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쇼핑의 만남

자가 사이판을 방문한 것은 10월 말이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늦가을에 해당하지만, 사이판에서 가장 낮은 온도는 27도 안팎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8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남짓 비행하니 사이판 시간으로(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빠르다) 새벽 2시를 갓 넘어 사이판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사이판의 눈부신 풍광을 두 눈에 담아 보고픈 마음에 ‘피에스타 리조트&스파 사이판(FIESTA Resort&Spa Saipan)’으로 걸음을 옮겨 바삐 짐을 풀었다.사이판 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피에스타 리조트&스파는 사이판 최대의 도심 ‘가라판’에 자리잡고 있다. 가라판은 가장 큰 도심이라고는 하지만 소박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곳이었다. 피에스타 리조트&스파는 남쪽과 북쪽 두 개동의 8층 건물로 총 416개의 객실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가장 평범한 룸인 스탠더드 객실에도 커다란 침대가 2개, 깔끔하고 완벽한 욕실을 구비하고 있다. 사이판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하는 LG트윈스 야구팀이 바로 이곳 피에스타 리조트&스파를 이용하고 있고 아시아나 항공의 승무원들도 애용하는 숙소다.사이판 관광 중심지인 가라판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밤늦게 혼자 다녀도 안전하고 편리하다. 특실인 이그제큐티브 룸은 신혼부부에게 인기 있다. 욕실과 룸 사이의 벽을 창문으로 연결한 독특한 디자인 덕에 저녁 무렵이면 노을이 욕실까지 기분 좋게 파고든다. 피에스타 리조트&스파에는 총 6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신선한 재료를 엄선해 만든 정통 일식 요리와 철판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마이’, 중식당 ‘더 번드’, 커피 숍 겸 디저트와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는 ‘월드 카페’, 매일 저녁 아일랜드 전통 스타일의 바비큐와 원주민 문화 체험 쇼를 즐길 수 있는 ‘오션뷰 테라스’, 철판요리 ‘테판 야끼’, 갓 잡은 참치 회를 맛볼 수 있는 ‘스시바’는 10월 중순 오픈했다.피에스타 리조트&스파의 가장 큰 장점은 눈부신 아침 객실에서 커튼을 열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는 점이다. 7시부터 10시까지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마이에서 조식을 먹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사이판의 바다를 산책했다. 하얀 백사장과 탁 트인 바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뭉게구름이 떠다닌다.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사이판은 사계절 내내 쾌적한 기후에 일교차가 적어 골퍼들의 파라다이스다. 사이판 전체에 킹피셔 골프 링크스, 코럴 오션 포인트, 라오라오 베이골프 리조트 등 5곳의 골프장이 있다. 매주 열리는 골프 토너먼트에서 시원한 샷을 날리고, 스파에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쌓인 스트레스도 하늘로 훨훨 날릴 수 있다.첫째 날, 사이판의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이판은 여유로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별 다른 표지판도 없다. 북과 남을 잇고 있는 도로는 미들 로드(Middle Road)와 비치 로드(Beach Road)뿐이다. 필리핀 해를 바라보며 차를 달리는 비치 로드에는 해가 지는 오후가 되면 혼자, 혹은 무리를 지어 조깅을 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사이판의 전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타포차우 산(Mt. Tapotchau)’으로 가야 된다.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해발 473m인 타포차우 산으로 올랐다. 이곳에 오르면, 사이판의 보물이라 일컬어지는 ‘마나가하 섬(Managaha Island)’의 장관이 한눈에 담긴다. 산호초의 옥빛, 해초의 검푸른 물결, 파도치는 하얀 물결, 가장 깊은 곳이 해저 1만900m가 넘는다는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의 검은 빛까지, 사이판의 변화무쌍한 바다색을 모두 만날 수 있다.사이판 최북단에 있는 ‘만세절벽(Banzai Cliff)’을 찾아가 봤다. 1944년 7월 7일 일본군이 최후의 공격을 단행했던 곳으로 10여개의 일본인 위령탑이 즐비했다. 수천 명이 ‘만세’를 외치며 절벽 아래 푸른 바다 속으로 투신자살을 했다는 곳. 하지만 그 근처에는 ‘태평양 한국인 위령평화탑(Korean Peace Memorial)’이 있어 숙연한 마음이 들게 했다. 당시 강제징용으로 남태평양까지 끌려가 죽은 한국인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탑으로, 사이판 북부의 마피산 부근에 위치해 있다.사이판의 푸른 바다에 몸을 맡겨보고 싶다면, 마나가하 섬으로 떠나보자. 오후 2시 30분 선착장에서 마나가하 섬으로 떠나는 배를 타면 피싱 투어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닷물 속으로 긴 낚시대를 드리워 바다낚시를 시작했다. 