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y Look'

느덧 12월, 파티의 시즌이 돌아왔다. 각자의 다이어리는 크고 작은 파티로 스케줄이 빼곡할 게 틀림없다. 여기서 ‘파티’라는 개념을 확실히 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서두에 파티라는 단어를 발견하자마자 ‘남자들은 턱시도 재킷을 입고 여성은 드레스를 입어야 하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홀짝여야 하는 이벤트 얘기군!’ 하고 마치 평범한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로 치부해버리는 독자가 꽤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실제로 수없이 많은 파티에 참석하고, 혹은 초대하기도 한다. 연말이면 으레 잡게 되는 동창회나 가족 모임조차 광의의 범위에서 보면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파티의 범주에 속하는 것. 다만 연말 시즌이 특별한 만큼 평소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도 조금만 격식을 높여 스타일링을 한다면 그만큼 자신의 삶이 소중해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 남성들 역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늘어 ‘드레스 코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 맘껏 ‘드레스 업’이 가능한 여성에 비해 아무래도 남성은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한정돼 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입어야 파티에 적합한 스타일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우선 남성 패션의 주요 트렌드부터 살펴봐야 한다.최근 남성복 트렌드를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 두 가지는 바로 ‘쓰리피스’와 ‘블랙’으로 요약된다. 점차 슈트를 입을 때 베스트(조끼)까지 갖춰 입는 사람들이 늘면서 남성복은 품격을 더하고 있다. 이런 슈트는 런던 샤빌로 거리의 맞춤 양복점들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나폴리 스타일의 고급 슈트들이 크게 주목받은 것에 비해 훨씬 고전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반면 블랙의 인기는 경기 침체와 깊은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 즉,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게 됨에 따라, 패션 브랜드에서는 지속적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블랙 컬러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던 것. 이런 환경은 남자들로 하여금 파티복을 준비할 때 마치 일상복 하나를 구입하는 가벼운 기분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만약 ‘드레스 코드’가 명시되어 있는 파티가 아니라면 오피스에서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슈트에 행커치프나 보타이 정도만 더해줘도 충분히 멋진 남자로 변신할 수 있다.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파티와 그에 참석하는 남성의 룩에 대해 글을 써달라면 대게 이런 식으로 마무리 짓곤 했다. 이는 ‘무심하게’와 ‘멋을 안 낸 듯 낸 것’이 패션계가 추구하는 최고의 덕목이고 한편으론 과소비를 조장(?)하는 필자가 되지 않으려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는데, 사실 패션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건 바로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이고, 그렇다면 파티에 참석하는 룩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멋을 내는 게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 더구나 요즘엔 워낙 많은 파티들이 도처에서 열려 보통 남자라도 이런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만약 이런 파티 역시 대부분 블랙 혹은 네이비 드레스에 브라운 윙팁 슈즈를 신으면 ‘정문 통과’에는 문제없겠지만, 참석자들의 이목은 끌지 못할 것이다.이왕 참석한 것, 사람들에게 “오늘 옷 정말 센스 있게 입으셨네요!”라는 칭찬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잘만하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 써내려갈 추천 파티룩 스타일링에 대해 참고하길 바란다. 누누이 말하지만 파티는 분명 서양에서 왔고, 격조 높은 파티일수록 각자 드레스 코드라는 걸 가지고 있다. 만약 초대장에 ‘화이트 타이’라고 적혀 있다면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입어야 한다 (물론 호스트는 당신에게 최고의 음식과 술로 그만한 대접을 할 게 틀림없다). 만약 ‘블랙 타이’라면 우리가 흔히 ‘턱시도’라고 부르는 약식 정장을 입으면 된다.그리고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남성 파티룩은 대부분 이 턱시도 스타일과 대동소이하다. 턱시도를 일생에 딱 한 번, 결혼식에 입는 유니폼이라는 생각은 과감히 버리길 바란다. 파티에 화려한 턱시도를 입는 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게 아니라, 선망의 눈길을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글로써만 이미지가 떠올려지지 않는다면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장동건의 모습이나 각종 영화제 레드 카펫에 등장한 남자 배우들의 턱시도 차림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길. 만약 턱시도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벨벳으로 된 화려한 싱글 브레이스트 피크드 라펠 재킷과 그레이 팬츠를 함께 매치해도 훌륭한 파티복이 된다. 두 경우 모두 슈즈는 블랙 옥스퍼드 슈즈나 윙팁 슈즈로 마무리한다. 디자이너 홍승완은 가끔 남성 재킷에 생화를 매치하기도 하는데, 흔한 행커치프가 아닌 빨간 장미꽃과 벨벳 재킷의 만남은 생각만 해도 아찔함을 떠올리게 한다.경험상 국내에서 열리는 많은 파티의 드레스 코드라는 게 단순히 ‘블랙’이나 ‘오렌지’ 등 컬러를 지정해주거나 ‘보타이’ 혹은 ‘슈트’처럼 스타일을 지정해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즉 자신의 패션 센스를 드러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인 것이다. 이 경우라면 남성 패션지에 나오는 화보 스타일링을 적극 참고하자. 어차피 패션 매거진의 화보라는 게 실생활보다는 비주얼을 강조한 ‘보여주기 위한 룩’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만큼 튀기 위한 파티룩에 적합한 스타일인 것이다. 자신이 ‘절대 패션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라는 마인드 아래 패션지를 멀리하는 마초라 할지라도 참고서 보는 기분으로 연말에 있을 파티에 대비하자. 참고로 12월호를 준비하는 모든 남성 패션지 편집부의 기획안에는 ‘파티 스타일’이 주요 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다.김현태 아트머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