줄어들고 있다. 또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지수가 1550 아래로 내려가면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하로 평가된다. 우리 증시의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세계 각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기반한 주가 상승도 상당 부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버블은 과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정보기술(IT) 버블과는 다르다. 당시엔 실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버블 붕괴에 따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버블 경계를 논할 일은 아니다.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를 논하는 사람들은 거품이 빠지며 다시 한 번 불황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증시 조정도 그러한 현상의 전초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과 경제가 자생력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시적인 둔화로 봐야 한다.”“정부가 쓸 수 있는 확장 정책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두 가지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재정정책은 거의 다 나왔다고 생각된다. 4대강 개발사업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또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문제는 통화정책인데 재정정책을 추가로 내놓기 힘든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빨라도 내년 1분기가 지나야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실물경제가 뚜렷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물가가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가 금리 인상의 적기가 될 것이다.”“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금리 인상은 경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징표로 보는 것이 맞다. 시차가 있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금리와 증시, 부동산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경제 회복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오판을 한다면 더블 딥이 올 수도 있고 증시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한다면 금리 인상이 증시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올 들어 국내 주식형에서 10조 원, 해외 주식형에서 2조 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수가 1700선까지 갈 때 환매가 많이 나온 것은 그동안 펀드에 질렸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는 종목마다 자신의 성과를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지만 펀드는 단순하게 투자한 금액의 규모로만 성과를 비교하는 경향이 높다. 1500대에서는 아직도 본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추가 유출은 적을 것이다. 국내 펀드의 문제점은 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데에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 펀드를 환매해서 국내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궁극적으로 미국 영향이 크다. 우리 경제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중국의 영향은 미국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야 중국의 대외 수출이 늘어나며 생산이 늘어나고 결국 우리의 대중 수출도 늘어나는 것이다. 주가뿐 아니라 국내 경제의 모든 국면에서 미국 영향이 아직 매우 크다. 우리 증시가 올해 빠르게 회복하며 미국과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최근 조정기에는 다시 미국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증시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향후 우리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요소다.”“IT와 자동차라는 두 가지 주도주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주도주라고 해도 펀더멘털(기업 내재가치)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도주 자리가 쉽게 바뀌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IT와 자동차는 펀더멘털이 확실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 우려로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우리 IT와 자동차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진다 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주도주가 다시 먼저 치고나갈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혜를 보는 철강주나 음식료주 등은 소비경기 회복과 맞물려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주도주로 나서기에는 대표성이 부족하다. 주도주로 올라서려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투자 가치를 확실하게 내보일 수 있는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 IT하면 삼성전자를 살 수 있지만 음식료주를 사려고 할 때 국내 음식료주를 선뜻 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재미있는 것은 지난 5년간 4분기에 제약주들이 코스피지수보다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들의 이익비중 중에서 제약주가 4분기에 이익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번 4분기에는 다만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주가 수준이 높아졌다. 종목마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약업은 정부의 규제가 리스크로 작용해 주가 상승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유지하며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엔 신약개발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진 LG생명과학과 R&D투자 규모가 크고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한미약품에 주목하고 있다.”“IT와 자동차 부품주를 사보고 싶다. 전방산업이 좋기도 하고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직접 사기는 단위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밸류에이션 수준이 낮은 부품주를 골라보겠다. IT와 자동차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도 좋아 보인다. 리스크가 작고 인덱스펀드보다 수수료도 낮기 때문이다. 또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전망 아래 증권주들도 담을 것이다. ”“현재는 주식이다.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증시 격언을 생각해보면 바닥은 몰라도 지금이 무릎인 건 맞다고 본다. 부동산은 규제 리스크로 하향 안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바닥 수준이라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도 아닌 것 같다.”글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