선장의 지휘 아래 바다낚시를 처음 배운 초보자들도 드리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속속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바다낚시의 매력은 바로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회로 떠 준비된 바비큐 요리와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덧 배가 마나가하 섬에 정박했다. 걸어서 15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아주 작은 섬이지만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다와 눈부신 백사장에 매료됐다.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이판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불꽃나무’ 길을 밟아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11월 말, 괌처럼 정식 미국령으로 편입되는 사이판.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사이판의 모습과 그 매력을 고스란히 살린 관광지로 개발되길 바라며 불꽃나무가 온 섬을 붉게 물들일 5월 사이판을 ‘다시’ 찾아야겠다.사이판 여행의 둘째 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인 쇼핑을 위해 DFS 갤러리아 사이판을 찾았다. 기자가 묵었던 피에스타 리조트&스파에서 도보로 2~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주변에는 하얏트 리젠시 호텔, 하파다이 호텔 등도 가깝게 있다.DFS 갤러리아 사이판은 새로운 개념의 쇼핑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1978년 처음 문을 열고 그로부터 30년이 넘었지만, 전 세계의 럭셔리 패션 아이템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 15개국에 1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DFS 갤러리아. DFS 갤러리아 사이판 매장은 최근 리뉴얼 오픈을 통해 옥외 주차장까지 마련하며, 관광객들의 편리성을 높였다. 가장 중요한 쇼핑의 공간은 ‘패션 월드’, ‘부티크 갤러리’, ‘럭셔리 기프트’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패션 월드는 셀린느, 태그호이어, 까르띠에, 불가리 등 고급 명품 제품과 록시땅, 클라란스, 겔랑, 안나수이, 샤넬, 디올, 바비 브라운 등 명품 화장품들을 구비하고 있었다. 깔끔하면서 모던한 인테리어와 매장 사이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브랜드 별로 담당하고 있어 피부에 맞는 메이크업 제품을 골라주기도 했다.부티크 갤러리는 구찌, 티파니,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까르띠에, 페라가모, 크리스챤 디올, 불가리, 로에베, 펜디 등 총 11개의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과 최고급 시계 및 쥬얼리로 쇼핑의 품격을 높인 공간들이다. 부티크 갤러리 숍에서 럭셔리 기프트 숍으로 가는 길 사이 자동으로 연주되는 그랜드 피아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럭셔리 기프트 숍은 여행의 기념품을 구입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원주민들이 직접 구워 만든 쿠키도 판매하고 있으며, 사이판을 상징하며 만든 ‘사이판다(코뿔소+판다)’ 아이콘 모양의 기념품들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갖가지 초콜릿과 양주 등을 풍부하게 준비한 트로피칼 마켓, 사이판의 토속 기념품을 파는 마리아나스 트래져 등 다양한 매장들로 쇼핑의 이국적인 즐거움을 담은 장소다.DFS 갤러리아 사이판은 쇼핑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2층은 ‘하드락 카페(Hard Rock Cafe)’와 식당으로 만들어져 있다. 식사와 함께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연중 폭넓은 연령대의 고객층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상품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객만을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준비하기도 했다. DFS 갤러리아 사이판에서 구입한 상품을 공항에서 받을 수 있는 ‘프리오더 서비스’다. 양주와 담배, 초콜릿(6상자 이상), 육포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구입 시 매장 직원에게 프리오더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하면 된다. 출발 시 공항 점에서 영수증과 교환해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다. DFS 갤러리아 사이판은 오전 10시 30분에 오픈해 오후 11시 30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옥외 주차장에는 150여 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다.DFS 갤러리아의 본사는 홍콩에 위치해 있다. 일명 세계 최대 규모의 럭셔리 리테일 그룹으로 일컬어진다. 처음 DFS는 1960년 홍콩의 공항에서 술, 담배, 향수를 면세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1962년 호놀룰루에서 공항 면세 사업권을 획득했다. 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와 관광지에 위치해 있다. 최대 주주는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y)다.글 김가희·사진 김기남 기자 holic@moneyro.com